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 동생이 태어난 민석은 처음에는 내가 보기에도 의젓해서 엄마와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는 어린이집(신촌지역 공동육아조합)에 다녀오면서 이러는 게 아닌가.

“동생 때릴 거야. 민재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려 버릴거야.”

“민재는 민석이 동생인데. 그리고 얼른 자라면 같이 놀 수도 있고 얼마나 좋아.”

“그래도 좋지 않아. 민재 버려버릴거야.”

이날 민석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목욕도 하기 싫다, 양치질도 하기 싫다, 피자 사달라, 케이크 사달라 계속 떼만 쓰는 게 아닌가? 그렇게 1시간 이상 떼를 쓰다가 엄마가 화를 버럭 내자 너무 놀라 울음을 그친다. 민석도 엄마도 서로 놀라 어쩔 줄을 모르다가 기분이 진정되자 엄마가 “이제 설도 지났으니 엄마는 우리 민석이가 예전처럼 밝고 잘 웃고 착하고 씩씩했으면 좋겠는데 민석이는 엄마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말해보렴.”

“나는 엄마가 화 좀 안 냈으면 좋겠어.”

“언제 엄마 화냈어. 민석이가 생떼를 쓰니까 그런 거지.”

“옛날보다 화 많이 냈어.”

알게 모르게 두 아이 키우느라 예민해져 민석에게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고 오히려 화까지 많이 낸 것이 아닌가 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게 이 날은 다소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이제 민석도 떼를 덜 쓰려나 기대를 했으나 다음날 다시 떼를 쓰더니 이번에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며칠 전 잡지 광고에서 본 <방귀 뿌우웅>이라는 책을 사달라는 것이다. 퇴근할 때 사다주마고 겨우 달래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녁에 동네 서점에 들렀지만 그 책이 하필 없다. 내일 큰 서점에서 사주마 하고 설득을 했으나 막무가내다. 결국 밤에 함께 신촌엘 나갔다.

일부러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더니 책을 사긴 했어도 힘들었는지 다시는 아빠 따라 밤에는 나들이를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내심 비록 오늘 힘은 들었지만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겨우 두세 번 읽더니 그 책을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야단이다.

정말 녀석에게 회유와 협박 별 수를 다 써 보지만 그다지 먹혀들지를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직접 아기에게 ‘해코지’는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것도 안심 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민석이가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줄 알지만 이해가 되다가도 너무 떼를 쓰니 사실 미울 때도 있다. 물론 민석이도 동생이 귀엽고 엄마 아빠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싫은 것일 게다.

‘녀석아, 동생 맞이하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더냐. 너도 마음고생이 많겠지만 엄마 아빠도 무척 힘들단다.’

김기만/ 신촌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 어린이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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