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HeForShe)’ 운동이 불붙으면서 캠페인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에 양성평등 문화가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이 운동은 ‘히포시’ 선서를 한 남성들의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히포시란 직역하면 ‘여성을 위한 남성’을 말한다. 유엔 내 여성 권익 총괄기구인 유엔여성의 글로벌 양성평등 캠페인으로, 한국에서 여성신문이 ‘히포시 코리아’를 주관하고 있다. 유엔여성 친선대사로 위촉된 배우 엠마 왓슨이 이끌어온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히포시 시대를 연 남성들의 체험기, 양성평등 신념 등을 담은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나는 가사·돌봄노동 분담 얼마나 하나

남성적 특권 놓고 서로 의지하는

평등한 가족관계서 진짜 행복 경험

기혼부부에게 양성평등 실천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가사·돌봄노동 분담을 어떻게 하느냐다. 세상사람들이 보기에 아무리 근사한 모습으로 살아도 집안에서 제대로 된 가사·돌봄노동 분담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선적 삶이다. 그래서 가사·돌봄노동 분량을 측정하고 이를 어떻게 정확하게 분담해야 하는지 서로 의논도 하고 그러면서 묘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소진될 정도로 지나치게 분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나는 간신히 50%, 절반 부담하는 것이었다. 공평하게 반반 부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내 모습은 도우미 수준에 불과했다. 내가 좀 적게 하네 싶으면 그건 여지없이 거의 방관자나 다름 없었다. 한국 땅에서 남성적 특권을 수십년 누리면서 살아온 나같은 남성에게는 매우 불균형하면서 그래서 형평성 있는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남성으로서 내가 누리는 게 많았고 지금도 많다.

많은 것을 누리는 남성들끼리 모였을 때에는 우리가 누리는 특권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내 삶의 질 수준을 확 낮추는 결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가족 부양 부담을 혼자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가부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부담을 의식 차원에서도 던져버려야 무사히(?) 50∼60대를 넘기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감사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한창 사회활동을 할 시기에 가사·돌봄노동 분담마저 ‘지나치게’ 해야 균형 잡힌 인생을 살 수 있다. 남성적 특권을 내려놓고 서로 의지하는 평등한 가족관계에서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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