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둔화, 일자리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책임 전가할 희생양 필요

놀랍게도 그 대상은 ‘여성’이었다

 

2015년 8월 31일 경기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월 13일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오른쪽 발목이 절단돼 입원한 김정원 하사를 병문안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5년 8월 31일 경기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월 13일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오른쪽 발목이 절단돼 입원한 김정원 하사를 병문안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을!”

프랑스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어서 굶주리고 있다”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저 말에서 보듯 앙투아네트는 개념이라곤 없는 여자였고,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것도 그녀의 향락과 사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사실이 아니었다. 앙투아네트는 실제 저런 말을 한 적도 없거니와, 그녀는 알려진 것과 달리 왕비들 중에는 검소한 축에 속했다. 루이 16세가 다이아몬드를 사주겠다고 했을 때도 “우리 왕국은 다이아보다 군함 한 척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빵 대신 케이크”가 앙투아네트의 말로 둔갑한 이유는 뭘까? 당시 프랑스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이전 왕들이 허구한 날 전쟁만 벌인 여파로 루이 16세가 즉위했을 당시 프랑스 경제는 최악이었는데, 굶주린 백성들은 다른 누군가를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고, 그게 바로 앙투아네트였다. 그녀는 당시 프랑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오스트리아 출신이었으니, 희생양으로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나무위키’)

이 사건은 200여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남성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책임을 전가할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놀랍게도 그 대상은 ‘여성’이었다. 한 개인이 아니라 여성 전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비교할 때 스케일이 훨씬 커진 셈이다.

그게 가능해진 건 대한민국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터넷 강국이어서였다. 일자리가 없어서 남아도는 시간을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욕하는 데 썼다. 인터넷에는 여성을 욕하는 글이 쏟아졌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먹으면 된장녀가 됐고, 남자를 만났을 때 더치페이를 안하면 ‘김치녀’라고 욕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딜레마에 빠졌다. 남성들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이 모든 악의 주범이건만, 정작 나쁜 짓을 하는 이들은 다 남자였다.

성폭력과 성추행은 물론이고 악질적인 폭력사건은 거의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그들은 주작, 즉 없는 사실을 꾸며내기 시작했다. “알바 가는 여대생입니다.” “서울 여대생이어요.” “3년차 워킹맘입니다”로 시작되는, 군대가 뭐가 힘드냐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은 다 남성이었으며, 소위 주작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한 주작 중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이 바로 북한이 설치한 지뢰로 발목을 잃은, 안타까운 군인에 대한 페이스북 글이다. 사건이 났을 때 배우 이영애는 이들에게 5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한 바 있는데, 정인X이라는 분은 해당 병사가 의족을 한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다.

“다리 잘린 게 뭐 자랑이라고. 이영애가 준 돈으로 빡촌이나 갔겠지. 내 세금 아깝다.”

해당 글 작성자가 모두 여성에게 붙이는 이름을 쓰고, 프로필 사진도 여성인지라 남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페북 무개념녀’로 명명된 이 사건은 오래지 않아 주작임이 들통이 난다. 해당 글에 글쓴이에게만 보이는 마크가 버젓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남이 페북에 쓴 글을 퍼왔다면 해당 마크가 보이지 않아야 하건만 그게 보인다는 얘기는 그 글을 자신이 썼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 대해 사과하고 주작한 남성을 욕한 남성은 없었다. 이외에도 주작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심지어 한국 여성이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근거 없는 주작까지 일삼는다. 당장 이 글을 쓰는 2017년 3월 4일만 해도 필리핀에서 성매수를 한 한국남성 9명이 검거됐다는 기사가 뜨는 마당에,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일까? 여성을 까고 싶은데 팩트에 근거해 까려면 건수가 너무 적어서다.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찌질하다’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 남성은 찌질함 면에서 세계 최고다. 여성들의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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