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대응 연대체 ‘여성문화예술연합’ 간담회 ①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모임 ‘WOO’ 대표

김소마 ‘푸시텔’ 활동가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공동대표

유재인·전유진 여성예술인연대 AWA

 

(왼쪽부터)여성예술인연대 AWA의 유재인·전유진 작가,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모임 ‘WOO’ 대표, 김소마 ‘푸시텔’ 활동가,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공동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여성예술인연대 AWA의 유재인·전유진 작가,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모임 ‘WOO’ 대표, 김소마 ‘푸시텔’ 활동가,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공동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10월 트위터에서 시작돼 들불처럼 번진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말하기 운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간 각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고, 반성폭력 문화를 조성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여성신문은 현재 문화예술 각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반성폭력 활동을 펼치는 4명의 젊은 여성들을 만났다.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모임 ‘WOO’ 대표, 김소마 ‘푸시텔’ 활동가,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공동대표, 여성예술인연대 AWA의 유재인·전유진 작가가 지난달 27일 모였다. 

이들이 속한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 이후 각 분야에서 탄생한 9개 조직의 연대체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에 공동 대응하고, 입법적·제도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다.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 여성 디자이너 정책연구모임 ‘WOO’, 시각예술 여성주의 행사 ‘인사이드아웃’을 만드는 팀 ‘푸시텔’, 여성예술인연대 ‘AWA’, #문단_내_성폭력에 반대하는 작가 행동 ‘페미라이터’, ‘사진계성폭력 감시자연대’, 여성 전시기획자들의 모임 ‘Gathering A’, #부산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언론노조 출판지부로 구성됐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과 제안을 이달부터 ‘여성신문’에서 차례로 연재한다.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연구모임 ‘WOO’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린 여성디자이너정책연구모임 ‘WOO’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소마 시각예술 여성주의 행사 ‘인사이드 아웃’을 기획하는 ‘푸시텔’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소마 시각예술 여성주의 행사 ‘인사이드 아웃’을 기획하는 ‘푸시텔’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성폭력 말하기 운동이 시작된 지 4개월이 흘렀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

신희주 : 최근 영화계의 변화들과 우려할 점에 대해 먼저 조금 길게 이야기하겠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가 6개 단체와 함께 ‘범영화계 성범죄 공동 대응기구’를 마련하고, 피해자에게 전문 상담기관 연결 서비스와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얼마 전 밝혔다. 그런데 이게 성폭력 전담 기구가 아니다. 불공정 계약, 우월한 지위 남용 문제 해결 방안에 성폭력 문제를 포함한 형태다. 자체적인 전문 성폭력 상담인력이 없다. 피해자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로 연계할 계획이라는데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닌가. 법률 서비스도 의견서 작성 정도만 지원한다는데, 중요한 건 경찰 조사 동행 서비스다. 

이 기구의 설립 자체도 확정된 바가 없다. 6개 단체에도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더라. 언론 보도만 나왔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영진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다. 담당자는 성희롱과 비위로 지난해 말 해임됐고,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은 11개 영화단체에 비리와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소마 : 시각예술계에선 공론화 이후로 흐지부지된 사건이 많다. 여러 혐오발언, 성폭력 관련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잘 활동하고 있다. 솔직히 ‘파이팅 하는’ 문학계가 부럽다.

김린 : (성폭력 가해자임이 밝혀져 사직한)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는 업계에서 권력을 지닌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들, 소위 그래픽 디자인계의 ‘선생님들’과 많은 협업을 했다. 그들의 권력이 함영준의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를 지적하며 업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아래에서부터 나왔고, 실천적 대응 차원에서 여성디자인정책연구모임 ‘WOO’가 발족됐다. ‘정책화’를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만 활동하는 모임이다.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법·제도의 변화가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 이에 집중하고 있다.

전유진 : 성폭력 고발 운동에 대한 예술인들의 침묵이 길었다. ‘공통의 목소리’를 만들기가 참 어려웠다.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서로 경쟁하는 환경이라서 공감대나 동질감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모인 개인들이 여성예술인연대 ‘AWA’를 발족했다. AWA는 지난해 12월 총 2095명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예술인들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온 것이다. 다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변화나 문제 해결 단계에 이르려면 멀었다. 문화예술계 구성원들은 이제야 성폭력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분야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도도 다르다. 음악계, 특히 클래식 음악계와 연극·무용계 등에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사진계도 어렵다고 들었다. 시각예술계도 피해 당사자나 그 주변인 외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구성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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