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대선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7.03.22 13:32
  • 수정 2017-07-12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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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상황 판단 능력은 여전히 부족

 

박근혜 변수 대선판 오염시키면

선거의 공정성 훼손될 우려도

지역주의 기승 부릴 수 있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21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와 조서 검토를 마친 후 2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뉴시스·여성신문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21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와 조서 검토를 마친 후 2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퇴거 9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13가지다. 핵심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433여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기 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원론적 수준의 짧은 입장을 밝혔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장 시간인 21시간의 고강도 조사(조서열람 포함)를 받고 귀가했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4번째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무겁고 착잡하다.

정치권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MBN·리얼미터가 박 전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1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69.4%)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당일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7.1%에 그쳤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역대 검찰의 행태를 보면 자신들이 정한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형평성 차원에서 본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000년 11월 7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에서는 재검표까지 할 정도로 각축이 치열했으나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1명을 확보해 현직 부통령인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266명)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런데 전체 득표에서 고어가 48.4%를 얻어 부시(47.9%)보다 54만3895표가 더 많았다. 따라서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현직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경쟁력이 입증된 고어가 다시 출마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고어는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자기가 출마해 다시 부시와 격돌하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대선이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또 다시 나라가 두 동강 나면 이번 대선은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박근혜 변수가 대선판을 오염시키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또 특정 세력이 맹목적으로 결집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더구나 정책 선거는 사라지고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진영 논리가 판을 칠 수도 있다. 선거의 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검찰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1997년 대선에서 선거 막판 김대중(DJ)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수사를 중단시켰다.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당연히 DJ는 검찰 수사를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만약 당시 검찰이 수사를 강행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호남 유권자들은 관권이 개입해 DJ를 낙선시키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극렬하게 저항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원칙이 중요해도 그 원칙이 선거의 기본 기능을 훼손시키고 엄청난 분열과 대립을 가져온다면 신중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바라보는 민심은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에서 “이게 나라다”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임하는 행태를 보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상황에 대한 판단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더이상 온정주의와 지역주의에 입각해 막 뽑지 말고 후보자들의 자질을 뼛속까지 검증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제대로 된 참모들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을 하늘처럼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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