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생활스포츠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 줄잡아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진입장벽도 상당히 낮아졌다. ‘극한의 스포츠’라는 뿌리 깊은 이미지나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식의 경고성 기사들에도 불구하고, 마라톤은 중장년의 스포츠에서 전 세대가 즐기는 운동으로 확장일로를 걷는 중이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서 마라톤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완연한 봄이 찾아온 지금이 적기다. 심지어 상반기 중 생애 첫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노려볼 만하다. 입문하는 요령만 잘 알아둔다면 말이다.

 

입문자의 첫 번째 미션 ‘걷지 않고 30분 달리기’

마라톤 입문자들에게 가장 난감한 문제는 얼마나 멀리, 얼마나 자주 달려야 적당한가 하는 점이다. 훈련스케줄은 개인의 체력과 신체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선수 출신 지도자의 강습회에 참가하거나 동호회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거리를 특정하지 않은 ‘30분 조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30분간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고 불가능하다면 한 단계 물러난다. 10분 달리고 호흡이 진정될 때까지 몇 분간 걷고, 다시 10분 달리는 식으로 30분 달리기를 수행한다. 빈도는 하루 걸러 운동하거나 2일 연속 운동한 후 하루 휴식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2일 이상은 쉬지 않는 게 운동효과 측면에서 좋다.

입문 단계에서 달리기의 속도는 시간으로 가늠하지 않는다. 달리면서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 이마와 가슴에 촉촉하게 땀이 배는 정도로 시작한다. (조깅의 정의이기도 함) 이후 달리기가 익숙해지면 시간과 속도를 조금씩 끌어올린다. 만약 연습으로 30분 조깅을 수행한다면 대회에 나가 5km 종목을 쉽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고, 60분 조깅을 한다면 10km 종목 완주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초보자에게 적합한 마라톤 대회는 따로 있다?

달리기 연습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생애 첫 마라톤대회에 나가볼 차례다. ‘실력도 좋지 않는데 대회에 나가도 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호인 대회엔 선수처럼 기록을 경쟁하는 참가자보다 자신만의 목표기록을 위해, 혹은 완주 자체를 위해 달리는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회’라고 부르긴 하지만 마라톤을 즐기는 한 방법일 뿐이다. 골퍼들이 연습장에서 치다가 가끔 필드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초보자들은 첫 대회로 소규모의 이름 없는 대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초보자이므로 작은 대회부터 경험해보자는 생각인데, 실은 반대로 유명한 대규모 대회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대회엔 상급자도 많지만 초보자도 많다. 다양한 수준의 러너들이 뛰다 보니 자신과 비슷한 페이스의 러너들을 만나 무리지어 뛸 수 있다. 종목별 제한시간도 큰 대회일수록 넉넉한 편이다.

초보자들은 레이스 중 제한시간에 걸리거나 꼴찌로 처질까봐 대회 참가를 망설이곤 한다. 그렇다면 차도를 통제하지 않는 대회, 그리고 참가할 종목보다 긴 종목이 운영되는 대회를 선택하면 된다. 보통 동호인 대회에서는 차도를 막는 코스에서만 구간별 제한시간을 적용한다. 한강자전거도로처럼 교통통제가 필요 없는 코스에서는 뒤처진 주자를 강제로 회수차에 태우거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자신이 참가하는 종목보다 긴 종목이 운영된다면 꼴찌를 하더라도 너무 외롭거나 민망하지 않게 결승점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첫 대회의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마라톤을 즐기는 러너들은 사계절 내내 운동하면서 봄·가을 마라톤 시즌(3~5월, 9~11월)에 집중적으로 대회에 나간다. 따라서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한다면 5월 초나 중순쯤 5~10km 대회에 나가는 게 알맞다. 중순 이후로 넘어가면 단련이 안 된 초보자에겐 너무 더운 날씨가 된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4월 30일 열리는 ‘서울하프마라톤(하프.10K)’이나 본지가 주최하는 5월 13일 ‘여성마라톤대회(10K, 5K, 4K걷기)’가 초보자의 첫 마라톤으로 적합해 보인다. 두 대회 모두 1만명 규모의 ‘빅대회’이면서 초보자가 도전할 수 있는 단축마라톤 코스가 운영된다. 무엇보다도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힘든 줄 모르고 달릴 수 있는 검증된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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