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범죄 소재 ‘직방’ 광고 논란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 운동 분 지 겨우 한 달

“자취 여성 대상화 말라”는 외침에도

여성대상 범죄 광고로 활용해 여성들 ‘분노’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여성대상 범죄를 광고소재로 활용해 논란이다. 혼자 사는 여성이 겪는 범죄에 대한 공포는 외면한 채 이를 오히려 마케팅 거리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직방은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카드뉴스 형식의 광고를 올렸다. 해당 광고는 1인가구 여성이 겪는 범죄 위협(성범죄·거주지 불법침입)을 “직방을 사용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해 문제를 샀다.

광고내용은 이렇다.

한 여성이 새로 구한 자취방 침대 밑에 남자가 숨어있다. 이를 발견한 친구는 주인공을 데리고 집 밖으로 급히 도망쳐 나온다. 이어 친구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한다. “미친X아! 내 핸드폰에 뭐가 있는지 직접 봐!” “대충 알아볼 게 아니라 직방으로 방을 구했어야지 X신아!”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직방’이 지난 2월 2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문제가 된 광고.

광고는 범죄의 발생 원인을 ‘직방에서 방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했고, 범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려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여성이 현실에서 겪는 범죄 위협을 마케팅 거리로 활용했다” “혼자 사는 여성의 공포와 생존 문제를 광고로 소비할 수 있느냐”라고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직방 측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26일 낮 12시에 업로드된 포스팅으로 인해 직방 이용자 여러분께 불쾌함을 겪게 해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썰’을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소재 선택에 신중함이 부족했고,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분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회사측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 여러분께서 우려의 댓글과 메시지를 남겨주신 것을 확인해 해당 콘텐츠는 일요일 오후 8시 50분경에 삭제 조치했다”며 “콘텐츠를 게시하기 전 내부적으로 토의와 검수 절차를 한 단계 더 추가해 앞으로 이런 문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직방 측은 2월 27일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직방 측은 2월 27일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가 생성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 피해 경험을 공론화했고, 그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자취하는 여성을 대상화하지 말라”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여성대상 범죄의 심각성에 무관심한 듯하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위협에 시달리는 여성 현실에 귀 기울이라”는 외침에도 기업은 범죄를 광고소재 혹은 마케팅 거리로 삼고 있다.

“일요일 아침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으려 하는데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남자가 쫓아 들어왔다. 남자는 바지를 벗고 있었고 성기를 보이며 너무 예뻐서 쫓아왔다고 했다”(트위터리안 @sses***)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가만히 있다 보면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사라진다”(@kkkk******) “혼자 있을 때 샤워하는 걸 싫어하게 된 이유가 어느 날 씻고 나와서 고개 들었는데, 부엌 작은 창문에서 거실을 보고 있던 남자의 눈과 마주쳐서다”(@Deat***********) 지난 2월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에 달린 글들이다.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가 생성됐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 피해 경험을 공론화했고, 그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pixabay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가 생성됐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 피해 경험을 공론화했고, 그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pixabay

혼자 사는 여성은 배달 음식이나 택배도 맘 놓고 시키지 못할 정도로 일상 속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자 신발이나 빨랫감을 갖다놓거나 걸어놓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마음 푹놓고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집에서도 그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조심하는 것은 늘 여자의 몫인가? 왜 집에서조차 공포를 마주해야 하는가?” 여성들의 절실한 외침이다.  

모바일 앱 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직방은 부동산 중개 모바일 앱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 직방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59%에 달한다. 동종 업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세와 대중의 관심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직방이 대중에 노출되는 광고에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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