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성 주인공 영화 비율 역대 최고 기록

성평등 ‘맑음’ 인종 평등 ‘흐림’ 여성 스태프는 ‘암울’

 

2016년 여성 주인공 영화로 흥행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왼쪽)과 ‘컨택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16년 여성 주인공 영화로 흥행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왼쪽)과 ‘컨택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얼마 전 화제 속에 마무리 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목록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여성 영화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 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oWhite)’ 캠페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실제 영화 시장 속에서 여성 영화가 활약한 측면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 ‘TV·영화 속 여성 연구 센터(The Center for the Study of Women in Television and Film)’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할리우드 흥행 톱 100편의 영화 중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의 비율은 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조사 때 보다 7% 증가한 수치다. 또한 주요 캐릭터 중 여성을 포함한 영화로 범위를 넓히면 37%에 이르며 이 또한 전년도 보다 3%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전히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의 두 배가 넘지만 확실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할리우드의 성평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표되어 눈길을 끌었다. 제니퍼 로렌스나 제시카 채스테인과 같은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남녀 주인공 임금 격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SNS에선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여배우들에게 성차별적이거나 패션에 관한 질문만 하는 것을 비난하는 캠페인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성 주인공은 코미디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SF 블록버스터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부터 애니메이션 ‘모아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나타났다. 흥행 성적이나 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펠리시티 존스가 이끈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전 세계 적으로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에이미 애덤스의 ‘컨택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고스트버스터즈’ 리메이크 판은 여성 주인공 4인이 이끄는 영화로 화제를 모았으며 모아나’, ‘히든 피겨스’, ‘배드 맘스’, ‘걸 온 트레인’과 같은 영화들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여성 주인공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듯하다. 올해에도 ‘원더우먼’이나 ‘캡틴 마블’과 같은 여성 히어로가 이끄는 만화 원작의 블록버스터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마사 라우젠 센터장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캐릭터가 점점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좋은 성적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젠더 형평성은 나아졌지만 인종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2016년 아시아 여성 주인공의 비율은 전년도보다 두 배 성장한 6%를 기록했지만 흑인 여성 주인공은 단 1% 오른 14%에 머물렀다. 라틴계 여성 주인공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단 3편의 영화에만 등장했으며 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 주인공 영화의 성공이 여성 영화인의 활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기관이 지난 1월 발표한 ‘스크린 뒤 여성 고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할리우드 흥행 250위권의 영화 중 여성감독 연출작의 비율은 7%로 2015년보다 2%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250편 중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촬영감독, 편집기사 등 주요 스태프에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영화는 35%나 됐다. 라우젠 센터장은 “할리우드 내 성차별에 대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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