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의 공간에서 때로 여성혐오의 전쟁터로 변하는 트위터

10대 유투버부터 배우, 작가, 장애인운동가까지 다양한 여성들 반격

 

트위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페미니스트들. 왼쪽부터 케이틀린 모란, 한나 위튼, 엠마 왓슨, 조안 롤링. ⓒ각각 트위터 프로필
트위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페미니스트들. 왼쪽부터 케이틀린 모란, 한나 위튼, 엠마 왓슨, 조안 롤링. ⓒ각각 트위터 프로필

지난 2월 트위터는 온라인상의 악성 사용자 ‘트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용자들이 악성 트윗에 표시를 붙이고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폭력성 콘텐츠를 찾아내 차단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인종차별이나 여성혐오 등의 공격을 일삼는 악성사용자 ‘트롤’은 SNS의 골칫거리이자 트위터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여겨지고 있다. 온라인 공격 때문에 유명인 한 명이 트위터에서 탈퇴하면 많은 팬들이 함께 떠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화와 소통의 도구로 출발한 트위터는 때로 트롤이 활개 치는 공격무대가 되며 이 때 페미니스트 유명인은 트롤의 가장 큰 먹잇감이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마셔블닷컴이 소개한 ‘트위터 전쟁에서 살아남은 13명의 페미니스트’를 비롯 해외 언론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페미니스트 트위터리안의 촌철살인 메시지를 모았다.

 

케이틀린 모란이 말하는 페미니즘의 법칙. ⓒ케이틀린 모란 트위터
케이틀린 모란이 말하는 페미니즘의 법칙. ⓒ케이틀린 모란 트위터

“페미니즘의 법칙: 1)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다 2)헛소리는 집어 쳐 3)그게 다야.”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의 저자인 케이틀린 모란은 영국에서 가장 ‘핫한’ 인기 칼럼니스트이다. 솔직한 페미니즘으로 유명한 그답게 페미니즘에 대한 간단한 정의로 트롤의 공격을 차단해낸다.

 

샤피 콜산디의 세계여성의날이 필요한 이유. ⓒ샤피 콜산디 트위터
샤피 콜산디의 세계여성의날이 필요한 이유. ⓒ샤피 콜산디 트위터

이란 출신이 영국 코미디언 샤피 콜산디는 ‘영어로 연기하는 초심자 가이드’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영국에서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는 이방인의 정착기를 담아냈다. 백인 배우 조셉 파인즈가 마이클 잭슨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을 비판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트위터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여성 문제를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그는 세계여성의날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트롤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왜 세계여성의 날이냐고?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여전히 여성할례가 벌어지고 교육을 차단당한 여성들이 있으며 여성에 대한 강간이 전쟁무기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야.”

 

동료를 공격한 언론에 반격하는 한나 위튼. ⓒ한나 위튼 트위터
동료를 공격한 언론에 반격하는 한나 위튼. ⓒ한나 위튼 트위터

30만 명 이상의 구독자수를 가진 10대 인기 유투버 한나 위튼은 영 페미니스트의 새로운 등대로 불린다. 유투브라는 새로운 미디어 안에서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성인다운 행동에 대한 영상을 나누며 페미니스트 북클럽과 팟캐스트도 시작하고 4월 6일 첫 소설 ‘두잉 잇’의 출판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동료 유투버 조엘라에 대해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외설적 사진’이라고 하자 이에 반발하며 긴 셔츠에 팬티만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이봐 @TheSun, 거기 있으면 내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논평해 보시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의류 매장에 휠체어 탄 마네킹을 설치하는 ‘마네퀄스(Mannequals)’ 프로젝트를 알리는 소피 모건의 트윗. ⓒ소피 모건 트위터
의류 매장에 휠체어 탄 마네킹을 설치하는 ‘마네퀄스(Mannequals)’ 프로젝트를 알리는 소피 모건의 트윗. ⓒ소피 모건 트위터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은 영국의 방송인 소피 모건은 장애인 운동가로 소외된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최근엔 패션 업계가 장애인을 보는 시선을 바꾸기 위해 매장에 휠체어 탄 마네킹을 설치하는 프로젝트 ‘마네퀄스(Mannequals)’를 시작하고 트위터를 통해 알리고 있다.

 

모두를 포함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파리스 리스의 트윗. ⓒ파리스 리스 트위터
모두를 포함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파리스 리스의 트윗. ⓒ파리스 리스 트위터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인 파리스 리스는 2012년 LGBT의 긍정적인 롤모델상을 수상할 정도로 영국 LGBT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트랜스젠더 페미니스트로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거침없이 설파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당신의 ‘페미니즘’이 유색인종, 트랜스젠더, 장애인, 성노동자와 빈곤여성 등을 배제한다면 당신은 평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원하는 것이다”라고 모든 여성을 포함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엠마 왓슨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연작 중 엘리노어 루즈벨트 동상 앞에서. ⓒ엠마 왓슨 트위터
엠마 왓슨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트위터에 올린 연작 중 엘리노어 루즈벨트 동상 앞에서. ⓒ엠마 왓슨 트위터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페미니스트 유명인 엠마 왓슨은 트위터리안으로서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2014년 히포시 캠페인 시작 때부터 트위터를 양성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세계여성의날에는 엘리노어 루즈벨트 동상, 거트루드 스타인 동상, 잔 다르크 동상, 해리엇 트루먼 동상 등 뉴욕 내 여성 위인 기념물 앞에서 페미니스트 서적들을 늘어놓고 찍은 사진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다.

 

조안 롤링이 트위터에서 공격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조안 롤링 트위터
조안 롤링이 트위터에서 공격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조안 롤링 트위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안 롤링 또한 트위터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에 “굿바이, 영국!”이라 하고 #RefugeesWelcome(난민 환영)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그는 특히 여성혐오적인 악성 메시지에 가차 없이 대응하는 모습으로 ‘트롤을 격퇴한 트위터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5년 세레나 윌리엄스의 6번째 챔피언에 축하하는 그의 트윗에 한 남성이 “윌리엄스의 성공 이유가 남자처럼 생겼다는 점은 아이러니다”라고 답변하자 롤링은 붉은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윌리엄스의 사진을 올리며 “남자처럼 생겼다고. 그래 내 남편이 드레스를 입으면 이런 모습이겠군. 이 멍청이야.”라고 응수한 사건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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