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국회서 대선 ‘성평등 정책’ 연속토론회 열려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만 치중한 박근혜 정부 여성폭력방지정책

가해자 처벌 강화하고 젠더 평등으로 나아가야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성평등 정책 연속토론회 – 여성폭력, 패러다임의 전환’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성평등 정책 연속토론회 – 여성폭력, 패러다임의 전환’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여성의 절반(51%)은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만연한 온라인상 ‘혐오표현’ 때문이다. 남성은 14.9%만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국가인권위원회 발표 내용이다. 여성이라서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일상이 됐다. 가정폭력·성폭력 발생 신고 건수가 매년 늘고 있고, 여성혐오 범죄·스토킹 등 현행법으로 아우르기 어려운 다양한 유형의 여성폭력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한국은 여성에겐 위험한 나라”(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 성평등 정책 연속토론회 – 여성폭력, 패러다임의 전환’은 2013~2017년까지 박근혜 정부의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권미혁·정춘숙 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등 초선 비례 의원들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이 주최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박수연 디지털성폭력아웃(DSO) 대표,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을 펼쳤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성폭력 근절을 국정과제로 삼고, 보호·예방 체계를 일부 개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덕경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성과로 △친고죄 폐지·부부강간 인정 등 성폭력범죄 숙원사업 해결 △형사절차상 성폭력피해자 지원제도 마련 △경찰의 가정폭력범죄 초기대응 강화와 여성청소년수사팀 신설 △경찰 대상 가정폭력 관련 직무교육 확대 △해바라기센터와 여성 긴급전화 1366센터 운영 내실화 △폭력예방교육 시스템 실효성 강화 등을 꼽았다. 

한계도 뚜렷했다. 여성폭력 근절 정책은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이 균형을 이루며 추진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추진 계획은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여성폭력 신고율에 반비례하는 기소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폭력 사건 기소율은 2012년 48.8%에서 2015년 44.9%로, 가정폭력은 2012년 14.8%에서 8.5%로 감소했다. 2015년 가정폭력사건의 가정보호사건송치율은 19.9%에서 39.1%로 증가했다. (법무부, 대검찰청 범죄분석) 이는 “사법체계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불신을 낳고, 다시 신고율을 떨어뜨리며, 문제의 비가시화와 개인적 해결의 악순환을 낳는다”고 송란희 사무처장은 지적했다. 

성폭력 관련법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전문가조차 각종 법률을 혼동하는 경우도 잦다. 윤 연구위원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정형 상향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법관의 양형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 또 형량 강화는 성폭력 범죄의 인정률을 낮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적이고 비자발적인 현 성폭력범죄자 재범방지교육 제도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긴급임시조치·임시조치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즉시 제재할 수단이 없어서다.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웠던 데이트폭력, 스토킹은 물론, 온·오프라인의 여성혐오범죄 등 새로운 범죄에 대처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성폭력방지체계의 핵심은 여성인권의 보호와 실현에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넘어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인권을 신장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