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지만 저는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에 책임 있는 사람 아니냐고 하는데 진보 정치인들이 입 꼭 다물고 있을 때 저는 10년간 박 대통령에게 할 말 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지만 저는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에 책임 있는 사람 아니냐고 하는데 진보 정치인들이 입 꼭 다물고 있을 때 저는 10년간 박 대통령에게 할 말 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민표 여성공약

육아휴직 3년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급여 60%로, 200만원 상향 조정해야

 

가정양육수당 인상

0∼23개월 양육수당 40만원으로

24∼35개월 20만원으로 두 배 인상

 

공교육 정상화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해야

공교육 평준화하고 사교육 축소

 

노동시간 단축

칼퇴근 보장, 돌발노동 금지 사회로

최소 11시간, 임신부 13시간 휴식

“여성가족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한다고? 보좌진이 내 입장을 그리 전했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여가부는 해체돼야 한다.”

대선 주자 릴레이 인터뷰 취재차 만난 유승민(59) 바른정당 경선 후보는 여가부 해체에 대해 강한 입장을 보였다. “여가부가 출범한지 16년이 됐지만 여성인권 신장이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에 대해 묻자, “그게 자랑인가? 나야말로 모태 페미니스트”라고 한 마디를 보탰다.

“나는 모태 페미니스트”

그의 공약은 세다. 특히 비정규직 공약은 진보 진영에서 “유승민이 판정승”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다. 공약만 보면 야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선을 긋는다는 점에선 보수 후보가 분명하다. “성평등이란 단어보다 양성평등으로 표현해 달라”는 게 그의 말이다.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서 나고자란 그는 가부장일까. 유 후보는 “경상도 북부 지역이 가부장이고 여자를 우습게 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저보다 훨씬 가부장적인 서울 사람들도 많이 봤다”며 웃었다. 외동딸 덕에 ‘국민장인’이란 별칭을 얻은 그는 “여성이 대한민국을 구할 것”이라며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여성을 차별하는 낡은 제도를 없애야 한다. 관행으로 존재해온 유리천장이 깨져야 한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세운다는 건 여성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87년 체제가 30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믿는 국민은 드물다. 여성이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고, 공정하게 대접받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내놓은 여성공약을 보고 왜 보수 후보가 이런 얘기를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더라. 대한민국 공동체가 저출산 양극화로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게 새로운 보수의 역할이다. 기존 보수가 하듯 아이 낳고 결혼하는 것은 개인 문제라는 인식으로는 해법이 없다. 보수혁명이 절실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육아휴직 3년법을 내놨다.

“육아휴직제도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만 쓸 수 있는데 만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 대상을 늘려야 한다.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하고, 최대 3회 나눠 쓸 수 있도록 했다.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상한선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공약이 큰 축인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5년 현재 연간 2113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다.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현 정부의 공약이 지켜질 것으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믿는 국민도 없다. 칼퇴근 정착, 돌발노동 금지의 사회로 바꿔 나가야 한다.”

-여성공약 중 저출산과 관련된 게 많다.

“저출산을 해결하려고 10년간 100조 원 넘는 예산을 퍼부었는데 출산율이 꼼짝을 안 하고 있다. 저출산은 저성장과 맞물려 있다. 경력단절이나 일․가정 양립과 맞물려 있다. 이걸 해결 못하면 대한민국은 재앙에 빠진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에 대해 묻자, “나는 모태 페미니스트”라며 가볍게 웃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에 대해 묻자, “나는 모태 페미니스트”라며 가볍게 웃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민표 여성공약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다.”

-최우선 여성 과제는.

“역시 육아다. 저출산이야 여자만의 의무도 아니고….”

-육아휴직 3년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강화하는 부정적 효과가 난다는 시각도 강하다. 서유럽은 가능한 1년 내외로 육아휴직을 짧게 하고 유연탄력근무 여건 개선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저 역시 유연탄력근무제를 찬성한다. 서유럽은 국공립 보육시설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한국에선 일하는 여성이 가장 믿을만한 육아 담당자가 아빠, 엄마를 제외하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다. 국공립 보육 시설이 열악한 한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육아휴직 3년은 3년을 다 쓰라는 게 아니다. 개인 사정에 따라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육아휴직 3년이 비현실적이라는데 이미 공무원, 교사들은 다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돌발 노동 금지와 칼퇴근 공약이 화제다.

“최소 휴식시간을 11시간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임신부는 13시간 이상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육아 때문에 미취학 아동을 육아해야 되는 부모는 12시간 이상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학자 출신답게 논리적인 화법의 그는 책상에 메모지를 놓고 기자의 말을 천천히 메모하면서 답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육아휴직을 길게 안 간다. 프랑스가 가장 긴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나라들과 보육을 비교할 수 없다. 경력단절 강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육아휴직이 해고 사유가 되거나 인사나 승진상 불이익을 받는다면 기업에서 고쳐나가야 한다. 역대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역마다 완벽히 국공립 시설을 해놨으면 육아휴직을 1년 이상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양육수당 인상 공약도 내놨다.

“집에서 키우는 비율이 더 높은 0~23개월 영아의 양육수당은 40만원, 24~35개월 영아는 2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인상하겠다. 가정양육수당을 올려 부모의 보육 선택권을 높이겠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 부모들이 손해 보는 느낌을 갖지 않아야 한다. 물론 유치원 원장들은 싫어하겠지만….”

-재원 대책은.

“제가 늘 얘기해온 게 ‘중부담 중복지’다. 지금의 저복지 체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정도는 중복지로 가자. 그런데 중복지로 가려면 세금을 더 내야 된다. 가진 자부터, 돈 잘 버는 대기업부터 세금 더 내야 한다. 곧 공약을 통해 재원 대책도 말씀드리겠다.”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 폐지를 약속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외고 폐지 공약을 했는데 엉터리 공약이다. 교육감 권한이 아니다. 중앙정부, 교육부만 할 수 있다. 선거 때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외고 폐지한다고 해놓고 하나도 못 지켰다. 자사고, 외고 전체 합치면 최대 15% 안팎인데 나머지 85% 일반고는 교육현장이 아니다. 교육이 황폐해졌다. 일반고 학생들은 공부 잘하려면 학원 다녀야 한다. 우리 같이 영어 배우는 데 돈 많이 쓰고 엉터리로 배우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자사고, 외고 다 폐지하고 평준화해서 학원에 가는 수요를 일반고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공교육을 평준화해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

-비정규직 공약이 주목받았다.

“제가 진보 후보들보다 비정규직 대책이 더 세다. 보수-진보 문제로 안 보기 때문에 그렇다. 비정규직 차별 금지를 법으로 정하고 떠든지 10년도 더 넘었다. 갈수록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아지고 차별은 벌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사용사유제한을 해야 한다. 업종·기업규모별로 비정규직 고용 상한선을 정해 비정규직을 줄이고, 대기업·공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상시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할 것이다. 아예 강제로 해야 한다.”

“나는 개혁적 보수다”

유 후보는 재벌을 위하고 외고, 자사고를 보내는 부모를 보호하는 게 보수라면 자신은 보수가 아니라고 했다. “제가 개혁적 보수를 내세웠는데 구호만 그런 게 아니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이제까지 해온 예산만 떼놓는 정책으로는 안 되니까 섬세하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자, 재벌 위주 성장으로는 일자리도 안 생기니 개혁하자는 것이다.”

-진보 후보와 다른 점은.

“진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하고 이상적이다. 저는 기본소득을 이야기 안 하는데, 진보는 국민 기본소득을 진행해서 법인세 30%를 올린다고 한다. 그건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속도에서 다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민주 후보는 제2의 박근혜”라며 “친구로 사귀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대통령을 하기에는 부적격자다. 정책을 펼칠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민주 후보는 제2의 박근혜”라며 “친구로 사귀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대통령을 하기에는 부적격자다. 정책을 펼칠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의라고 생각한다. 늘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왔다. 공화국의 가장 핵심 요소가 정의다.”

-탄핵 집회에 한 번도 안 나간 이유는.

“촛불 집회에 나가는 것은 시민의 자유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 하는데 바른정당이 없었으면 탄핵 안됐다. 제가 대통령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광화문에 가야만 민심을 읽는 것은 아니다.”

-보수 단일화를 말한다.

“지금 민주당 후보, 안철수 후보까지 합치면 지지율이 100인데 정상이냐? 박 대통령 탄핵 후 이제 국민이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1대1로 붙어도 승률이 낮은데 보수 후보 여러 명이 붙으면 선거 해보나마나 아니냐. 국민이 ‘박근혜 싫으니 무조건 바꿔’ 하시면 묻지마 투표로 가는 거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사람을 정리하지 못하면 합치는 건 어렵다. 친박 세력 중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을 승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의 다수가 되면 보수 단일화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다른 당 후보들을 촌평해 달라.

“문재인 후보는 제2의 박근혜다.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국회의원 4년 한 것 빼고는 그냥 평범한 변호사였다. 공무원 81만 명을 5년 안에 채용한다는데 지금 공무원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합쳐 100만 명이다. 지금도 청년들의 꿈이 9급 공무원인데 그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 군복무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한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나. 자문교수가 1000명이 된다고 한다. 거기에서 해당 공약을 줬겠지…. 문 후보는 정책을 펼칠 능력이 없다. 친구로 사귀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대통령을 하기에는 부적격자다. 그래서 위험한 선거라는 거다.

안철수 후보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내지는 개혁이라고 했는데 경제나 안보 외의 분야에 대해 비판할 건 별로 없다. 정책은 개혁적 마인드는 있는 것 같고…. 안보는 걱정스럽다. 사드 문제만 해도 국민의 당 당론은 반대다.”

-유 후보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박 전 대통령이다. 진보 쪽에선 박근혜 정부 탄생에 책임 있지 않느냐며 ‘똑같은 사람 아니냐’고 공격하고, 보수는 배신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헌법재판소가 결론 냈다. 저는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은.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가 대구에도 계신다. 한일 합의는 무효화하고 재협상해야 한다. 10억엔은 돌려주고 화해치유재단은 해체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다른 조직을 만들면 된다.”

-여가부에 대한 입장은.

“해체해야 한다. 여성정책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여가부를 아무리 확대해도 모든 여성정책을 그 안에 둘 수 없다. 진짜 여성정책의 주무부처는 다 따로 있지 않느냐? 다른 정부 부처들이 여성에게 해야 할 일을 조금씩 가져와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가족 등 조금씩 떼어서 생긴 게 여가부다. 지금 여가부가 있으면 오히려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없다. 여가부같이 작고 힘없는 부처, 예산도 얼마 없는 부처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다른 정부 부처가 훨씬 더 큰 국이나 실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제가 무슨 억한 심정이 있어서 여가부를 없애겠나? 저만큼 차별 금지와 진짜 일가정 양립을 위해 근본적으로 고민한 사람 없는데 제가 왜 여가부 폐지하자고 하겠나. 여가부를 그대로 둔채 정치인 출신에게 장관 자리 주는 방식으로는 여성정책이 제대로 설 수 없다.”

유승민이 걸어온 길

1958년 대구광역시 생

삼덕초, 대륜중,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1987∼2000)

재단법인 여의도연구소장(2000~2003)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18∼20대 대구동구(을)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2005)

한나라당 최고위원(2011)

국회 국방위원장(2012~2014)

새누리당 원내대표(2015)

 

바른정당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른정당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