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주최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주최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 6일 개최

 

헌법 개정 논의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 이후 두 달간 진행된 현 시점에서 남성 중심,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논의에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주최한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남인순 여성가족위원장과 정춘숙·윤종필·신용현·박인숙 간사와 이정미 의원 등 5당 소속 의원이 공동주관했으며 김삼화, 박경미 의원도 참석했다.

남 위원장은 30년 만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구성돼 헌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법조계, 여성계가 시대변화를 반영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의 구조와 한계, 외국의 성평등 관련 조항 등을 검토 후 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의 개정 방향을 제언했다.

현행 헌법에는 일반적 평등 관련 조항인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함께 △제34조 제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2조 제4항‘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36조 제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2항‘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등 개별영역에서의 성평등 조항이 있다.

박 연구위원은 “이같은 현행 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이 일반적 평등권 속에 포함되어 차별금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안에 성평등을 별도의 확정적인 독립규정으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스위스. 독일, 그리스, 스웨덴, 유럽연합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남녀 간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조치의 실시를 국가목표로 규정하거나 적극적 차별 시정조치 실시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조항의 특징을 볼 때 한국도 실질적 성평등을 위해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조화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이루어졌던 개헌은 대통령의 임기와 연임 여부, 선출 절차 등 주로 정치 권력의 분점 구조라는 ‘일부 남성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가 이 틀을 넘게 하기 위해서는 개헌 과정에 여성주의적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주최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 실현 및 아동의 권익 보장을 위한 개헌방향 모색 토론회’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주최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국회를 중심으로 급물살을 탄 개헌 논의에서 개헌 작업이 갖는 의미가 최초의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 중심이 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촛불정국에서 드러난 국민이 원하는 나라가 과연 무엇인가. 특히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늘 헌법이나 법에서 소외, 차별, 배제돼왔다”면서 “개헌 작업의 의미가 성평등적 관점에서 헌법 정신을 제대로 발현시킬 수 있도록 젠더 주류화, 성주류화를 헌법적 차원에서부터 제대로 스크린 하자는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 내용 측면도 중요하지만 개정 절차에서 또한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 소외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배은경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박선영 연구위원이 제안한 성평등의 실현을 국가 목표 규정으로 명시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지난 겨울 광장에서 분출된 목소리는 모든 국민이 성별이든 나이든 지위든, 장애든 관계없이 내가 주권자라는 것”이라면서 “이를 헌법정신 안에 넣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성평등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있어서 부차적이거나 특수한 영역에서 관철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먼저 원칙적으로 천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국민 안에 많은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평등한 주권자라는 것이 민주공화국인데, 여성과 남성 생물학적 성별은 가장 큰 이질성과 눈에 띄는 차이”라면서 “프랑스 남녀동수법인 빠리떼 논리는 국민의 구성 절반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점을 자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성평등은 우리 헌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중심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각각의 조문 몇 개보다 헌법의 큰 틀에서 헌법 정신 그 자체의 재확인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배 교수는 밝혔다.

반면 한국젠더법학회 이사인 조성혜 동국대 교수는 “실질적 성평등의 실현을 ‘국가의 목표’로 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즉 “국가의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 내지 행복추구권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성평등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행 제34조 제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조항에 여성이 보호받아야할 취약한 성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면서 신체·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정도로 근거를 포함해 개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34조 제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여성을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의 수혜자로만 간주하고 있다는 박 연구위원의 의견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놨다. 현실적으로 여성이 출산과 양육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받기 쉽다는 점에서 국가는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개정 헌법에 두 가지를 전제했다. 현행 헌법에 문헌적으로는 잘 담았지만 현실에 구현되지 않는 문제와, 헌법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이어 불평등 제거를 위한 국가의 정책 실시 의무와 함께 제11조 제4항에 적극적 조치 의무 규정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제32조 제4항에 근로에 관한 여성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남녀동일임금 규정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정치영역에서 평등 실현을 위해 제25조 제2항에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에서의 성평등을 별도 조항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에 관한 독립규정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도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예를 들어 일반적 평등권과 별도로 성평등을 확정적인 독립규정으로 두고 있는 캐나다나 프랑스와 같이 규정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남 위원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날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국회 개헌특위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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