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가치’ 값으로 매길 수 있나

KBS 1TV에서 방영하는 공개감정 프로그램 은 전문가와 소수 수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고미술·고생활용품의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취지를 가지고 95년 첫 방송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교양이나 문화적 성격이 강한 골동품과 고유물들을 다루면서도 개그맨들의 출연과 감정가격을 알아맞히는 퀴즈 형식 등으로 쇼적인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형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출연한 시청자의 소장 골동품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하고, 개그맨과 연예인 등으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감정단이 가격을 추측하고, 그 근거를 말한다. 골동품 소유주의 예상가격이 제시된 뒤, 최종적으로 4명의 전문위원단의 감정가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그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최종 감정가격이 얼마나 나오는가와 그것을 알고난 소유주들의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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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에 값을 매기는 것은 사유화를 조장해 문화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학계와 고고학계로부터 여러 번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적 재산인 문화재에 대한 사유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잇따른 문화재 도난사건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으며,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영남대 유홍준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문화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훼손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 바 있다. “장갑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끼는 것이 기본이고, 그림의 배접지나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연필은 가능해도 볼펜은 손에 쥐지 말아야 하고, 작품에서 얼굴을 멀리 하여 입김이나 침이 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요즘 텔레비전 문화재 프로에서 ‘진품명품’을 손으로 막 만지는 것을 보면 내 가슴이 철렁거린다.” 출품된 유물들이 훼손될 경우를 대비한 보험가입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자본주의적 시각에 있다. 물건에 대해 무조건 값을 매기려는 상인의 논리가 문화적 자산에 대한 풍부한 예술적, 학문적 논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싼 것과 비싼 것 등 문화재의 가치를 물질적인 교환가치로만 환산함으로써 자칫 상업적인 시각으로만 문화재를 바라보게 할 수 있는 위험을 가진다. 또한 고정출연하는 네 명의 감정인들이 모든 형식을 망라하는 골동품들을 완벽하게 검토하고 정확하게 감정가격을 매긴다는 것 또한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문화재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교양지식과 오락을 함께 제공하려는 기획의도는 공영방송으로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목적이 옛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보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감정가격이 얼마로 낙찰되는지 알아보는 데 주안점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 하나하나에 담긴 향기와 역사를 음미하고 질문에 대한 상세하고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여진 프로그램, 생활 속의 문화를 일깨우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haesi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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