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성공하려면 가정이라는 ‘플랜B’ 버려야”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성공하려면 가정이라는 ‘플랜B’ 버려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03.04 11:41
  • 수정 2017-03-0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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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스토리 - 신은영 SAP 코리아 COO 겸 부사장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의

회계·재무관리 전문가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돕는

‘백투워크 프로그램’ 이끌어

힘들면 참지말고 주변에 알려야

멘토와 대화하다보면 길 보여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저녁이 있는 삶’은 무한경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깊이 와닿는 문구다. 특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난제 중 난제로 꼽힌다. 일 잘하고 직장에서 인정받던 여성도 출산과 육아에 직면하면 이제껏 쌓은 경력을 뒤로 한 채 사직서를 내기도 한다. 워킹맘에게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 코리아의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on Officer, COO)인 신은영 부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일이 힘들 때면 눈에 밟히는 아이 곁으로 돌아가는 게 이득이라고 여기는 ‘플랜 B’를 잊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덧붙인다. 20년 넘게 딸 세라를 키우면서 ‘유리천장’을 뚫고 지금의 자리를 일궈낸 워킹맘 신 부사장의 조언이다.

“잘나가고 정말 일 잘했던 여성 직원들이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한편으론 ‘플랜B’를 두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일을 할수록 부딪치는 문제는 더 어렵고 복잡해요. ‘옵션’이 없는 직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요. 그런데 가정이 있는 여성들은 어렵고 골치아픈 문제에 부딪치면 아이를 돌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하면서요. 하지만 그 산을 넘어야 성장할 수 있고 수많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꼿꼿이 설 수 있어요.”

차선책을 선택하는 대신 ‘이곳에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품으라는 얘기다. ‘마인드셋(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그의 조언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론 마음가짐만으로 고단한 워킹맘의 삶이 단숨에 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이 머리를 맴돌았다. 신 부사장은 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을 뒷받침해주는 제도와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야망을 가진 능력있는 여성이 역량을 발휘하고 경력을 쌓아 고위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여성 인재에 대한 신 부사장의 철학은 SAP의 새로운 제도로도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지난해 6월 SAP가 론칭한 백투워크(Back-to-work)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는 SAP 아태지역 본사에서 전 세계 10억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한 ‘1BLives’ 프로젝트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다. 임신이나 육아로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여성에게 경력 개발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참가자들은 각자 역량과 경험에 적합한 프로젝트에 배치된다. 업무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유연 근무나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적정한 보수와 함께 멘토링 등 사회복귀에 필요한 지원도 제공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업무성과와 내부 수요에 따라 채용으로도 이어진다. 현재 4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일하고 있다. 한국에 이어 일본과 싱가폴, 호주 SAP 지사에서도 백투워크 프로그램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부사장은 “여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단지 사회공헌 차원의 일이나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양성은 기업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여성 참여가 높을수록 다양성이 확대돼 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아요. 특히 이사회에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높다고 합니다. 결국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여성 인재가 필요하다는 거죠.”

SAP 글로벌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은 2016년 4분기 기준 32.6%다. SAP 코리아는 이보다는 낮은 23%지만 증가 추세에 있다. 여성 인재를 붙잡기 위한 SAP의 노력은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 출산휴가 기간인 90일에 30일을 더해 120일간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총 10일로 늘렸다. 직원의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매달 최대 30만원의 육아 장려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사내 어린이집 설립을 위해 적합한 장소도 검토 중이다. 육아휴직 사용 후에도 자녀가 만 8세 전까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 부사장은 “지난해 백투워크 프로그램과 새로운 가족친화제도를 발표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여성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회사가 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성 임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인식이 퍼졌어요. 작은 변화라 할 지라도 회사가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여성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한다는 움직임 자체에 직원들이 기뻐하더라고요. 이 덕분인지 지난해에는 여성 직원 중 퇴사한 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어요. 회사를 그만두는 대신 재택근무와 단축근무를 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고요. 물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론 눈치보는 문화를 바로 바꿀 순 없겠죠. 그래서 누구든지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려고 신경써요. 남성 직원들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요.”

여성 인재를 붙잡기 위한 제도는 결국 남성 직원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원하는 제도로 확산되는 형태로 진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SAP 코리아는 임직원이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며 구성원들의 능력을 존중과 인정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2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격려(Inspiring, 임직원이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공감하는 것)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인간 중심의 혁신 노하우인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추구하며 회사 안팎으로 활발히 전파한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씽킹을 적용한 새로운 회의 문화를 도입하는 등의 내부적인 노력은 물론, 국내 사회에 디자인씽킹과 혁신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진행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SAP는 여성의 경력 개발을 돕기 위한 ‘BWN(Business Women’s Network)’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AP 코리아도 지난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BWN 코리아를 론칭했다. 여성 임직원들은 분기당 1회씩 개인 브랜딩과 네트워크 구축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SAP 코리아 여성 임직원들은 BWN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여성 리더들과 인맥을 쌓고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얻고 있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는 업무적 교류와 교육을 받는 동시에 서로에게 지지와 실질적인 조언을 얻도록 도와준다.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고 멘토링을 하며 업무는 물론 사적인 고민에 대한 공감과 조언을 주고 받는다.

대전에서 태어난 신 부사장은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텍사스로 이민을 떠났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에서만 일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조직 내에서 여성이라는 소수로 살아남기 위해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그때마다 신 부사장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 역시 멘토링이었다.

“제게도 런던에 있는 남성 멘토가 있어요. 영업 분야에 대한 조언은 물론 제가 보지 못하는 남성의 관점에서 설명해주기도 하고,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넥스트’로 갈 수 있는지도 그려주시죠. ‘너의 분야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과 점심을 먹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이끌어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것이 일을 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신 부사장 역시 회사 내에서 여성 후배들을 이끄는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는 곧 다양성있는 경쟁력있는 일터”라며 “능력있는 여성 후배들이 더이상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은영 SAP 코리아 부사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은영 SAP 코리아 COO 겸 부사장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회계금융 학사를 취득, 졸업했고,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부여하는 CPA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전문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PwC 컨설팅(Price Waterhouse Coopers Consulting)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근무했으며 1998년부터는 오라클 코리아에서 컨설턴트 및 매니저로 일했다. 2001년에는 오라클 코리아 재무담당이사로 역량을 발휘했다.

SAP 코리아에 SAP 코리아의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e Officer, CFO)를 지냈으며 회계 및 재무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2012년 7월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on Officer, COO) 겸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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