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첫 포럼 ‘페미니즘, 정치의 패러다임을 싹 바꾸자’ 개최
“페미니스트들의 공론장·연대의 장 형성해 ‘페미니즘 정치’ 포문 열 것”
“우리는 정권의 교체가 아닌, 정치의 전환을 원합니다. 성차별을 가져온 우리 사회의 권력, 제도, 정책 전반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비판하고, 나아가 이에 균열을 내고자 합니다. 페미니즘 정치는 부차적이거나 나중에 와야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여기 권력이 소용돌이칠 때 함께 시작돼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차별과 혐오 없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응답해 적극적으로 ‘페미니스트 정치’를 실현하고자 구성된 페미니스트들의 네트워크, ‘페미광장’이 23일 출범했다. 이날 오후 6시 연세대에서 열린 출범식 겸 첫 포럼 ‘페미니즘, 정치의 패러다임을 싹! 바꾸자!’엔 여성학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퀴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페미광장은 “페미니스트들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공론장을 형성하고, 세대와 온오프라인을 넘어 연대함으로써 대선 정국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강남역10번출구,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 불꽃페미액션, 성과재생산포럼,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당당, DSO(디지털 성폭력 아웃) 등 단체와 다양한 개인들이 초동주체로 나섰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가부장적 권력 카르텔’과 ‘비판 세력 내부의 여성혐오’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국회 같은 대의 정치 조직에서 페미니즘 의제가 어떻게 묵살되는가를 경험해왔습니다. 국가 조직을 비판하는 운동 세력 내 상황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 유력 대선 후보들이 페미니스트를 언급하지만, 여성과 남성이라는 젠더 이분법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의 여성 정책은 출산 및 양육과 관련 있는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며, ‘낙태죄 폐지’ 등 최근 페미니스트들의 요구 사항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 퇴진 정국을 맞아 ‘페미니즘 정치’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그는 말했다. 페미광장이 말하는 ‘페미니즘 정치’란 “이성애 중심적 젠더 이분법으로 인해 성적으로 차별·배제 당한 모든 사람들이 주체나 대상이 되는 정치”, “성차별을 가져오는 젠더 체계를 해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정치”다. “성폭력·여성비하·전형화·대상화 등과 관련된 문화적 조건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이와 매우 밀접하게 교차돼 나타나는 정치적 권력의 불평등과 물질적 빈곤에도 맞서 싸우겠다”고 이들은 선언했다.
“우리는 젠더 트러블을 일으키려 합니다. 기존의 권력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비판함으로써 그로인해 억압됐던 모든 성적 정체성을 그 오랜 사슬에서 풀어버리고자 합니다. (...)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의 광장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대의 정치 조직에 내재된 성차별적인 요소는, 오직 그 조직 밖의 광장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직접 이를 공론화할 때 제대로 시정될 수 있을 겁니다. 광장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세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따지는 소란스러운 소통과 연대를 이루고자 합니다.”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비판하라! 여성 정치에서 페미니즘 정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직접 민주주의의 페미니즘 광장 정치를 상상하라! 온오프라인과 세대를 횡단해 소란스럽게 연대하라!”
이어 이유림 건강과대안 연구원, 불꽃페미액션의 민주 활동가,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온라인 페미사이드 대항연합의 이원윤 씨 등이 차례로 ‘낙태죄’ 폐지 운동, 월경, 여성 노동과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발제와 종합 토론을 했다. 페미광장에 참여하고 싶거나, 더 많은 소식이 궁금하다면 페미광장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바로가기)에 접속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