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업계 ‘키오스크’ 도입 확산

기업 인건비 절감·소비자 시간 단축 효과

소비자 사용 불편 늘고 작동 오류도 빈번  

 

24일 맥도날드 서울 정동점에 방문한 기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24일 맥도날드 서울 정동점에 방문한 기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2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의 맥도날드 매장. 한 남성이 매장 입구 앞쪽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kiosk·무인계산기) 앞에서 주문을 시도하고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점심 시간대였지만 키오스크 이용률은 높지 않았다. 30분간 5명이 키오스크를 이용했고, 그마저도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겠다 직접 키오스크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식사장소와 결제방식을 골랐다. 그러자 세트메뉴, 추천메뉴 등 페이지당 9개가 넘는 메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음료, 사이드 등 각각 10개의 종류가 넘는 메뉴를 일일이 선택해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주문을 다 하고 보니 벌써 5~6분이 지나 있었다.

주문 후에는 따로 알림 소리가 나지 않아 공용 모니터에 뜨는 번호를 계속 주시해야 했다. 알림판에는 단 한 개의 주문번호밖에 뜨지 않았다. 매장 직원에게 메뉴가 나왔는지 재차 확인한 결과, 15분이 지난 후에야 주문한 햄버거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단축됐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는 찝찝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24일 맥도날드 서울 정동점에서 기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4일 맥도날드 서울 정동점에서 기자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의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안내시스템으로 고객이 직접 주문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직원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바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현재 맥도날드는 430개 중 상반기 250개까지 도입 매장을 확대한다고 밝혔고, 롯데리아와 버거킹 또한 키오스크 도입 매장을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키오스크 설치를 늘리는 이유는 인건비 절감에 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을 늘리는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업체는 소비자도 카운터 앞에 긴 줄을 설 필요 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사용의 불편함이나 작동오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키오스크 도입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가 낯선 중장년층은 키오스크 사용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이모(57·남)씨는 “키오스크 주문 도중 계속 오류가 나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며 “중장년층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키오스크를 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좀 더 빠르고 편리한 주문이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와 기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3사에 문의한 결과, 키오스크 도입 이후 고객 불편사항을 반영해 키오스크를 수정, 도입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키오스크 선두주자는 롯데리아다. 3사 중 가장 빠른 2014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했다. 현재 롯데리아는 전국 1340여개 매장 가운데 460여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체 매장의 약 34.3%가 키오스크 매장인 셈이다. 그러나 매장마다 키오스크 도입 숫자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평소 롯데리아를 자주 이용하는 민모(30·남)씨는 “어떤 매장에 가면 키오스크가 한 대밖에 없어 키오스크 매장이라 부르기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리아 관계자는 “키오스크는 가맹점 인테리어 부분”이라며 “운영 여부 또한 가맹점주가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3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키오스크 매장을 늘리고 있다. 2015년 8월 서울역, 상암, 청담동, 부산해운대점 등을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맥도날드는  430개 매장 중 연내 250개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매장 크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4곳씩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도입 확산을 하는 만큼 소비자 경험을 세밀하게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티즌 olat****은 “직원한테 주문하면 몇 초면 되는데 직접 주문하면 5분은 더 걸린다”고 했다. 네티즌 hja2****도 “일부 식당과 달리, 햄버거 가게는 키오스크가 더 느리고 불편하다”며 “문제가 생겨 직원을 찾아가도 키오스크에서 해결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불편함으로 인해 고객 사용빈도가 낮다는 의견에 대해 “키오스크 사용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점심시간 등 붐비는 시간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미래형 매장 다운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모든 미래형매장으로 확대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 정동점에 위치한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계산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맥도날드 정동점에 위치한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계산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버거킹은 키오스크 후발주자인 만큼 카드결제 오류, 기계 오작동 등이 많아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버거킹 서울역점을 이용했다는 네티즌 scl0****은 “직원 없는 점포 만드는 과도기에 있는 건 이해하지만 키오스크로 여러 번 시도해도 주문이 잘 안 됐다”며 “결국 직원이 해봐도 안 돼서 카운터에서 따로 해줬다”고 지적했다.

기계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 또한 문제다. 키오스크에서는 못 먹는 재료를 빼는 주문이 아예 불가능하다. 네티즌 hulk****는 “버거킹 키오스크에서 ‘더블와퍼’는 무조건 치즈가 올라간다. 치즈를 빼기 위해 카운터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주문해야 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버거킹 관계자는 “불편사항이 있을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 고려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거킹은 현재 전국 268개 매장 중 47곳에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종로점, 서여의도점, 신촌점, 강남교보점에 키오스크를 최초 도입했다.

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소장은 “대량판매에만 집중하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매장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며 “패스트푸드점의 본래 의미처럼 빠른 시간에 메뉴를 주문하고 빠르게 주문메뉴를 먹을 수 있도록 주문방식이 더욱 편리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키오스크 주변에 판매 메뉴를 부착해 소비자가 본 장비를 이용하기 이전에 메뉴를 결정하도록 하는 서비스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이나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은 고객이 키오스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뒤에서 대기하는 고객은 매우 지루하고 불편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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