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설탕세’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저당’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제보건기구(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데 이어 영국 역시 설탕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버클리시, 멕시코, 핀란드도 설탕세를 도입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1월부터 온스(약 31g)당 1.5센트의 탄산음료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저당 열풍에 맞춰 국내 유통업계도 당을 줄이거나 대체 감미료로 설탕을 뺀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설탕 덩어리는 옛말… ‘저당’ 내세운 제품 눈길
발효유 업계, 당 함량 낮춘 신제품 출시 잇달아
코카콜라는 전 세계 200개 이상 제품의 설탕을 줄이기 위한 배합 조정에 들어갔다. 코카콜라는 영국에서 판매 중인 스프라이트와 환타 제품의 설탕과 칼로리를 이미 30% 줄였다. 게토레이드와 트로피카나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펩시콜라도 설탕 함유량을 줄이고 있다. 펩시콜라는 2025년까지 자사 제품의 3분의 2를 100kcal 이하로 낮출 예정이다.
지난달 캔·컵 커피의 설탕 함량 논란에 앞서 커피믹스 업계는 일찍이 당을 낮춘 제품들을 선보였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지난해 아카시아꿀을 첨가한 ‘네스카페 허니골드’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설탕을 줄인 대신 아카시아꿀과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를 첨가해 당류 함량을 낮췄다.
발효유도 의외로 높은 당을 함유한 것으로 지적되면서 발효유 업계는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당류 함량을 낮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연세우유는 올해 초 당 함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떠먹는 요거트 ‘연세랑’ 3종을 리뉴얼 출시했다. 기존 제품보다 당 함량을 36% 줄였다. 매일유업도 지난달 당 함량을 기존 제품 대비 30% 가량 낮춘 ‘매일 바이오 백도 로어슈거’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알룰로스’ 상용화를 통해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알룰로스는 포도, 무화가 등 자연에 소량 존재하는 단맛 성분을 활용한 감미료다. 설탕과 단맛이 비슷하지만, 칼로리는 최대 10분의 1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단맛 선택 가이드를 제시한 ‘우리가족 건강한 단맛습관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카페 업계도 설탕 대체 노력에 나섰다. 드롭탑은 설탕 대신 코코넛슈거를 활용한 ‘코슈타르트’를 선보였다. 코코넛슈거는 코코넛나무 꽃봉오리에 담긴 꽃 즙만을 모아 불에 달여 만드는 천연 감미료다.
나트륨 과잉 섭취 시 위험성 재조명… 저염 식품 주목
동원홈푸드 차림 ‘솔트컷’, 대상 청정원 ‘저염간장’ 출시
한국인의 나트륨 과잉 섭취는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0년 4785mg에서 2015년 3871mg으로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아직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 미만)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최근 과다한 나트륨 섭취의 위험성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저염식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정간편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원홈푸드의 건강식 브랜드 ‘차림’은 지난해 나트륨 함량을 줄인 건강 간편식 ‘솔트컷(Salt-cut)’을 선보였다. ‘솔트컷’은 일반적인 식사보다 나트륨 함량을 20% 이상 줄여, 평균 800mg 이하로 맞췄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개발된 건강식으로, 단순히 나트륨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의 맛도 살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미료 업계의 저염 제품 출시도 계속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달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 일반 간장보다 염도를 28% 낮춘 ‘햇살담은 염도 낮춘 발효다시마 간장’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염도를 낮춘 대신 종가집 김치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국내산 다시마를 사용했다. 회사 측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저염간장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