대선주자들 배우자 인터뷰-김미경 김정숙 민주원 이순삼 이승배 씨(가나다 순)

김미경: 남편 안철수는 가치관과 인생관을 공유한 사람 

김정숙: 남편 문재인은 나를 존중해 주는 남자

민주원: 남편 안희정은 도지사 된 후 여성주의 공부

이순삼: 남편 홍준표는 자상하고 배려심 깊어...가부장은 오해

이승배: 부인 심상정은 나의 정치적·사회적 삶의 존재 이유

 

제19대 대선 후보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후보들의 배우자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내조 정치’ 정도로 여겨졌던 배우자들이, 지금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4월 초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 임박한 가운데 배우자에게 대선주자들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 안희정 후보의 부인 민주원 씨,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 심상정 후보의 부군 이승배 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통 질문에 대해 각자의 답변을 소개한다.(가나다 순)

김미경(54) 씨는 서울대 의학과 박사 후 대학병원 전문의를 역임했다. 이후 워싱턴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스탠포드대 법대 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서울대 의학과 교수이다. 지난 설연휴 안 후보와 진행한 페이스북 생방송이 화제였다.

김정숙(63) 씨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 후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일하다가 결혼 초 전업주부가 됐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대선을 치르는 후보의 아내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전남의 도서지역을 7개월 간 방문해 주민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민주원(53) 씨는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박석무 의원 비서관으로 3년간 일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으나 일과 독박육아, 가사에 지쳐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이후 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05년부터 상담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순삼(62) 씨는 전북 군산에서 군산여상을 졸업한 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 국민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법대생이었던 홍준표 후보의 눈에 띄었다. 홍 후보가 사법고시에 여러 번 낙방하는 동안 이순삼 씨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해 합격을 도왔다.

이승배(61) 씨는 경기고,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노동운동을 해왔다. 심 후보가 초선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2004년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아 육아와 가사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이다. 심 후보를 만나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허위의식임을 깨달았다고.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와 부인 김미경 씨 ⓒ뉴시스·여성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와 부인 김미경 씨 ⓒ뉴시스·여성신문

1. 본인에게 배우자 OOO 후보는 어떤 존재입니까.

김미경: 의과대학 시절 선후배로 처음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영혼의 짝꿍입니다.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관과 인생관을 공유해온 사람이에요. 또 아내의 자기실현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남편이기도 합니다. 아내의 실수나 부족한 점을 감싸주는 속 넓은 남편이죠.

김정숙: 저에게 문후보는 말 그대로 동반자, 소울메이트(soulmate)입니다. 서로가 함께 있을 때 더 돋보이는 존재라고 할까요. 제가 문재인씨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나를 존중해 주는 남자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어요. 화음 맞추듯 마음을 맞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천상의 하모니는 탄생하잖아요.

민주원: 제 인생의 ‘거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992년부터 10여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남자애 둘을 키우고 살림까지 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남편 도움 없이도 잘해낼 거라 생각했는데 의지대로 안 되니까 제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가끔 했던 부부싸움은 의견대립이었다기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내 인생에 대한 저항’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편을 통해, 또 힘든 결혼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알아가게 됐습니다.

이순삼: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담벼락 같은 사람이죠. 항상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승배: 인간 심상정은 노동운동 25년, 진보정당 14년 등 40년의 시간을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매진해 왔습니다. ‘심상정’이라는 이름 속에는 이미 수많은 활동가, 지지자, 후원자 등의 사랑과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심상정’의 남편입니다. 저희는 부부의 사랑을 바탕으로 그 뜻을 공유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심상정은 저의 정치적·사회적 삶의 존재 이유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부인 김정숙 씨 ⓒ문재인캠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부인 김정숙 씨 ⓒ문재인캠프

2.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배우자를 평가한다면.

김미경: 가사와 돌봄을 아내와 분담하는 따뜻한 남편이자 온 가족을 위해 라면을 맛있게 끓여주는 다정한 아빠예요. 가족들이 불안감이나 걱정을 속에 담고 있으면 ‘아재개그’라는 해법을 내놓는 재미있는 가장이기도 해요. 행복한 가정, 행복한 미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남편 덕분에 행복을 느낍니다. 남편도 언론을 통해 밝힌 적이 있는데, ‘밥 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30년간 맞벌이 부부로 살다보니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먼저 밥을 하게 됐죠.

김정숙: 나를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남편이며 자상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아빠입니다. 어머니 잘 챙기는 효자아들이기도 하구요. 우리 가족 개개인이 가진 삶의 결을 잃지 않게 해 준 나무 같은 사람입니다. 집에서도 늘 원칙을 지키는 가장이죠. 가족을 생각하지만, 가족만을 위하거나 가족을 앞세워서 뭔가를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 할 때 언덕 작은 빌라에 살았는데요. 평지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택청약저축을 하겠다고 문 후보에게 말했더니 호통을 치더군요. 그렇게 큰 소리는 처음이었습니다. 무주택자에게 주는 국가정책인데 집 있는 우리가 해선 안 된다는 거였죠.

민주원: 남편이 결혼 초반에 일밖에 몰라 가정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도움 받지 못하고 저 혼자 일에, 가사에, 육아를 모두 책임져야 했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지쳤었죠. 제 인생에서 30대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감 생활이 남편을 변화시켰어요. ‘가정도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며 사과하더라고요. 나와서는 애를 많이 썼어요. 아이들과 자전거 타다가, 애들 학교 축구대회에 출전했다가 뼈가 여러 번 부러졌어요. 도지사가 되고 여성주의 공부를 시작했는데, 젠더감수성을 키우고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도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신이 이제까지 반쪽짜리 창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줄 몰랐다고요. 남성 패권적 질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왔다는 자각을 한 거죠. 게다가 경력단절여성이 된 저를 보며 느낀 점도 많았다고 하고요.

이순삼: 모래시계 검사, 국회의원, 당대표 경력 때문인지 집에서도 굉장히 엄격하고 가부장적일거라고 보시는데, 사실은 정반대예요. 아들이 둘인데 세 남자가 너무 친해서 제가 질투할 정도입니다. 애들이 외국에 있을 때도 수시로 통화하고 어떨 때 보면 친구 같아요. 남편은 저한테도 웬만하면 져주려고 해요. 워낙 강직하고 추진력 있는 모습으로만 비치기 때문에 자상한 아빠, 배려심 깊은 남편의 모습은 가려져서 남편이 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승배: 저희 신혼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서울 역촌동 반지하에서 시작했는데 출판사 등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무실에 딸린 방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저는 심후보가 가정사에 신경쓰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심후보는 워킹맘으로서, 낮밤 없이 강도 높은 그 현장에서 많은 눈물을 삼켰을 텐데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해줘서 감사하죠. 심후보는 ‘슈퍼우먼’의 허위의식을 일찍 깨달았다고 하지만 항상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세 식구는 좋은 친구처럼 서로 배려하고 협력합니다.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부인 민주원 씨 ⓒ뉴시스·여성신문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부인 민주원 씨 ⓒ뉴시스·여성신문

3.대선을 앞두고 여성들에서 많이 듣는 얘기는 무엇입니까?

김미경: 엄마들의 고민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보육·교육과 연관된 것이에요. 공공보육을 확대하고,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 교육의 문제는 물론, 제대로 된 성교육과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 등이 필요합니다. 또 학교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각자 재능과 강점을 살린 꿈을 찾아서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해요. 또 경제적 부담, 경력단절 등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요. 자녀를 갖고 싶은 젊은 부부들이 망설임 없이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게 공보육체계를 확립하고 사회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숙: 문후보가 말하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서 여성의 삶은 어떻게 바뀌는지 많이 궁금해 하세요. 이상적이거나, 철학적인 얘기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의 변화를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결혼을 하든 안하든, 아이가 있건 없건 일을 하든 안하든 어떤 선택이든 차별하지 않고, 모든 여성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일하는 여성들에겐 ‘독박육아라는 말이 사라진다’라고 대답해요. 딸과 며느리가 결혼 후에 육아를 시작으로 삶이 완전히 변한 모습을 봐요. 결혼 전엔 사회구성원으로서 남자와 동등하게 생활했는데 말이죠.

민주원: 일명 독박육아로 고생하는 직장맘들이 인생선배로서 조언을 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는 첫째 ‘역할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라’고 말합니다. 이미 아내로서의 삶도, 엄마로서의 삶도 자신의 삶입니다. 일단은 그것을 소중히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둘째는 슈퍼우먼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다 소화하며 사는 사람은 없어요. 자기가 할 수 있고, 즐거운 만큼만 하면 돼요. 그러나 이 문제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큼 사회구조적인 해결책이 최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우먼은 있어선 안 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엄청난 가사노동 속에서 여성에게 주체적인 삶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이순삼: 경남의 어떤 여성단체에서 남편이 특강을 했는데 한 분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나도 저렇게 똑똑한 사람하고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고요. 같이 있는 분들이 다 같이 크게 웃었습니다. 매사에 워낙 빈틈이 없고 논리적으로도, 또 일의 결과에 있어서도 당신 스스로 완벽이 아니면 안 되는 성격입니다. 경남도정을 통해 그런 면이 많이 알려지면서 지금처럼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저희 남편 같은 강한 지도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남편은 항상 위기는 곧 기회라고 말을 했어요. 저도 지금의 위기가 우리나라에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승배: 유능하나 사회가 기회를 주지 않는 고달픈 청년들의 하소연이 많습니다. 워킹맘이나 전업주부, 예비맘들의 고통은 무시되기 일쑤다라는 말씀도 많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힘든 국민들의 아우성이 온통 가득합니다. 특히 저희 지역 고양시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일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심상정 후보면 민심을 충실히 반영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나타내십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예비후보와 부인 이순삼 씨 ⓒ홍준표캠프
홍준표 자유한국당 예비후보와 부인 이순삼 씨 ⓒ홍준표캠프

4. 배우자의 여성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뽑는다면?

김미경: 안철수 후보는 여성을 정책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보고 근본적으로 성평등 공약의 큰 패러다임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평등임금공시제, 가족돌봄휴직기간 확대, 성평등 육아휴직제뿐만 아니라 성평등인권부로 확대 개편, 성평등 개헌이 있어요.

김정숙: ‘더불어 평등’즉, ‘더불어 일하고, 더불어 돌보고, 더불어 지키며, 더불어 나누자’입니다. 남편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가사 육아, 여성폭력 등 모두가 중요한데 특히 100대 64인 성별임금격차 해소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성이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고, 여성이 주로 하는 돌봄노동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과 관련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여성들의 경제력은 지체되고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은 어려워요.

민주원: 가정양육수당을 두 배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마음에 듭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대한 차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저출산 현상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기보다 ‘행복한 부모,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보는데, 그 생각에 저도 동의해요. 보육이 여성만이 아니라 부모 모두의 책임이고, 나아가 그것이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순삼: 남편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민입니다. 남편이 국정을 맡게 된다면 서민경제, 서민복지가 국정의 최우선 정책이 될 겁니다. 여성정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국가정책이 현실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말씀을 많이 했어요. 출산정책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십수년 간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잖아요. 남편은 일자리가 곧 복지라고 말합니다. 여성정책도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둘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배: 육아정책, 일명 ‘슈퍼우먼 강요방지법’입니다. 정상적인 출산·육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의 책무인데 지금까지 여성만의 책임으로 인식했습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제자리이고,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 해내는 ‘슈퍼우먼 이데올로기’를 강요해 왔습니다. 워킹맘의 건강과 안정적인 일자리도 보장되어야 하고, 남성 육아 휴직도 제도화(일명 ‘파파쿼터제’)되어야 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부군 이승배 씨 (신혼여행 당시) ⓒ심상정 의원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부군 이승배 씨 (신혼여행 당시) ⓒ심상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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