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성소수자 차별 반대하나 동성애는 지지하지 않는다”

성소수자들 반발 “차별적 발언 사과하라...인권 문제에 ‘나중’은 없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이 문 전 대표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닷페이스 영상 캡처
16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이 문 전 대표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닷페이스 영상 캡처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제 평등권을 반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유력 대선후보시면 대답을 해주시란 말입니다. 왜 이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을 포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16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 현장. 한 성소수자가 문 전 대표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그의 지지자들도 한목소리로 “나중에”를 외쳤다. 온라인 미디어 ‘닷페이스’가 이날 공개한 현장 영상(바로가기)이 화제에 오르며, 문 전 대표의 ‘페미니스트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 성평등 정책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 성평등 정책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날 문 전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성평등 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바로가기▶ 문재인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 성평등 정책 청사진 제시). 그가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게 나흘 전 일이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정서영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에게 “동성애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바로가기). “동성혼은 국민정서상이나 현행 법체계에서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되도록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 1월 ‘한겨레’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도 그는 “전통적인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함, 그러나 혐오와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바로가기)

5년 전 문 전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그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을 제정하겠다”며 동성커플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제도적 대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된 그가 이제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서 ‘후퇴’를 선언했다. 

 

 

2월 16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등 성소수자·여성단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동성혼 반대한 문재인,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월 16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등 성소수자·여성단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동성혼 반대한 문재인,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들은 반발했다. 이날 민주당 당사 앞과 포럼 현장에서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이런 후기를 전했다. “문재인 후보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안되서, 차별금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말 자체가 차별이자 모욕입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존엄한 사람들을 내몰면서 평등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습니까.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부모들의 고통을 공감한다고요?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의 절박한 호소에 자신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고 답하더군요. 저희는 설득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권을 내동댕이치고 성소수자를 모욕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문 전 대표에게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와 16일 포럼 현장에서의 차별적 발언을 사과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캠페인과 시위도 이어갈 계획이다. 

기독교계의 표심을 의식한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은 성소수자 관련 언급을 피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대선 주자의 성소수자 인권의식을 검증하려는 질문의 강도는 점점 높아질 게 분명하다. ‘성평등 국가’를 그리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면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시위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은 “인권 문제에서 ‘나중에’란 없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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