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배민다움’ 출간한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자기다움 없이는 기업도 개인도 살아남기 어려워”

O2O서비스(Online to Offline) 중 가장 대중화된 분야가 중 하나가 음식배달앱이다. 현재 배달음식 시장은 12~1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중 배달앱을 통한 거래가 2조~3조원 정도 된다. 다양한 음식배달앱 가운데 대표주자는 단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다. 2010년도를 기점으로 출시된 여러 음식배달앱 중에서 배민이 가장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고, 현재까지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배민의 주문 건수는 지난해 12월 1070만건 정도를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월 주문 1000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다.

국내 최고의 마케팅 석학으로 꼽히는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배민다움’을 출시하며 배민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렇다고 배민만의 특수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마케팅학회장을 맡고 홍 교수는 기업이 경쟁력을 위해 갖춰야 할 요소는 ‘자기다움’이며, 그것은 모든 기업이 갖추어야 할 마케팅 전략임을 제시했다.

야후, 싸이월드, 노키아, 트위터 등이 겪은 위기와 실패의 원인에 대해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창업자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기업의 질서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자기다움을 만드는 것인데, 점차 그 미션을 잃어버리면서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들 기업과 대조적인 사례로 레고와 라이카를 제시했다. “완구제조업체 레고가 1932년 설립 후 성장과 추락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 명품카메라 브랜드 라이카가 사라질 뻔하다가 다시 살아난 것도 자기다움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자기다움은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만들 수 있다. △업의 본질을 정의하고 △내부 브랜딩을 통해 업의 개념을 내재화하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뮤즈 타깃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백화점이 저마다 사업 본질을 정의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백화점이라는 업종은 같지만 개별 기업마다 각각의 본질은 달랐다.

“90년대 이건희 회장이 취임 1년 후 첫 일성으로 각 사업장의 본질을 분명히 하라고 지시했어요. 그 때 제시한 백화점의 본질은 임대업이었어요. 2002년도에는 업의 본질을 고민하던 현대백화점 대표를 만났어요. 그 대표는 이 회장의 말대로 백화점이 임대업이라면 직원이 4000명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각 지점별로도 성격이 다르다면서 고민했어요. 제가 그때 내린 백화점 업의 본질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고 스타일리스트라고 정의했죠.“

2015년 그가 생각한 롯데백화점의 업의 본질은 또 달랐다. “그때는 백화점 고객의 85% 이상인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했어요. 각 세대별·소득별·성별·지역별 등으로 분류해봤더니 너무나 다양한 거예요. 그러나 공통점은 ‘러블리 라이프’를 지향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백화점이 단순히 쇼핑만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행위 하나하나를 의미로 엮고 재미를 부여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자. 다시 말해 러블리 라이프를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업의 본질이 됐죠.”

홍 교수는 자기다움을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요소인 브랜딩 내재화에 대해서는 패션잡화브랜드 루이까또즈의 사례를 소개했다.

“경쟁사인 MCM과 차별화된 루이까또즈의 브랜딩을 ‘이지적 우아함’이라고 설정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멋진 브랜드도 전국의 각 매장의 직원들이 내재화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도서 비용을 지원해주고 책 속 등장인물 중에 이지적으로 우아한 인물을 찾아보게 했어요. 그 중 우수 직원을 선발해 프랑스 휴가를 보내주고 원하는 공연을 관람하게 했어요. 거기 출연한 배우 중에 이지적으로 우아한 이가 누구인지 또 찾게 했어요. 이런 습득 과정을 거듭했더니 나중에는 매장 직원이 본사에서 내려온 비품을 보고 ‘왜 이렇게 이지적으로 우아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대요. 모드 직원이 뼛속까지 체화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자기다움을 만들기 위한 세 번째 요소는 정확한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는 마케터에게 영감을 주는 타깃을 뮤즈라고 부르며, 잠재고객보다는 뮤즈타깃을 설정해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까야는 40대 남성이 주요 고객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와라와라 이자까야는 27세 여성을 타깃으로 봤어요. 그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과일주라든가, 남자들에겐 술안주스럽지 않은 메뉴가 많아요. 또 무릎 담요, 머리끈 등 같은 것도 제공하고요.”

와라와라가 40세 남성 대신 27세 여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한 근거는 명확했다. “그들의 특성이 전파력이 좋다는 거예요. 공유를 잘하고 정보 생산에도 관심이 많아요. 20대 여성들이 찾는 곳이니 20대 남성도 함께 오고요, 40대 남성도 찾아오지요.”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홍 교수는 이같은 자기다움을 갖춘 배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배민은 음식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음식에 대해 자기만의 정의를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라는 정의로 배달음식의 이미지를 바꾸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뮤즈타깃인 20대에 어필하기 위한 ‘B급 문화’를 설정해 전파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앞장 선 사람이 내부 구성원들이다.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국은 물보다 진하다’ 등의 카피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는 등 배민을 배민답게 만들어내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결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업체의 팬클럽을 만들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자기다움은 스타트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홍 교수는 이와 함께 여성 창업가들이 유념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먼저 품질 경쟁을 넘어 감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에서 여성 창업가들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학습과 경험을 통한 지식 습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경영학적으로 염두에 둘 것이 소위 4M, 제조(Manufacture), 맨(Man), 자금(Money), 마케팅(Maketing)이다. “특히 여성들 중에 스스로를 리더십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여성 리더십이 더 좋은데 말이죠. 또 돈 관리를 잘 해야죠. 처음부터 자본을 많이 들이면 실패할 가능성도 커요. 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죠.”

또 넘어지는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으며, 아프지만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가 여성들에게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직장에서도 채용 때는 여성 직원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잖아요. 오히려 남자를 뽑을 수가 없다고 고민하는 상황인데 취직한 후에는 여성들이 끈기나 맷집이 약한 것 같아요. 기업에서도 그렇고 창업하더라도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고 반복할 수 있는 오뚜기가 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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