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야권 입장과 차별화된

현실주의 노선 보수층 어필 전략

문재인, 집토끼 단속 본선행 노려

 

중도 외연 확대 산토끼 전략이냐

지지층 강화 집토끼 전략이냐

선거전 속 젠더정책 외면해선 안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고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고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선거에는 두 개의 상반된 전략이 있다. 하나는 중도 외연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산토끼 전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지지층을 강화시키는 집토끼 전략이다. 

전자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선거전문가인 딕 모리스가 치중했던 것으로 현직인 공화당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경쟁한 민주당 클린턴 후보 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진보 성향의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를 외치며 그동안 보수의 전통적인 가치로 여겨졌던 경제성장 문제를 핵심선거 어젠다로 제시했다. 이런 전략은 당시 경제 침체로 고전하던 중도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결과적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한때 90%의 지지율을 보여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부시 대통령을 꺾는 데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구사한 것도 전형적인 산토끼 전략이었다. 보수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진보의 전유물이었던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어젠다를 들고 나와 외연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에만 매몰돼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지 못해 패배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현직 부시 대통령을 도와 선거 전략을 총괄했던 사람은 칼 로브였다. 그는 외연을 확대하는 딕 모리스 전략을 거부하고 전통적 보수층인 400만명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도덕적 이슈를 들고 나왔다. 이른바 3G(Gay, Gun, God)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채택한 것도 집토끼 전략이었다.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저소득, 저학력 백인 노동자층을 주 타깃으로 공략했다. 힐러리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가져올 공포에만 호소했을 뿐 변화를 주도하지 못했다. 출구조사결과 지난해 미국 대선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38%가 “변화를 원한다”고 조사됐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이슬람 국적자들의 미국 입국 거부 등을 트럼프 핵심 지지층들은 변화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 저학력 백인 계층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67%였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최근 대선판에 안풍(안희정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한달 전(6%)과 비교해 3배 이상(22%) 급등했다. 안 지사는 50∼60대와 보수층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안풍의 기저에는 산토끼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전임 정부 입장 고려, ‘현금 복지’ 거부 등 기존의 야권 입장과 차별화된 안정적 현실주의 노선이 중도․보수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과 ‘이명박․박근혜 선의 발언’도 이런 외연 확대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안 지사는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말 속에 분노가 빠졌다”면서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라고 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안 지사는 “계산된 말도, 실수도 아닌 제 마음 속에 있던 말”이라며 “지도자의 분노란 그 단어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바람이 난다”고 되받았다. 하지만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안 지사는 결국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문 전 대표는 집토끼 단속으로 결선 없이 본선 직행을 노리고 있다. 중도 확장 전략은 당내 경선에선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전략의 유․불리를 넘어 우려되는 것은 소모적인 정치발언 논쟁으로 대선 후보 간에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여성정책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대선 후보들 모두 “젠더정책은 결코 특정 이념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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