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

다음 대통령 페미니스트 리더십 갖춰야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올해 3월 8일 여성의 날 행사는 한층 뜨거웠다. 1908년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서 1만5000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행진하며 ‘빵과 장미 달라고’ 외쳤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한다. 100여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는 처절하고 정당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이 날을 기억하며 새롭게 연대하는 여성들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3회를 맞았다. 올해의 이슈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낙태죄 폐지, 성별임금격차 폐지, 정치대표성 확대, 차별금지법 제정이 눈에 뜨인다. 성별임금격차와 관련해서는 ‘3시 퇴근’을 주장한다. 여성들이 남성 평균임금의 64%만 받고 있으니 일도 그만큼만 하자는 뜻이다.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여성들의 일자리 불안정과 빈곤 등 삶의 질이 불량함을 총체적으로 뜻하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 정치대표성도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준 17%는 세계평균 22.4%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2016년 성별격차 지수(GGI) 144개국 중 116위라는 미진한 성적표의 큰 원인이 되는 지표이다. 여기에 또 고려해야 할 지표는 3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 2.4%라는 통계다. 올해 임원 승진대상 17개 그룹의 수치로, 그나마 신입 임원인 상무에 거의 다 몰려 있고, 여성전무는 세 사람, 그 중 두 사람이 ‘로열패밀리’의 일원이다. 우리나라 유리천장 역시 OECD에서 가장 두껍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나라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탐욕은 민낯을 드러내지만 우리나라의 리더십은 부재한 상태다. 위기 중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성평등 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꼭 페미니스트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대선 후보들의 젠더 인식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보육, 일·가정 양립, 일자리 정책 자체를 성평등 정책으로 이해하는 프레임 속에서 갇혀서 여성을 바라본다. 이런 시각에서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권자가 아니라, 경제구조와 사회구조의 안정과 효율을 위한 도구적인 의미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여성신문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성평등 마이크’에서 일부 대선주자들이 성평등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성평등을 국정기조로 삼겠다는 의지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이재명 등 네 후보는 성평등 동수 내각 구성, 성별임금 격차 해소, 성평등 교육 공교육화, 육아와 일·가정 균형 등 돌봄사회 구축, 돌봄 공동책임의 법제화 등의 솔깃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실천과 검증은 필수다. 이러한 대선 주자들의 성평등 공약들은 진수성찬의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어야 한다. 여성은 국가발전의 과정이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주권자이다. 성평등 국가 그 자체가 국정의 목표이자 기조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변화다. 

100여년전 뉴욕 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달라는 외침 속에는 ‘우리의 요구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들이고, 가족인 남성들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들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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