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실천여성학 10주년 논문기념집 출판파티] 실천여성학 통해 우정과 연대의 지지망 만들다
[성공회대 실천여성학 10주년 논문기념집 출판파티] 실천여성학 통해 우정과 연대의 지지망 만들다
  • 최형미 객원기자
  • 승인 2017.02.13 18:30
  • 수정 2017-02-1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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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유례 없는 실천여성학

우리의 여성학이 이상화된 곳

현장과 여성주의 가교를 놓다”

 

동문·축하객 100명 자리 빛내

위로하며 울고, 동지애에 울다

 

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존데일리홀에서 열린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9기 학생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7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존데일리홀에서 열린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9기 학생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논문저자 12명의 논문 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논문저자 12명의 논문 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대학 연구자들은 자신들만이 아는 언어로 글을 쓰고 승진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자신들만이 모든 지식의 주인인척 한다. 그 가운데 현장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외면당해 왔다.”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를 쓴 인도 출신의 에코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는 자신이 대학을 떠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활동가들만을 대학의 울타리로 끌어들여 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대학이 우리나라에 있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이다. 지난 7일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존데일리홀에선 ‘현장의 여성주의, 실천여성학 10년’이란 주제로 실천여성학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가 열렸다.

100여명이 동문들과 사회 인사들이 참석해 출판회를 축하해줬다.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정원오 성공회대 부총장,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금옥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남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이나영 중앙대 교수, 배은경 서울대 교수, 신경아 한림대 교수, 김혜경 전북대 교수,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노지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수석연구원,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여성운동계(한국여성재단), 진보적 학교(성공회대)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유한킴벌리)이 함께 어울러 실천여성학을 만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실천여성학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이 실천여성학 전공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축하 영상을 보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한국여성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혜경 교수는 “실천여성학 사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의 여성학이 이상화된 곳”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공간, 위계에 저항하는 공간, 주변과 중심이 해체돼 자유롭게 연구하는 공간이 많은 사람들이 꿈꾸었던 공간이 아닌가.

여성학은 오랫동안 서구학문이라는 구태의연한 공격과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주의나 서구 기계문명은 비판하지 않으면서 여성은 전통을 지켜야만 하는 존재로 여긴 가부장제 사회가 낳은 현상이었다. 한국의 여성학 현장 경험을 이론화해온 실천여성학은 이런 공격을 송두리째 깨버렸다. 이혜경 이사장은 “성공회대 실천여성학은 현장과 학문의 간극을 좁히며 한국적 여성주의 모형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상찬했다.

지난 10년간 실천여성학 전공을 거쳐 간 입학생은 127명이다. 이중 62명이 석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집 『실천여성학, 10년을 담다』에는 12편의 논문이 실렸다. 그 가운데 ‘젠더 불평등과 세계 식량체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의 식량주권을 중심으로’를 쓴 황경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실천여성학 5기)은 식량가격 폭등을 세계 전역에 확산 중인 폭력의 원인으로 분석하며, 우리나라도 소농의 여성농민들을 지원해 식량주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무고죄 적용요인 분석: 경찰 수사과정 중심으로’를 쓴 강경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 상담원(실천여성학 4기)는 성폭력 피해여성이 법정에서 강간죄를 증명하는데 실패하면 곧바로 무고죄가 성립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안에 작동하는 성폭력 통념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하녀, 노동자가 되다. 가사노동자 노동주체와 성격 변화과정 연구’를 쓴 강석금(성동희망나눔 사무국장, 실천여성학 4기)는 식모로 학대받은 여성들이 가사노동자로서의 노동자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만들려면 확고히 자신들의 경험을 언어화, 문서화,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강인한 제주여성 담론에 관한 비판적 연구’를 쓴 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실천여성학 2기)은 제주 여성들을 강인한 여성이라고 부르는 담론이 오히려 또 다른 억압기제로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누구에 의해 그런 담론이 만들어졌는가를 질문해 여성인권 문제를 논쟁적 지점으로 끌어들인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개설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기념행사에서 9기 학생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개설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기념행사에서 9기 학생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권위주의적 학계에서 학자와 활동가들을 구분해왔던 사람들은 논문을 읽기도 전에 ‘그래봤자 바쁜 활동가들이 쓴 글이지’ 라고 할지도 모른다. 경험을 기술하고 약간의 이론을 섞은 시시한 논문 아니겠느냐고 짐작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장은 우선 연구자원이 다르다.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직접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절실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깊이와 실용성에서 차이가 있다. 운동가이며 이론가인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전문가 아닐까? 이 논문집에 실린 12편의 논문은 여성노동, 여성운동, 대안경제, 역사 담론 재구성을 통해 최근 한국 여성운동의 전반적인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실천 여성학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의 연대의 현장이라는 것이다. 여성주의는 하나의 이슈로 이야기할 수 없다. 농민들의 몰락이 도시화를 가져오고 실업과 노동착취로 이어지며 성매매를 증가시킨다. 생존을 다투는 불안한 노동조건과 위계사회는 결국 여성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의 온상이 된다.

각각의 이슈들은 이처럼 연결고리를 갖는다. 여성운동은 따라서 각각의 운동간의 연결관계를 파악하고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실천여성학은 전국에서 다양한 이슈에 매진했던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단지 교육받고 자신들의 언어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다른 운동가들과 적극 소통하는 과정을 지나면서 자신들의 운동 지평을 넓히고 있고, 연대 전략을 구상할 기회를 갖는다.

여기에 버팀목이 되어온 것이 허성우 실천여성학전공 주임교수였음을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년간 실천여성학에 헌신했던 그는 학교를 떠나 이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정연보 사회과학부 교수가 실천여성학 전공주임으로 부임한다.

허 교수는 권위적이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을 자신의 ‘동지이자 스승’처럼 여기고 존중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학생과 교수들 간의 쌍방의 소통을 중요시했던 허 교수는 이렇게 실천여성학을 통해 여성운동가들의 우정과 연대의 지지망을 만들어온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이들에게 특별했다. 127명이 배움을 가졌던 공간, 활동가로서 힘겹게, 힘차게 공부했던 이들, 보수정권의 차별 아래서 잘 버텼던 학교운영진 그리고 이제 10년을 마무리하며 학교를 떠나는 허 교수,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붙드는 제자들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논문 출판 기념회인데 왜 제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까요?”라고 말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감동해서 울었고, 힘들어서 울었고, 위로하며 울었고, 동지애에 울었다. 학생들은 허 교수를 ‘빛나’로 불렀다. 그는 현장의 활동가들 경험을 무지개로 빛나게 하였다. 빛나와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은 어둠을 이기는 빛의 순간이었다. 떠나가는 허 교수는 말을 아꼈지만 지난 10년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당신들이 나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잠자는 것 빼고 모두였습니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퇴임을 앞둔 허성우 주임교수가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10주년 기념 논문모음집 출판파티에서 퇴임을 앞둔 허성우 주임교수가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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