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후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한 길 가느냐 퇴보하느냐 결정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한다면

민주주의는 한층 더 발전할 것

민주주의는 법치가 생명이기 때문

 

 

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4·16대학생연대가 세월호참사 주범 박근혜 즉각 탄핵 촉구 대학생 기자회견과 서명 전달식을 하는 도중 탄핵 기각 지지자가 박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4·16대학생연대가 세월호참사 주범 박근혜 즉각 탄핵 촉구 대학생 기자회견과 서명 전달식을 하는 도중 탄핵 기각 지지자가 박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6일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뇌물을 받고 삼성에게 경영권 승계 등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번 특검 수사로 박 대통령이 권력을 어떻게 사유화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검 수사 결과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최종 변론을 마치고 최종 선고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헌재 심판은 형사 재판과는 다르다. 증거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그리고 이런 위반 사항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심판한다.

최근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는 국회의 탄핵 절차를 문제 삼아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가 탄핵 소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의결했고, 13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 의견을 묻지 않고 표결했다는 것을 이유로 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가 이미 국회의 탄핵 소추가 적합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다. 탄핵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에서 헌재 판결 결과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을 것이다”는 섬뜩한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배경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표만 의식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선동적인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탄핵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두동강 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3월 3∼4일) 헌법재판소가 내릴 결정에 승복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헌재 결정에 '무조건 인정하고 승복해야 한다’는 의견은 50.6%인 반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대 의사 밝혀야 한다’는 답변은 44.6%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진보층(45.2%)보다 보수층(61.9%), 젊은 세대보다 기성세대에서 승복 비율이 훨씬 많았다.

가령 20대와 30대에서 승복 비율은 각각 29.3%와 38.7%에 불과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62.4%와 61.8%였다. 다만 박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해선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3.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탄핵하면 안 된다’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헌재 판결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한 길을 가느냐 아니면 퇴보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헌재에서 나온 결정에 무조건 승복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를 생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소중히 가꿔 온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의 권리’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평균을 내 민주주의 지수를 수량화했다.

2016년 평가에서 대한민국 7.92점으로 ‘미흡한 민주주의’(24위)에 속했다. 1위는 노르웨이(9.93점)가 차지했고, 최하위는 북한(1.08점)이었다. 한국의 부문별 점수는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9.17점, 정부 기능 7.50점, 정치참여 7.72점, 정치문화 7.50점, 시민의 권리 8.24점이었다. 우리가 ‘결함 없는 완전한 민주주의’(8점 이상)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촛불이든 태극기든 시민들의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것 못지않게 승복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승복 없이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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