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레시피 ‘당신의 이력서를 보여주세요’ 15.

 

Q. 입사한지 2년이 안 된 신입사원입니다. 작은 규모의 연구소인데 이번에 팀장님이 퇴사를 하세요. 야근도 많고 출장도 잦은 데다 팀 간에도 업무분장도 명확치 않은 곳이라 앞으로 더 험난한 회사생활이 예상돼 걱정이 됩니다. 팀장님께 말씀드리니 ‘공부를 다시 해보는 건 어떠냐’고 추천하세요. 이쪽 분야에서 연구를 하려면 학위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요.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해야 할지 좀 더 참고 계속 다녀야할지 고민입니다. 공부만 하자니 또 한편으로는 경력단절이 고민이고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대안 없는 사표는 나만 손해

요즘 청년들의 취업난이 정말 심각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청년층(15~24세)의 실업률이 10.7%까지 올랐고, 실질실업률로 따지면 30%를 넘을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리나라 청년 세 명 중 한 사람은 실업상태에 있는 셈이지요. 제가 성희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걱정하는 것처럼 경력단절 이후에 이력서로 보여줄 수 있는 뚜렷한 자취가 없다면 재취업이 그만큼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성희님의 ‘이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에는 우선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명확한 계획이 없다면 우선은 버텨보세요.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하는 청년여성들에게 저는 ‘확실한 대안 없이 무작정 관두지 말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게다가 질문 내용으로 보아 성희씨는 앞으로도 연구 분야에서 계속 일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일하더라도 내가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는 회사생활에서 의외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첫 직장에서의 2년이 안 되는 경력은 조직적응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니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좀 더 버텨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두 번째, 공부가 필요하다면 일과 병행할 수 있는 특수대학원을 알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모든 일에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희씨는 연구회사에 재직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면 관련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은 성희씨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이 기회에 공부나 해볼까’ 하는 것보다는,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이런 분야의 지식이 더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설 때 도전하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학위를 딴 뒤에도 진짜 커리어에 활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운 좋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지요. 적응하기 쉬운 조직문화도 있는 반면, 전혀 새로운 내부문화를 가진 곳에서 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같은 경우는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시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성희씨 나름의 전략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과 잘 맞으면 좋겠지만, 잘 안 맞는 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가 상사이고 내가 부하직원인 관계라면 그 위계의 차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는 업무관계에서 나의 역할은 분명히 하되,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윗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가장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죠. 또는 마음이 잘 맞는 다른 동료를 만드는 것 역시 나의 스트레스 집중도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든든한 동료 한 명만 있어도 회사생활에 힘이 되니까요.

그러나 만일 이런 인간관계 때문에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상태라면, 회사에 보직변경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사 다른 부서, 팀에도 관심을 갖고 옮겨갈 자리를 잘 살펴보세요. 의외로 다른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와 멋진 팀웍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성희씨가 자신의 인생과 경력개발의 과정에서 이런 난관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돌파해 내기를 바랍니다. “누구 때문에, 사정이 이래서 이러저러한 조건이 여의치 않아” 직장을 떠나는 경우는 쉽게 경력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스스로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대안을 마련한 다음 이직을 결행하기를 바랍니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제 의견에 찬성표를 몰아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