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폴리처(가운데) 포샤 대표와 이혜숙(왼쪽) 한동대 석좌교수,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젠더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넘자는 주제로 좌담을 가진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엘리자베스 폴리처(가운데) 포샤 대표와 이혜숙(왼쪽) 한동대 석좌교수,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젠더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넘자는 주제로 좌담을 가진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젠더혁신으로 파고를 넘자” 제안

젠더혁신(Gendered Innovations)이란 말이 한국에선 아직 낯설지만 선진국들은 젠더혁신을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하나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젠더혁신이란 성과 젠더 차이를 고려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젠더혁신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와 관련된 토론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젠더혁신연구센터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선 젠더혁신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폴리처 영국 포샤(PORTIA) 대표가 강연자로 참석했다. 폴리처 대표는 2011년 젠더 서밋을 창립하고 이후 세계로 확산시킨 전문가로, 젠더서밋에선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성별에 따른 연구결과 차이를 공유하고 논의한다.

폴리처 대표와 문 의원, 이혜숙 한동대 석좌교수(한국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가 젠더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넘자는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이들은 “젠더혁신은 연구의 수월성과 창조성을 높이고 남녀 모두에게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려는 노력”이라며 우리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아래는 좌담 요지.

 

엘리자베스 폴리처 영국 포샤 대표 

“구글 음성인식, 남성에게 더 효과적

ICT) 개발자들 젠더 차이 고려해야”

폴리처 대표=유럽연합(EU)과 소속 국가들은 젠더혁신을 확산할 수 있는 법제도를 갖추고 있다. 2014년 시행된 EU 호리존2020 사업에서 젠더분석 방법론의 설정이 연구비 지원의 주요 심사항목으로 채택됐다.

이혜숙 석좌교수=성·젠더를 고려한 제품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예컨대 질레트사는 여성전용 면도기를 내놓은 후 미국과 유럽시장 점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포 차원에서부터 뇌신경 등 바이오 생명과 보건의료 전 분야에서 젠더 역할에 남녀 차이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와 혁신을 무기로 중소·중견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연구개발 상품화 지원 사업 등에서 젠더차원 반영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 사업 제안부터 평가까지 젠더 혁신 방안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폴리처=구글 음성인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또 가상현실(VR) 체험기기는 여성에게 더 멀미를 많이 일으킨다. 자동차가 남성 위주로 설계돼 사고가 났을 때 여성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신약개발 과정에 남성 중심으로 임상 시험이 이뤄지다보니 여성에게 부작용이 나타난다.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자들이 젠더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학기술 연구상 ‘사람’ 아니라 한쪽 성별

젠더혁신 ‘사람 위한 연구’로 자리 잡아야”

문미옥 의원=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구성과의 질을 높이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젠더혁신 연구는 과학기술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인 2013년부터 과학기술 젠더혁신을 확산시키고 정책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기업 상품 개발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성 연구자를 뽑으면 그 회사가 개발, 출시하는 상품에 여성 소비자군 요구가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다. 한쪽 성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과학기술 연구상은 ‘사람’이 아니라 한쪽 성별이었다. 젠더혁신 연구가 ‘사람을 위한 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 중심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산업 발전에서 사람이 산업 발전에서 소외될 수 있다, 경제적 목적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가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남성중심 사고를 하는데 여성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폴리처=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에 기반을 두는데 테크놀로지 분야에 여성이 적어 걱정스럽다. 여성과 남성은 다르게 사고하고, 그런 차이점이 모여 창조성이 나온다. 여성의 시각, 여성의 관점이 들어가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 그런데 여성 비율이 20% 미만이라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집행될 수 있다. 여성에게 불리한 테크놀로지 발달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혜숙=그동안 동물 실험도 수컷 위주로 해서 문제가 많았다. 암수를 고려해서 써야 한다고 했더니 과학자들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 하지만 실제 연구해본 사람들 얘기로는 수컷 쥐와 암컷 쥐를 놓고 볼 때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수컷 쥐는 싸우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암컷 쥐는 조화롭게 지내니까 과학자들이 염려하는 데이터의 불안정성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풀리처=맞는 말이다. 예컨대 나사의 경우 우주인 트레이닝이 어려운데 극지방에서 훈련받을 때 여성끼리 팀을 만들면 협력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잘 극복하는데 남자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경쟁하는 측면이 강하다. 남녀가 함께 하면 협력이 잘 이뤄진다. 그래서 세계가 직면한 어려운 사회문제를 풀 때는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 다른 관점이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남녀의 관점이 융합되고 결합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상이 훨씬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혜숙 한동대 석좌교수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 사업 제안부터

평가까지 젠더 혁신 방안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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