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50 남녀동수 내각 

청와대와 내각부터 성평등 실현하겠다

임기 초 30% 시작해 임기중 동수내각

 

이재명표 여성공약

8시간 노동 보장, 육아휴직 급여대체율 80%↑

모든 산모에 산후조리비 100만원 지원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반대’

여가부 명칭 성평등부 전환하고

부처 지향과 정체성 명확히 해야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나중에’라는 말로 소수자의 발언권을 막은 문재인 후보와 분명한 노선 차이를 드러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나중에’라는 말로 소수자의 발언권을 막은 문재인 후보와 분명한 노선 차이를 드러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재명(53) 경기 성남시장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정치인이 있을까.

그는 19대 대선의 다크호스다. 지난해 말에는 지지율이 18%까지 치솟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손가락 혁명군’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 잠룡으로 떠오르긴 했어도 탄핵 국면에서 나온 지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선명한 메시지로 대응한 덕이라는 평가가 높았다.

18%→10%, 롤러코스터를 타다

그런데 점차 지지율이 빠지더니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10%에 지지율이 멈춰 있다. 하지만 여성신문과 만난 이 후보는 탄핵 이후를 낙관했다. 탄핵 전 국민의 열망은 정권교체였지만 탄핵 후엔 새로운 나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촛불 혁명을 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뿐”이라며 “국민이 옥석을 가려줄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더민주 대권 주자인 이 후보를 만났다. 기초자치단체장 중 가장 핫한 인물인 그는 속시원한 발언으로 ‘사이다’, 유창한 언변으로 ‘따발총’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표 여성공약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평등이다.”

-우선 일자리 공약부터 짚어 달라.

“남성의 임금이 100일 때 여성의 임금은 64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갖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수준인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공공부문이 선도해 여성친화적 좋은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늘릴 것이다. 공공 부문 30만 일자리 신규 창출 시 예상되는 여성친화적 일자리는 복지·보육·보건 10만명, 정규직 교원 4만명, 상담사서·영양·보건 교사 2만명이다.”

-남녀동수내각에 대한 입장은.

“캐나다와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의 의지로 여성 장관을 50% 임명했다. 저는 대통령이 추천하고 임명하는 내각과 기관장에 여성 인재를 적극 기용하고, 국무위원과 고위공무원단을 남녀 동수로 구성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 청와대와 내각부터 성평등을 실현해 임기 초 30%에서 시작해 임기 중 남녀동수내각을 이루겠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고위직 임원의 소수 할당 비율 30%를 의무화하겠다.”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한 입장은.

“반대한다. 여가부는 성평등부로 전환해 부처의 지향과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성소수자 인권이 ‘나중에’ 챙겨야 할 문제일까.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 보완에 대한 입장은.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법 제정을 약속드리겠다.”

-일·가정 양립 공약을 소개해 달라.

“8시간 노동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대체율은 지금의 40%에서 80%로 올리고 급여 100만원 상한도 폐지하겠다. 육아휴직 기간을 재직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미 성남시에서 하고 있다. 또 육아휴직 사용률, 출퇴근 탄력시간제 등을 공공기관 핵심 평가지표로 반영하고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하는 민간업체 심사 때 이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질 좋은 보육과 유아교육을 보장하는 사회적 돌봄을 실현하겠다. 공공어린이집 이용률은 현재 11.4% 수준인데 50%로 늘리겠다.

-국민건강 5대 정책도 내놨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할 만큼 자녀의 양육과 보육이 힘들다. 그중 의료비용은 자녀 양육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18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가 입원 치료부터 무상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모든 산모에게 100만원씩 산후조리비를 지원하겠다. 의료비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우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개편하겠다.”

-성평등 의식 확산을 위한 방안은.

“초중고 교육과정 전반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전면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이 정규 교과를 통해 성평등 의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교원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

 

꾹 다문 입에서 이재명 후보의 결기가 느껴진다.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꾹 다문 입에서 이재명 후보의 결기가 느껴진다.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선 시대정신은 촛불혁명 완수

톡 쏘는 ‘사이다 발언’으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 이 후보는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얼마 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낳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선긋기를 한 문 후보가 진짜 페미니스트인 지는 검증거리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 자체는 신선했다.

이 후보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성평등은 시혜나 갈등 해소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다. 남녀 이전에 인류로서 보편성에 대한 상호 이해, 존중, 배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젠더 관계는 재정립돼야 한다. 여성 배제의 사회질서가 성평등의 질서로 바뀌어야 한다.” 이 후보는 “성평등 공약은 반드시 지키고 성평등한 한국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문화까지 바꾸는데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에게 여성공약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꼭 채택했으면 하는 정책을 물었다. 그는 “여성가족부 관련 공약”이라며 “여가부의 영문 명칭이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아니냐. 성평등부로 바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상대 후보들의 여성 정책을 묻자 별다른 답은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하면 기본소득을 떠올리는 국민이 많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이 세계 최초로 시행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보도하며 ‘기본소득은 시대정신(zeitgeist)’이라고 언급했다. 좌우할 것 없이 모두가 새 시대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장려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저 역시 ‘기본소득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여러 나라가 도입을 고려하는 미래지향적인 성장 대안’임을 수차례 말씀드렸다. 기본소득은 시대적인 격변을 대비하는 필연적인 성장정책이자 복지정책이다. 지역화폐와 결합한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기도 하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 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 또 이른바 1% 땅부자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걷어 들인 세수로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원 토지 배당을 줄 것이다.”

-‘이재명은 ( ) 대통령이다’라는 문구에서 ( )에 어떤 말을 넣고 싶나.

“서민과 약자에게 힘이 되는 대통령이다.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이제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진짜교체를 해야 한다. 재벌체제를 개혁해 부와 기회를 기업, 국가, 국민이 공정하게 나눠가져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부를 재벌대기업이 독점해 소득양극화가 극심해졌다.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고 세계2위 불평등 국가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러려면 재벌로부터 자유롭고 기득권에 휘둘리지 않을 사람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돼야 한다. 가장 선명하게 재벌 개혁을 주장해왔고, 박근혜 정부와 싸우면서 청년배당 등 실적을 쌓아온 제가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국민과 함께 촛불혁명을 이뤄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물었다. 그는 “가볍다, 불안하다고들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그럴듯한 말 뒤에 숨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재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물었다. 그는 “가볍다, 불안하다고들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그럴듯한 말 뒤에 숨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어디를 방문할 생각인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보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발로 국내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권하면 곧바로 미국과 북한, 중국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이재명 프로세스’를 설득하고 협상할 것이다. 또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밝힐 것이다. 국민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기 위해서다.”

-이재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가볍다, 불안하다는 것.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저는 어떤 후보보다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그럴듯한 말 뒤에 숨지 않는다. 세를 과시하려고 무차별적으로 인재 영입을 해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포진했거나 좌와 우를 오락가락하는 후보야말로 불안한 사람들이다.

이 후보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장점과 단점을 짚어달라고 했다. 그는 “단점은 직선적인 성격”이라며 피해가지 않고 인정했다. 그러더니 “공약 이행률이 96%다. 약속을 잘 지킨다. 그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탄핵에 80%가 넘는 국민이 찬성했고, 연인원 1600만 명의 국민들이 한 겨울 내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탄핵 정국에서 발현된 국민의 촛불혁명 에너지에 대해 이제 정치권이 화답할 때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국민은 이제 공정한 나라를 원하고 있다”며 “재벌 개혁,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노동기본권 보장과 좋은 일자리 등 주요 개혁을 위해 진짜교체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상당수의 개혁 과제가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국회는 탄핵 국면에서 앞서서 민심을 대변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국민이 원하는 개혁과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대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자 “촛불혁명 완수”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적폐 청산과 공정한 국가 건설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핵심 과제로는 공정한 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이번 대선의 변수에 대해선 “더민주 경선이 사실상 본선과 다름없다”며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이 공정한 나라를 바라는 열망으로 얼마나 경선에 참여할 지가 최대 변수”라고 짚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