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 거꾸로 가고 있는 한국

최근 프랑스와 한국 여성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일 프랑스에서는 하원 입법위원회가 어머니의 성씨를 자녀가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한 반면, 한국에서는 여성계가 호주제 폐지를 위해 가정법원과 3개 지방법원에 제기한 호주제 불복신청을 법원 두 곳에서 기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집권당인 사회당은 여성단체들의 오랜 압력으로 자녀가 부모 중 어느 한쪽의 성 또는 양쪽 성 모두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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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가 성씨 선택의 자유를 완전 보장하는 법안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우리 여성단체들은 이같은 소식이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이 법안은 이전에 출생한 자녀들에게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소식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성 선택의 자유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도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상 남녀평등이 보장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법 개정을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도 뒤늦게나마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도 세계 흐름에 맞춰 호주제를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호주제도가 위헌이라며 불복신청을 한 원고들에게 “이유없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려,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호주제 위헌소송에 적신호

-여성계 “법원서 충분한 검토없이 기각결정” 강력 비판

여성·시민단체들이 제기한 호주제 위헌소송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주제폐지시민연대 측은 위헌소송의 1단계로서 원고인의 본적지에 따라 가정법원(5건), 북부지원(6건), 남부지원 (1건), 서부지원(1건)에 호주제 불복신청을 제기했었으나(관련기사 제603호), 그 가운데 가정법원과 남부지원이 지난 12월 6일과 1월 9일 각각 기각 결정을 내린 것. 기각 이유는 말 그대로 “이유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여성계는 가정법원의 기각 사실이 나머지 두 지방법원의 판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97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던 동성동본불혼제의 경우 가정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줬던 것과 비교해 보면 호주제 위헌소송은 첫 단계부터 순탄치 않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에 여성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은 기각이 너무 빨리 결정되었다는 것. 기각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 해 11월 28일 각 법원에 신청한 뒤 이렇게까지 빨리 결정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원고인 측은 결과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법원 측에서도 50명 가까이 되는 담당변호사들에게 통보를 하지 않아 바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12월말 관련단체 실무자가 법원에 확인한 뒤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이의 신청을 제기한 지 1주일여 만인 12월 6일 불시에 기각 결정을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는 실제적인 피해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진지한 고려없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호주제폐지시민연대 측은 “이번 결정은 우리 법원의 현수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나머지 두 곳의 판결을 기다렸다가 예정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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