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카페 ‘두잉’ 대표 “페미니즘 실천(doing)하는 쉼터 되길”
페미니즘 카페 ‘두잉’ 대표 “페미니즘 실천(doing)하는 쉼터 되길”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3.06 11:10
  • 수정 2017-03-09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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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점한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

페미니즘 도서·그림·굿즈 마련돼

여성주의 상담·강연·토론회·전시도 진행

김한려일 대표 “페미니즘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됐으면”

 

지난 2월 개점한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책을 읽기에 제격이다. ‘두잉’을 방문한 한 여성이 페미니즘 서적을 읽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2월 개점한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책을 읽기에 제격이다. ‘두잉’을 방문한 한 여성이 페미니즘 서적을 읽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즘 도서 600여 권과 따뜻한 커피, 시원한 맥주, 페미니즘 갤러리, 여성주의 상담소가 한데 모인 공간이 있다. 바로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문을 연 페미니즘 복합문화공간 ‘두잉’이다.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페미니즘 북카페.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눈길을 끈다. 청담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노란색의 아담한 카페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12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작고 아늑한 공간에선 책과 그림, 커피와 맥주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카페 한쪽 벽면 책장엔 페미니즘, 철학, 에세이, 몸, 섹슈얼리티,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관련 도서부터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문학·철학·신학·심리학까지 다양한 도서 600여 권이 꽂혔다. 다른 벽면은 그림으로 채웠다. 계산대 앞쪽엔 에코백, 티셔츠, 머그컵 등 김한려일(50) 두잉 대표가 직접 만든 페미니즘 굿즈가 진열됐다.  

개점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만난 김한 대표는 “페미니스트들의 쉼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카페를 마련했다”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치유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카페 ‘두잉’ 입구.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즘 카페 ‘두잉’ 입구.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 내부 모습. 12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작은 공간에선 아늑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한 쪽 벽면은 페미니즘 도서 600여권으로 채워져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즘 멀티카페 ‘두잉’ 내부 모습. 12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작은 공간에선 아늑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한 쪽 벽면은 페미니즘 도서 600여권으로 채워져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어려서부터 알콜중독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가하는 폭력을 봐왔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추행을 당한 뒤 “여성으로 사는 게 힘들다”고 느꼈다. 그에게 페미니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존에 대한 유일한 답이었다. 신학과 상담을 전공하고 여성주의 상담가로 활동 중인 그는 두잉에서 직접 상담도 한다. “‘Doing Theology(신학실천)’에서 영감을 얻어 카페 이름도 ‘두잉(Doing)’으로 지었어요. 두잉 뒤에는 페미니즘이 생략돼 있죠. 앎에서 그치지 말고 몸소 페미니즘을 실천하자는 뜻에서예요.” 

 

카페 한쪽 공간에 마련된 상담실. 여성주의 상담을 공부한 김한려일 ‘두잉’ 대표가 직접 상담을 해준다. 전화로 미리 예약신청하면 된다. 상담은 1회 1만원. 상담실 내부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있다. 지난 3일까지 황슬 작가의 ‘품다’ 작품전이 마련돼 총 11개의 그림들이 전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카페 한쪽 공간에 마련된 상담실. 여성주의 상담을 공부한 김한려일 ‘두잉’ 대표가 직접 상담을 해준다. 전화로 미리 예약신청하면 된다. 상담은 1회 1만원. 상담실 내부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있다. 지난 3일까지 황슬 작가의 ‘품다’ 작품전이 마련돼 총 11개의 그림들이 전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한려일 ‘두잉’ 대표. 뒤로 황슬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김한 대표는 6년간 기독교방송국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9년, 방송국총괄국장으로 퇴직했다. 머그컵은 김한 대표가 직접 만든 페미니즘 굿즈. 그림과 글씨를 그리고 썼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한려일 ‘두잉’ 대표. 뒤로 황슬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김한 대표는 6년간 기독교방송국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9년, 방송국총괄국장으로 퇴직했다. 머그컵은 김한 대표가 직접 만든 페미니즘 굿즈. 그림과 글씨를 그리고 썼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한 대표는 “20대 시절 민주화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전쟁 같은 결혼생활을 하며 사회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막연히 세상이 좋아진 줄 알았다. “대한민국이 민주사회로 나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사건 이후 10개월간 매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죠. 그것과 똑같은 비중의 충격적 사건이 강남역 살인사건이었어요.”

두 사건 이후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스물다섯에 결혼한 후 십 년 만에 이혼하고 혼자 살아왔어요. 결혼생활 당시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했어요. 결혼 이후 먹고 살기 위해 보험부터 술장사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오십이 다 될 때까지 나를 위한 꿈을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젊은 시절 낙태죄, 성폭력, 데이트폭력 등의 문제를 말하지 못하고 참고만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걸 지금의 20대 여성들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으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페미니스트를 위한 카페를 차릴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는 누구든 와서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쉼과 치유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12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작고 아늑한 두잉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에 제격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치유받기를 원한다”는 김한 대표의 마음이 깃들었다.   

 

카페 한 쪽 벽면은 페미니즘 도서 600여권으로 채워져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카페 한 쪽 벽면은 페미니즘 도서 600여권으로 채워져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한 대표가 직접 만든 페미니즘 굿즈. ⓒ이정실 사진기자
김한 대표가 직접 만든 페미니즘 굿즈. ⓒ이정실 사진기자

페미니즘과 퀴어 이슈, 인권, 동물권, 생명권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면 누구든 두잉에 전시를 의뢰할 수 있다. “실력 있는 작가들,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과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김한 대표는 말했다. 여성 신진작가 황슬의 ‘품다’ 작품전이 다음달 2일까지 열린다.

두잉의 수익구조는 여느 카페와 다름없다. 커피와 맥주 등 음료가 주 수입원이다. 다만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덕에 가게세 부담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유지하려면 어쨌든 돈이 돼야 할 터였다. “마음씨 좋은 건물주인 덕분에 시세보다 월세가 싸다”는 김한 대표는 “음료 판매 외에도 페미니즘 강연·모임 참가비와 공간 대여를 통한 수익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잉에선 다양한 페미니즘 세미나, 강연, 독서모임, 낭독회, 토론회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5일엔 페미니즘 도서 낭독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이민경 작가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소리 내 읽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작가도 참석해 독자들을 만났다. 오는 18일엔 여성학자 정희진의 강의 ‘한남과의 사랑 가능한가?’가 기다리고 있다. 

“두잉‘이 페미니스트들의 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그런 따뜻한 곳…. 페미니스트들이 모여서 뭔가 새로운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고, 그래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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