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조 설문조사 결과

19대 대선에 요구하는 여성노동공약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 1위는 ‘저임금’

여성노동공약 1순위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선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취업준비생, 워킹맘 등 여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공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선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취업준비생, 워킹맘 등 여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공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내는 가운데 대선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여성노동공약 1순위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저임금’ 문제가 꼽혀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이라는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송옥주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신용현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함께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17 대선토론회를 열었다.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선 시민 563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로 ‘저임금’(24.2%)을 꼽았다. 뒤 이어 ‘비정규직 차별’(13.1%), ‘고용안정’(10.1%), ‘성차별·성희롱 ’(8.7%), ‘장시간노동’(6.9%), ‘조직문화·노동존중’(5.8%), ‘일·생활 균형’(4.9%) 순이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힌다. OECD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계속 1위다. 36.7%로 OECD 평균 15.5%의 2배 이상이다.

실제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세계적으로 ‘부동의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계속 1위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6.7%로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약 63.3%에 지나지 않는다. OECD 평균 15.5%의 2배 이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는 최저임금의 변동에 따라 임금수준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선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21만원으로 항상 최저임금선에서 결정된다. 최저임금 미달자도 148만명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주관식 질문으로 진행됐다. 답변 가운데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 근근히 먹고 살만한 급여, 열정을 다해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은 저임금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저임금에 대해서는 ‘기본 생활에 쓸 돈이 부족하다’ ‘공공영역에서는 자원봉사로 취급되어 거의 임금이라고 볼 수 없는 돈을 받고 있다’는 성토도 있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여성의 노동을 자원봉사 취급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공공영역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면서 “답변 중엔 ‘시간을 덤핑하면서까지라도 당장 돈이 필요하니 성폭력이 난무한 곳이라도 갈 수밖에 없다’는 표현은 열악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가 박탈된 여성노동자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선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에서 취업준비생, 워킹맘 등 여성노동자들이 19대 대선에서 다뤄야 할 여성노동공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성신문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7 대선토론회 ‘여성혐오 넘어 일과 삶을 리셋하라’에서 취업준비생, 워킹맘 등 여성노동자들이 19대 대선에서 다뤄야 할 여성노동공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성신문

‘19대 대선에서 반드시 다뤄져야할 여성노동공약’으로는 1순위가 ‘비정규직 정규직화’(22.6%)로 나타났다. ‘차별해소’(19.0%), ‘최저임금 시급 1만원’(16.3%), ‘노동시간 단축’(9.5%), ‘좋은 일자리 확보’(5.9%)가 뒤를 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다양한 차별의 문제 해소를 요구했다. ‘성별임금격차, ’비정규직 차별‘, ’유리천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젠더와 관련한 불평등한 기업문화 개선‘, ’비정규직 차별‘, ’적정 수입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기혼 미혼 비혼 구분 없는 공평한 채용문화‘, ’중소기업 대기업 격차 완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일·생활 균형에 관한 공약으로는 ‘남성의 육아 참여 독려를 위한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워킹맘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급여인상’ 등이 제안됐다. 취약계층 노동현실 개선에서는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수가개선’, ‘가사노동 입법화 실현’, ‘감정노동자 보호 방안’, ‘여성,성소수자,장애인,노인 등 소수자 권리 보장’ 등 다양한 취약계층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요구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20대 취업준비생 김세정씨는 “기업 채용 담당자는 면접에서 결혼은 언제할 생각인지, 출산 계획이 있는지 묻는다. 야성노동자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따지는 것 같다”면서 “취업에서 부터 성차별을 겪는 20대 여성을 위한 취업준비 정책과 기업이 차별없이 공정하게 채용할 있도록 강제하는 법안, 이유없이 임금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대선주자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20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한 박소영씨는 “비정규직은 해고될까봐 임신 사실을 숨기고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쫓겨날까봐 신고도 못한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을 겪지 않도록,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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