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25일 대선 지지후보 결정 후 당선운동

“일자리가 복지… 좋은 일자리 360만개 만들라”

“조합원 총투표로 대선 지지 후보 결정…

노동의 가치 아는 친노동자 정권 세우겠다”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19대 대선은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 일방적인 노동개악 정책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19대 대선은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 일방적인 노동개악 정책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대 대선은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 일방적인 노동개악 정책을 심판하는 선거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노동개악을 했어요.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노동개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박 전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입니다.”

김주영(56) 한국노총 위원장은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가 앉은 자리 뒤편에 걸린 ‘100만 조합원 총투표 정권교체! 사회개혁!’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탁자에는 일하는 노동자를 상징하는 작은 손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노동운동은 진보운동… 난 중도진보”

87년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이 열린 순간에 한국노총 수장을 맡았으니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았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 도전을 어떻게 이겨낼 지가 내게 주어진 숙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1월말 공식 업무를 시작한 그는 40여일 가까이 바쁜 행보를 이어왔다. 영어의 몸이 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만났다. 그는 “한 위원장은 광장의 목소리를 1년 앞서 외치다 감옥에 갔다”며 “그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의 희생이 있었다. 모든 것이 촛불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불합리를 해소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양대 노총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됐을 때 일부 언론은 그를 온건·중도개혁파로 분류했다. 김 위원장은 “온건보수, 강경진보라는 이분법은 어폐가 있다”며 “노동운동은 그 자체로 진보운동이다. 색깔론이나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에서 민영화나 비정규직, 아웃소싱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 문제 등을 실천적으로 해결해오면서 살아왔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도진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요즘 100만 조합원 총투표 준비를 위해 현장을 순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정책연대 후보를 정한 뒤 한국노총의 노동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하고, 당선 후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에 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통해 4월 10일부터 25일까지 19대 대선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전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앞서 3월 22일 오후 1시반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5000여명이 참석하는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를 연다. 이날 대회에서 한국노총은 유력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각 후보의 정책 공약을 듣고 한국노총 노동정책요구안을 전달해 후보들의 수용을 촉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친노동자 정권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만 노동자의 일과 삶이 바뀌어야 한다. ‘리셋 코리아’의 핵심에 노동이 있다”며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노동현장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 존중 시대로 첫발을 떼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교수를 꿈꾸던 스무살 청년은 노동운동가가 됐다.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졸 공채로 한전에 입사했다. 흔한 연예계 농담처럼 “한전에 들어올 생각은 ‘1’도 안했는데 친구들의 권유로 시험 쳤다가 다 떨어지고 혼자 합격했다”고 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교수를 꿈꾸던 스무살 청년은 노동운동가가 됐다.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졸 공채로 한전에 입사했다. 흔한 연예계 농담처럼 “한전에 들어올 생각은 ‘1’도 안했는데 친구들의 권유로 시험 쳤다가 다 떨어지고 혼자 합격했다”고 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

“재벌개혁이다. 재벌들이 원청으로 하청을 다 쥐어짜서 자기네 이익을 가져가고 하청들은 정말 먹고 살만큼만 줬던 것 아니냐. 1, 2차 밴드까진 그나마 나았다. 대기업이 이윤도 많이 가져가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서 골목 상권이 죽고 영세 기업들이 도산했다. 기술 탈취 같은 온갖 행태가 일어났다. 재벌들은 감세를 해줬다. 그런데 서민들의 유리지갑은 갈수록 얇아졌다.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4법과 2대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을 평가해 달라.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 38만개를 만든다고 했는데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다.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키고, 파견 업종을 늘리고, 장시간노동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업무부적격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통상임금 기준 정비,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로 밀어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선 800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재벌의 돈을 받고 민원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 정책을 펼쳐왔다.”

-대선 주자들의 노동공약을 평가해 달라.

“노총 대선요구안과 비교하자면 정의당이 가장 가깝다. 문재인, 유승민, 안철수 후보의 공약도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 있다. 나중에 공개질의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질의하고 분석·평가 과정을 거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의 일자리공약은 어떤가.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행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다.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 불안에 대해 책임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한국노총은 좋은 일자리 360만개를 만들라고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공공부문 등에서 좋은 일자리 90만5000개를 만들고 공공부문 40만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신규일자리 60만개 창출, 연기금 공공 투자를 통한 170만개 일자리 유지를 통해 좋은 일자리 360만개 창출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 발전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조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이 노동자들에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미래지향적 노동운동을 고민할 때다. 일자리 감축 속도가 일자리 창출 속도를 훨씬 초과해 고용 없는 성장이 깊어질 것이다. 기존의 고용 관계가 파괴되고, 정상적 고용 관계의 사각지대가 늘어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 속도는 더딘 편이다. 지금이라도 논의가 필요하다.”

-노사정 대화 구도가 노동계에 불리하다고 지적해왔다. 차기 정부 노사정 참여에 대한 입장은.

“완전 탈퇴는 아니지만 불참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노동단체들의 무덤이 된다면 참여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사용자 편향적이고 친정부적인 분들만 공익위원으로 들어가니 합의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자문기구 지위에 있지만 예산과 인력, 의제 설정이나 합의 이행 등 사업 운영 시 고용노동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고, 정권 성격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사회적 대화 기능이 사실상 실종됐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전면 개편해 법률에 의한 상설 정부위원회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 38만개를 만든다고 했는데 일자리를 늘리는데 실패했다.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키고, 파견 업종을 늘리고, 장시간노동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선 800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재벌의 돈을 받고 민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주영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 38만개를 만든다고 했는데 일자리를 늘리는데 실패했다.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키고, 파견 업종을 늘리고, 장시간노동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선 800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재벌의 돈을 받고 민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식 세대에 비정규직 물려줘서야….”

경북 상주생인 그는 원광대 전기공학과를 마치고 대졸 공채로 한전에 입사했다. 흔한 연예계 농담처럼 “한전에 들어올 생각은 ‘1’도 안 했는데 친구들의 권유로 시험 쳤다가 다 떨어지고 혼자 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이 바뀌었다. 대학교수를 꿈꾸던 스무살 청년은 노동운동가가 됐다.

‘일중독자’라는 평을 듣는 김 위원장에게 노조운동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물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국민이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력 분할 민영화 정책을 노조 힘으로 중단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가지 않은 길’을 두고 후회해본 적은 없다. 노동운동이 역사를 진보시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정규직이지만 자식 세대가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노동운동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후손에게 물려줘 다음 세대에 인생 역전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제가 노동운동을 해온 이유다. 비정규직 직군이던 한전 콜센터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당신의 여동생, 아들딸들이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고용불안을 겪는다면 내버려두겠느냐’고 설득했다. 그게 먹혀들어갔다.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과거보다 많이 끊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복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