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아줌마 어록

이숙경/웹진 <@zooma> 편집장

아줌마페미니스트, chuuuk@chollian.net

아줌마의 90% 이상이 ‘딴주머니’를 찬다. 나도 찼었다. ‘딴주머니’의 매력은 ‘나에게도 돈이 있다’는 그 포만감이다. 꼬박 꼬박 모이는 돈.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 왠지 모르지만 그 돈이 있음으로 해서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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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딴주머니를 찬다. 요령껏 월급 이외의 수입을 꿈쳐 놨다가 목돈을 만들어서는… 날려도 되는 사업에 돈을 투자한다. 주식투자, 경마… 혹은 술집 외상값도 갚는다.

아줌마들은 딴주머니 찼던 돈으로 주식투자 같은 걸 하지는 않는다. 솔솔히 친정 대소사를 돕기도 하고, 집 키우는 데 한 몫 보태며, 식구들이 탈이 났을 때 병원비로 요긴하게 사용한다. 애들이 크면 학비나 결혼비용으로 쓰이고… 결국 딴주머니는 딴주머니가 아니라 아줌마가 꽁꽁 모아둔 ‘가족보험’이다.

결국 가족을 위해 사용될 돈이건만 ‘내 손으로 돈을 모은다’는 즐거움만으로도 배부른 아줌마들. 그러니 정말 그 돈을 자기 자신을 위해 ‘몽땅 다’ 쓸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럴려면 딴주머니를 두 개 차야 할거다.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을 하나 만들던가 계를 하나 새로 부어서 모아보자.

전세계 재산의 99%를 남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세상 돈의 1%만을 여자들이 갖고 있다니… 남자들이 세상 돈 99%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세상의 돈을 썼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더 많은 제도교육을 받아 왔으며, 학교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사회생활에서 적응하고 살아 남아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고시공부를 10년씩 하는 남자의 뒤에는 끊임없이 그의 책값과 고시원 비용과 밥값을 대는 늙은 부모나 형제, 혹은 일하는 아내가 있다. 몇 번씩 망해 먹다가 결국 사업에 성공한 남자 뒤에는 아들 사업에 집문서도 날리고 차압도 당해본 부모와 아내, 자식이 있다.

여자들은? 아줌마들에게는 누가 있는가? 대학 졸업하고 집에 있는 딸자식 하루라도 빨리 시집보내려고 안달인 부모가 있으며, 자기 아내가 장사라도 할라치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각박한 줄 알어? 집에서 살림이나 잘하는 게 남는 거야’하며 주질러 앉히는 남편과 친정식구들, 그리고 시집식구, 이웃이 있다.

절대적으로 투자를 적게 받은 아줌마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실력과 기회를 많이 접하지 못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아줌마들은 그래서 항상 가난하다. 또한 아줌마들은 ‘돈 버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 ‘남을 위해 돈 쓰는 법’만 익힌다.

우리는 가난한 아줌마들이다. 우리 손에 떳떳한 수입을 쥐려면 스스로에게 투자를 해줘야 한다.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투자다. 책 한 권 사 읽는 것도 투자고. 한 번쯤 장사를 해보는 것도 투자다. 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해보는 것도 좋고.

실력과 기술, 정보를 위한 투자 뿐 아니라 ‘사람관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실력을 갖추었어도 ‘관계’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작은 모임도 만들어서 운영해 보고, 각종 단체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들으면서 ‘사람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거다. 분명히 나중엔 큰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들이다.

사람과 사귀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하게 관계 맺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 이것도 중요한 자원 중의 하나다. 사람을 만나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학원비를 내는 건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는 일이니까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당장 들어가는 커피값, 교통비… 아까워 하지 말고 ‘사람에게도 투자하자’. 나중에 내가 투자한 에너지는 사회적 삶을 풍성하게 해줄 든든한 기둥이 될테니.

돈을 ‘잘’ 써야 돈을 벌 수 있다. 한푼 두푼 아껴서 집 늘리는 데 다 투자하지 말자. 40평 아파트에 살 것을 30평으로, 30평 살 것을 25평으로 줄이고, 그 돈을 ‘나에게 투자하자’.

금주의 아줌마 어록

유순하고 정렬한 것은 부인의 덕이요,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부인의 복이다 - 명심보감

유순하고 정렬한 것은 인간의 덕이요,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인간의 복이다 - @zo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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