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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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실천력 결집하는데 앞장서겠다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것이 목소리로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대구여성연합 정경숙(54세)대표와의 만남은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먼저 전화통화로 어렵게 이루어졌다. 사무적인 일 처리를 모두 끝낸 편안한 토요일 오후 산 언저리에 위치한 정대표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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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주부들과 다름없는 아줌마패션으로 아파트 입구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아주시는 모습은 목소리에서 연상된 인자한 모습 그대로였다. 따끈한 차·다과로 시작된 이야기는 한편의 흑백영화처럼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대학때 파워클럽 결성 빈민·노동운동 시작



젊음과 의욕이 넘치던 대학생 시절 정 대표는 소외된 계층, 사회 실천 운동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파워클럽’을 결성, 학교 내외에서의 많은 활동으로 이름 그대로 파워를 과시했으며 교수들의 지지 또한 대단했다.



“파워클럽은 소외된 계층 및 도시 빈민지역 사람들을 위한 우리 기독교 학생들의 첫 움직임이었지. 그때만 해도 이렇다 할 기독학생운동단체가 없었던 때라 특히 도시에서의 기독학생운동으로는 시발이라고 볼 수 있었지.”



현영학 교수를 주축으로한 파워클럽의 주요 활동으로는 지난 71년 학생신분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회문제인 서울 ‘M동 가옥철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 ‘커뮤니티 오르가니제이션’결성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여 소송에서 승리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소외 계층의 실제 모습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 조화순목사의 주선으로 파워클럽 회원 4∼5명이 인천의 H, K, J공장의 직공으로 위장 취업하여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함께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당시 공장의 여성노동자는 인격도 없었어. 공장장이나 주임만 되도 여성 노동자를 함부로 다뤘지. 나도 일하면서 욕설등 쌍소리를 많이 들었어. 현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



계속되는 파워클럽의 활동과 학과 공부에 여념이 없던 대학원 1년 시절. 결혼으로 인해 활동에 제동이 걸린 정 대표는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깊은 안동의 가부장적인 집안의 맏종부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다행히 결혼전 친정어머니와 시댁 사이의 약속으로 서울에서 남은 1년의 석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고, 그후 대구로 내려와 시간강사를 시작으로 83년부터는 교수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가졌던 빈곤가정과 소외계층에 대한 못다한 사회운동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정대표로서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만으로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듯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결혼하자마자 첫아이를 가져 참 힘들었어. 그래도 여기서 그만두면 난 이제 누구집 며느리, 집사람, 어머니로서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과 앞으로 언젠가는 내가 사명감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이 주어지리라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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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사위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대표.



며느리·집사람·어머니로만 남지 않겠다



마음으로 바라면 언제나 기회는 온다.

결혼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정 대표는 자신의 의지대로 가정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내가 양보할 일은 군소리 없이 양보했어. 그래도 아니다 싶은 것은 끝까지 고집했지. 여자들만의 부드러움 있잖아. 조금씩 변화를 하면 거부반응이 없어. 너무 강하게 부딪치면 부러지기 마련이지.”



1987년 정대표의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생겨난 ‘함께하는 주부모임’ 외에도 대구여성회의 자문위원 등을 맡았고 이는 지역 여성운동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펴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하는 주부모임’의 결성은 새로운 여성계몽운동의 한 방향이었다. 주부들의 모임·단체가 미비했던 80년대 ‘함께하는 주부모임’은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잠재된 여성인력은 주부라는 생각으로 소시민적인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중년 여성을 위한 배움 마당’을 통해 중년 주부들의 의식전환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 참여를 유도했고 미디어 바로 알기 프로그램에서는 미디어로부터 왜곡된 여성상을 바로잡았으며, 더불어 유해 프로그램으로부터 자녀 지키기 교육도 실시했다.



지난해 호주제 폐지운동이 표면화되면서 남녀평등의식을 확산시키고, 이 운동의 확산을 위한 시민 포럼을 성대하게 열었으며, ‘장한 사위상’ 시상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요즘 주력하는 사업인 ‘실직가정 지원센터’를 통해 가족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나아가 취업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진보적 기독교사상 및 여성운동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 정 대표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한결같이 피는 못 속인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정 대표의 어머니 김묘임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묘임씨는 1930년대 집밖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없던 그 시절 대구지역의 여성경영자협의회, 전문직여성모임 등에서 여성경영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정 대표가 결혼을 할 때도 “여자라고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여자도 사회속에서 존재해야 한다”고 항상 양성평등에 대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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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표는 요즘 여성 실직가정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실직가정지원센터 창립식)



나는 수퍼우먼 컴플렉스 가진 ‘슬퍼우먼’



어머니가 바깥일로 바쁜 탓에 함께 한 시간이 적어 항상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그는 자식에 대한 가정교육과 자신이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세세한 부분에서의 배려를 자식에게 베풀었다. 집에서 정 대표는 ‘슬퍼우먼’이라는 애칭이 있다. 집안일이건 바깥일이건 모든 일에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수퍼우먼 컴플렉스를 가져 힘들어서 슬픈 ‘슬퍼우먼’이라고 지어주었다. 이런 화목한 가정이 정 대표의 여성운동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함께하는 주부모임’을 통해 정 대표는 주부들의 저력을 더욱더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함께하는 주부모임’의 설립이념처럼 실천하는 주부들. 계획에서 실천까지 주부들의 세심함으로 방대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소속감, 사명감의 결여로 인해 가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로 가정으로 복귀해 버리는 주부들의 의식을 교육을 통해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부들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모델을 완성시키고 싶어하는 큰 포부를 가진 정 대표의 ‘함께하는 주부모임’. 앞으로의 행로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지사=추지현 통신원>





정경숙 대표 약력 1948년 대구출생. 71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모임 ‘파워클럽’회원으로 활동. 83∼99년 대구산업정보대학 부교수 재직중 87년 함께하는 주부모임 초대회장 역임. 대구여성회 자문위원 활동. 현재 대구 YWCA대표이사,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함께하는 주부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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