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순민주노총 여성국 부장

지금 안기부 비자금 등을 갖고 온갖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에는 수많은 법개정 요구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에 노동관련 현안으로 제기되어 있는 것이 노동시간 단축이다.

지금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쟁점은, 사용자들은 기존의 노동조건을 개악하는 내용을 전제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고 노동계에서는 노동조건을 개악하는 방식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쟁점은 이런데 사실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개발독재로부터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경쟁논리만을 유일한 사회 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달려왔던 지난 30년의 과정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지난 30년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여지없이 파괴시키고 진정 우리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한번 생각할 틈도 없이, 그래서 ‘사대주의나 졸부근성’ 같은 수치스러운 이름표까지 달아가며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는가?

노동시간 단축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들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서 허덕이며 가정은 하숙집과 같고 많은 여성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남성노동자들의 허덕이는 삶을 내조하느라 자신의 노동권도 포기해 가면서 전업주부의 역할을 해 오지 않았던가? 이런 가정 내 역할분담은 가부장제도를 유지시키는 강고한 수단이 되어 왔다. 가정 내에서 가족들끼리 만들어 가는 문화란 존재할 여유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는 놀러 가도 바쁘기만 하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끼리의 관계를 여유롭게 쌓는 것이 아니고 평소 일할 때처럼 마구(열심히) 놀아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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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데 행복한 삶을 말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노동시간 단축은 이런 정신없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계기일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것이다. 돈과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이런 논의들이 폭넓게 전개되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사용주들의 주장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경쟁과 시장논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노동계의 요구를 더욱 진전시켜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사람 사는 것답게 살아야 한다는 다양한 주장들을 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원하는 삶의 측면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얼마나 중요하며 어떻게 되어야 하는 지도 물론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30년 성장과 경쟁의 시대를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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