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페미니스트광장 부스’ 현장

페미니스트 티셔츠 판매 ·1인 1피켓 부스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대표성 확대’ 드로잉 

 

4일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2017 페미니즘광장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시민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2017 페미니즘광장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시민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을 억압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사회에 만연해요. ‘FEMINISM PERFECTS DEMOCRACY(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가 적힌 이 후드티를 입고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7 페미니스트광장(이하 페미광장)’이 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는 주제로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3·8 세계여성의 날의 유래를 기억하고, 여성인권 향상과 성차별 해소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여성단체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10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페미광장 양쪽으로 마련된 ‘페미니스트 티셔츠’ 판매 부스, 양성평등 관련 ‘1인 1피켓 만들기’ 부스 등은 양성평등 실현, 차별금지법 제정 등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4일 2017 페미니즘 광장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시민이 행사에 참여 중이다. ⓒ여성신문
4일 2017 페미니즘 광장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시민이 행사에 참여 중이다. ⓒ여성신문

‘FEMINISM PERFECTS DEMOCRACY(성 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검은 후드에 적힌 이 레터링은 현장에 있는 수많은 여성 활동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미니스트 티셔츠는 본 행사 시작 전인 2시까지 모두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페미니스트 티셔츠는 자발적으로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행위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분위기에 움츠리지 않고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또다른 의사 표현인 셈이다.

이날 페미광장에 참석한 김모(30)씨는 “아직까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을 억압하는 사회분위기가 만연하다”며 “이 티셔츠를 입으면서 그런 점들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부를 통해 사회참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장에서 티셔츠를 판매한 Silvan a Bogal(23·스위스) 한국여성단체연합 인턴은 “후드티는 한 장에 만 원이며, 판매모금액은 각종 여성단체 후원금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자신들의 계정을 삭제한 페이스북 코리아에 반발하며 민사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페미니즘 티셔츠를 제작한 바 있다. 당시 메갈리아는 4000여명으로부터 후원금 1억 3000만원을 거뒀다.

최근에는 여배우 김혜수가 한 브랜드 팝업 스토어에 참석해 ‘We should all be feminist(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페미니스트 티셔츠를 입으며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은 윤선향(45)씨는 “페미니스트 광장이 열린다는 소리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후드티를 구매하게 됐다”며 “티셔츠를 통해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알릴 수 있는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이 열렸다. 드로잉 부스에 참가한 학생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적힌 천막에 물감을 칠하고 있다. ⓒ여성신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이 열렸다. 드로잉 부스에 참가한 학생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적힌 천막에 물감을 칠하고 있다. ⓒ여성신문

반대편 부스에서는 여성단체 참가자들과 3~4명의 어린 학생들이 물감을 칠한 큰 붓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대표성 확대’ 문구가 크게 쓰인 천막 색칠에 몰두하고 있었다. 천막은 일러스트 작가 신주욱 씨가 디자인했다.

대전여민회에서 활동 중인 이혜숙(47)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사실을 항상 주지시키려고 한다”며 “양성이 평등한 사회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일 오후 페미니스트 광장에 참여한 시민들이 ‘1인 1피켓 부스’에서 피켓을 만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오후 페미니스트 광장에 참여한 시민들이 ‘1인 1피켓 부스’에서 피켓을 만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가 아니에요’ ‘고양이와 함께 행복 비혼’ 피켓에 직접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쓸 수 있는 ‘1인 1피켓 부스’ 또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부스에서 직접 피켓을 만든 정보라(25)씨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남자친구와 같이 행사에 참여했다”며 “직접 피켓을 만들며 여성운동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페미니스트 광장에 참여한 한 학생이 ‘1인1피켓 부스’에서 피켓을 만들고 있다. ⓒ여성신문
4일 오후 페미니스트 광장에 참여한 한 학생이 ‘1인1피켓 부스’에서 피켓을 만들고 있다. ⓒ여성신문

부스를 운영한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오늘 ‘미혼모의 권리는 아동의 인권’이라는 피켓을 만들었다”며  “미혼모의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지켜줘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미혼모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른 부스에서는 역대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슬로건으로 보는 역사, 민변 여성위원회와 함께 하는 ‘페미법률상담소’ 등을 운영했다.

부스행사가 끝난 2시부터는 ‘낙태죄 폐지 관련, 차별금지법 제정, 성별 임금격차,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여성의 공직진출 등 여성대표성 강화를 요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축하공연으로는 밴드 ’우리나라‘가 두드려, 우리가 만들어요 등의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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