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단체연합  ‘2017 페미니스트 광장’

정의당 ‘100인의 합창 및 여성정책 발표’ 

범페미네트워크 '페미니즘 문화제' 개최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4일 오후 서울도심 곳곳에서 여성단체들과 정당의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개최한 ‘2017 페미니스트 광장’에는 1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다’라는 한국여성대회의 기치 아래 “페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성별, 성적 지향, 출신지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성평등 관점의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뜻에서다.

자유발언과 함께 축하공연, 노래와 몸짓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대구경북여성연합 회원 20명은 노가바(노래가사 바꿔부르기)로 ‘구속하시오’를 공연으로 준비해 무대에 올랐고, 한국민우회 회원 4명은 성별 임금격차를 주제로 한 노가바 ’3시에 멈춰라‘를 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율동했다.

정치인 가운데는 이미경 전 의원,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정춘숙·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면서 율동을 함께 했다.

발언 무대에 오른 조숙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은 “기회의 평등이 주어졌다고 평등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평등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에서 민주주의가 이룩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진보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남성 의원이 ‘이미 평등한데 너무 그것을 더 강화한다는 건 문제가 시대적으로 맞지 않은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17%이고, 1500명이 넘는 고위공무원 중에는 71명이라면서 이 현실은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증명"이라고 강조했다.

‘성매매 없는 사회가 성평등의 완성'이라고 발언도 나왔다.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운동을 하는 인천 강강술래 이선희 사무국장은 “남성이 여성의 성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 사회에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의 절반이 성매매 성구매하고 있다는 실태조사도 있다”면서 “성매매 하는 것 자체가 불평등한 억압적 사회구조적 폭력인데 여성에게 입증하라, 폭행당한 것을 입증해야 피해자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매자와 알선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의 성구매자 처벌법이 동과된 아일랜드를 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서민정 회원은 낙태최 폐지를 촉구하고,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 행사 중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17 페미니스트 광장’ 행사 중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어 보신각에서 출발한 광화문광장으로 향한 페미니스트 행진은 200m가 넘는 행렬을 이뤄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행진 트럭 위에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돌봄노동이 왜 여성의 일이어야만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니밥은 니가 해먹어라, 애도 좀 봐라”구호를 외치자 행진 대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임을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최근 동국대 여성주의모임을 만든 김예진(22) 학생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장에서도 성차별을 느꼈다”면서 경험담을 소개했다. “촛불집회 1차부터 계속 참가했고 당시 집회 앞쪽에서 경찰과 마찰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저를 잡아당기면서 ‘여자는 뒤로 빠져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힘 세다’고 하면서 버텼다”면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해방 없이는 민주주의는 올수 없다며 여성해방을 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옷에 페미니즘 스티커를 붙이고 '여성 대표성 확대하라' 구호의 피켓을 든 40대 남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를 바꾸는 일”이라며 “제도를 바꾸는 국회의원들 중 남성이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성의원들이 연대하지 않고 여성 의원들의 일이라고 보는 것 아닌가.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의 날에 나와서 힘을 불어넣고 연대 발언하는건 의무”라고 강조했다.

보신각 주변에서 행진을 지켜본 75세 할머니는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회사에서 여자의 급여가 적다”면서 “불합리한 차별에 주눅들지 말고 힘껏 맞서싸워야 한다”면서 격려했다.

 

정의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00인의 합창 및 여성정책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의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00인의 합창 및 여성정책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의당은 1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100인의 합창 및 여성정책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벗어나자는 취지의 ‘100개의 신발’이라는 노래를 당원들의 가사공모와 당원 작곡으로 만들어서 100인의 당원들과 심상정, 노회찬, 이정미 의원 등 전원이 노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는 여성정책 중 하나로 신종 3대 여성폭력 근절 정책을 발표했다. 심 대표는 “여성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여성폭력을 낳는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을 바꿔내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데이트폭력 △스토킹폭력 △디지털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범페미네트워크는 2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페미니즘 문화제를 개최했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낙태죄를 폐지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생리대가 참비싸네 등 5가지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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