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다가선 ‘성매매 근절’

전주지법 ‘감금 등 혐의 인정’ 업주들에 3·4년 선고

매매춘 방조죄 국가배상청구소송 재판 큰영향 미칠듯

지난 해 9월 발생한 군산 매매춘 업소 화재참사(본지 595호) 관련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감금, 윤락행위, 부당이득 등 혐의를 대부분 인정, 업주들에 징역 3,4년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그 동안 드러난 경찰·행정 공무원들의 성매매 유착비리와 더불어 서울서 진행중인 매매춘 방조죄 국가배상청구소송 재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산 매매춘 업소 화재사건은 한국 사회 성매매의 현주소를 드러내 준 중요한 사건으로, 매매춘 여성의 인권유린 실태와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유착관계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 배금자 변호사를 필두로 한 유가족들의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여성단체들의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입안활동과 함께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매매 실태를 근절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업주와 포주에 대한 선고공판

지난 7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2단독(판사 김영학)은 포주 박중환씨와 박복현씨에 대해 “중과실치사, 감금, 윤락행위방조, 부당이득 등 기소내용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되므로 각각 징역 4년과 3년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또 박복현의 어머니 전갑덕씨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매매춘 여성들을 팔아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영만, 송성민, 김선균씨에 대해서는 윤락행위방지법 위반과 방조의 혐의로 각각 징역 8월에서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박복현씨의 언니 박복희씨에 대해서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실제 포주로 지목했던 건물주인 박복현씨의 남편 이형렬씨에 대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결과에 대해 희생자들의 유가족들과 대책위는 “성매매와 감금에 대한 기소내용을 인정한다는 재판부가 살인행위에 대한 대가로 내린 형량이라 보기엔 너무 미흡하다”며 항의했다. 정미래 대책위 사무국장은 “재판부의 이번 선고내용도 ‘매매춘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재현장인 ‘감뚝’에선 사건 이후로도 노예매춘을 해 오던 포주가 종암경찰서를 통해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으며 그 동안 5차 재판을 거쳐 선고공판에 이르기까지 재판과정에서 포주들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등 유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성매매 결탁 경찰·행정 공무원 비리

군산 화재참사와 관련해 관할 경찰은 초동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아 희생자의 일기장이 유가족들의 손에 의해 발견되는 등 처음부터 비리 의혹을 강하게 샀다. 10월 화재현장에 있었던 매매춘 여성 김씨가 ‘상납계’의 실체를 폭로했고 11월엔 수사과정에서 형사반장이 포주에게 수사진행 상황을 설명해주고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에 입건되는 등 경찰공무원과 포주간의 성매매 유착고리가 드러났다.

그러나 막상 군산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뇌물수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전북경찰청은 11월 경찰, 군산시청 공무원, 소방공무원 등 하위공무원 6명만을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혀 ‘경찰조직을 보호하려는 여론 무마용 수사’라는 항의를 받았다.

한편 지난 달 28일 단행된 전북지방경찰청 인사에서는 군산경찰서 주요 보직에 서울에서 전입온 젊은 간부들이 대거 배치돼 성매매 유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경찰의 의지를 표한 것을 보인다. 그러나 뇌물을 받거나 직무유기를 한 경찰들이 보석으로 불려나오거나 집행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복귀한 상태여서 성매매와 매매춘 여성의 인권유린에 대한 불감증이 경찰사회에 존재하는 한 이같은 인사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매춘 방조죄 국가배상청구소송 돌입

지난 해 10월 26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공동변호인단과 유가족들이 매매춘을 방조한 혐의로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소송 재판이 열렸다. 지난달 18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관할위반 문제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피고 군산시와 포주 등의 관련자 측에서 ‘관할위반의 항변’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서울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피고 대한민국은 대리인으로 변호사(이준범)를 선임했고 군산시를 대표해선 군산경찰서 경찰공무원 1인이 참석했다. 재판이 끝나고 원고측 변호를 맡은 배금자 변호사는 유가족과 대책위에 “성매매 관련 여성인권유린과 매매춘 범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재판인 만큼 관련 피고인들의 재판기록이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가능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입안활동에 착수한 새움터,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대책위 소속 여성단체들은 “이번 재판을 통해 이 나라에서 여성을 노예로 삼는 성매매를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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