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적 대상화·성차별적 내용 담은

온라인 마케팅 잇따라 도마 위에

젠더감수성 부족한 업계 인식 문제

최근 여성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차별적 온라인 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광고들은 모두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남성에 종속된 수동적인 존재로 표현한다. 소비자들의 잇따른 지적에도 업계가 이 같은 남성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업계의 젠더감수성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잠팩토리 제품 광고, ‘그녀의 순수함에 때 묻히고 싶다’

 

‘그녀의 순수함에 때묻히고 싶다’라고 적혀 있는 과잠팩토리 광고. ⓒ과잠팩토리 온라인몰 캡처
‘그녀의 순수함에 때묻히고 싶다’라고 적혀 있는 과잠팩토리 광고. ⓒ과잠팩토리 온라인몰 캡처

대학 단체복인 점퍼, 롱패딩 등을 판매하는 과잠팩토리는 자사 사이트에서 판매 제품을 입은 여성모델 옆에 ‘그녀의 순수함에 때 묻히고 싶다’는 문구를 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광고는 흰색 롱패딩을 입은 여성모델이 오른손으로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모델 왼편으로는 ‘그녀의 순수함에 때 묻히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과 아무런 관련 없는 ‘성차별적 문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최지혜(24)씨는 해당 광고에 대해 “흰색을 여성의 순수함으로 연결 짓고 여성의 순수함, 즉 순결을 빼앗고 싶다는 남성적 사고방식의 광고문구”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김지현(22)씨도 “제품과 관계없이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저런 문구를 아무런 여과 없이 내보낼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잠팩토리 관계자는 “제품 관련 문구는 디자이너 차원에서 진행됐던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표현이 들어갔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홈페이지에서 당장 삭제하고, 수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메필 속옷 광고 ‘남친을 실망하게 만드는 여자의 6가지 속옷’

 

일본 속옷 브랜드 에메필의 ‘남친을 실망하게 만드는 6가지 속옷’ 광고. ⓒ페이스북 캡처
일본 속옷 브랜드 에메필의 ‘남친을 실망하게 만드는 6가지 속옷’ 광고. ⓒ페이스북 캡처

일본의 여성 속옷 업체 에메필은 자사 쇼핑몰 고객에게 ‘남친을 실망하게 만드는 여자의 6가지 속옷’이라는 광고메일을 발송해 여성의 구매 동력을 남성의 만족으로만 한정지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광고는 “오늘 에메필에서는 어떤 속옷이 남자들의 환상을 깨게 만드는지 소개해드립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속옷의 무늬가 너무 캐주얼한 경우’를 예로 들며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 있어서만큼은 서랍에 넣어두세요”라고 권한다.

또한 ‘너덜거리는 속옷’은 “왠지 아줌마 같다”는 느낌을 주고, 살색 속옷은 “뭔가 할머니 같다”는 느낌을 주는 ‘실망스러운 컬러’라고 표현했다. 중장년층 여성을 폄하하고 아줌마와 할머니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너무 과도하게 섹시한 디자인’은 “‘쟤 옛날에 좀 놀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며 “매번 섹시한 속옷을 입으면 (남친이) 점점 감흥이 떨어진다”고 했다. 여성의 성적 유희 추구를 비정상적인 행위로 묘사하는 ‘성녀-창녀 프레임’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또 ‘위아래 매치가 안 되는 속옷’을 예로 들며 “자기 자신을 케어 하지 않는 여자같이 보인다”고도 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본 이모(32)씨는 “왜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보호하고 지탱하는 목적의 속옷조차도 남성의 취향을 반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여성은 남성의 잣대와 취향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미림 페이스북 광고, 여자친구에게 “매일 미림으로 맛있는 요리 만들어줘”

 

롯데주류 요리용 맛술 미림은 지난 14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자친구에게 고백하는 남성이 “매일 미림으로 맛있는 요리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문구를 올렸다. ⓒ미림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롯데주류 요리용 맛술 미림은 지난 14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자친구에게 고백하는 남성이 “매일 미림으로 맛있는 요리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문구를 올렸다. ⓒ미림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롯데주류의 요리용 맛술 ‘미림’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지난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영화관에서 미림 주며 고백 성공! 매일 미림으로 맛있는 요리 만들어줘”라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광고는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매일 요리를 해달라는 멘트로 고백에 성공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이를 본 누리꾼들은 요리를 여성이 하는 일로 단정 짓고 성 역할을 고착화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진심으로 이게 광고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가?” “내가 해줄게라고 고백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자가 남자한테 고백한 걸 수도…” “요리는 여성만이 하는 일로 단정 짓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븐일레븐 혜리도시락 포스터, “엄마 쉬세요” “그래 나도 좀 쉬자”

 

작년 초 세븐일레븐 가맹점에 붙어있던 ‘혜리도시락’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작년 초 세븐일레븐 가맹점에 붙어있던 ‘혜리도시락’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세븐일레븐의 ‘혜리도시락’ 포스터에서도 성차별적 요소를 볼 수 있다. 이 포스터에는 세븐일레븐 도시락의 메인 모델인 가수 겸 연기자 혜리가 “엄마 쉬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엄마를 형상화한 캐릭터 옆에는 “그래 나도 좀 쉬자”라는 말풍선이 붙어 있다.

이와 관련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작년 초에 붙어있던 것이다. 혜리도시락이 출시되고 엄마를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포스터”라며 “성차별적 문구라기 보다는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자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모 기업이 성차별적 마케팅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지 한 달이 채 돼지 않았다. 이에 일명 ‘여성고객을 둔 마케터를 위한 체크리스트’까지 등장하며 여성 소비자들을 고려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는 달리 기업들의 젠더 감수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황유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광고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인식이 광고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나오는 것 같다”며 “이런 문제가 광고 기획 및 제작 단계에서 걸러지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젠더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전문인에 대한 교육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런 광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용자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