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헌법에 성평등 위한 국가 책무 담자...여성들 개헌에 참여해야”
“새 헌법에 성평등 위한 국가 책무 담자...여성들 개헌에 참여해야”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2.11 16:02
  • 수정 2017-02-15 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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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신필균 이정자 헌법개정여성연대 공동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신필균 이정자 헌법개정여성연대 공동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10일 국회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 열려

헌법개정여성연대·정춘숙 의원 주최

성불평등 해소 위한 국가의 책무 담아야

기본권 뿐만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도 적극 논의해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국가의 기본 틀인 헌법이 어떻게 개정돼야 할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계는 특히 30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개헌에 불평등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를 담지 못하면 앞으로 기회가 요원하다는 점에서 개헌 논의를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단에 여성의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에서 논의 과정에 출발부터 여성이 배제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계 전문가들과 단체, 많은 시민이 세미나실을 가득 채웠다. 토론회는 헌법개정여성연대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련했으며, 젠더 관점에서의 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은 헌법 내 기본권 부분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신필균 헌법개정여성연대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헌법 대부분의 조문이 여성을 보호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어 30년이 지난 오늘의 시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의 적극적 조치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 ‘새판 짜기’로 여남이 동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은 “헌법 개정은 국가의 기본 틀을 놓고 사회틀을 새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성평등 관련 조항이 상당히 선언적이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헌법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헌법이 당시의 시대 상황은 물론 국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요구되는 여성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헌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 헌법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많은 법·제도 상의 차별 철폐, 동등한 권리 확보, 여성에 대한 특별한 고려에 있어서 적극적 조치, 여성과 남성의 블평등한 관계를 가져오는 여러 제도적·구조적 요인을 모두 함께 제거할 수 있으려면 평등한 질서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부족한 점을 새 헌법에서 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에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에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발제를 맡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헌법개정여성연대가 지난 8개월 간 논의를 통해 작성한 젠더 관점의 헌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김 소장은 개정 방향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생존권 개념인 사회권 영역에서 보호주의 관점으로 규정되어 있던 여성 관련 조항을 ‘평등권’ 영역으로 이관, 보완해 적극적 주체로서 여성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가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 제11조 평등 조항에 개별조항으로 흩어져 있는 성별(젠더) 관련 내용인 제32조, 제34조, 제36조를 체계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남녀동등권 명문화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책무 부여 △차별금지사유 예시 확대 △여성대표성 및 성인지 예산 보장 등 성주류화 관련 규정 추가 △혼인 및 가족생활 등에서의 성평등 실현 규정 등이 포함됐다.

이어 토론자들은 상향식 개헌을 위해 더 많은 국민이 헌법 개정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발제자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 구체적인 개별 조항에 의견을 제시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의 기본방향에 대해 “제11조 평등권 조항을 개정해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목적조항’으로 만드는 것과 제36조를 혼인과 가족의 기본권을 개정해 혼인, 가족, 부모, 모, 아동의 권리가 모두 포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는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실현해야 하는 사회적 맥락에 대해 강조했다. 먼저 “지금 관점에서 보면 현재 헌법의 성평등 관련 조항이 생계형 내지 생존형 수준의 평등이 아니었나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보다 본질적·실질적 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의 근본이 가부장제적 모순에서 비롯된다”며 “특히 성평등 실현, 성불평등은 가부장제 모순에 직접 연결돼 있다. 따라서 성평등을 얘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은 개헌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강조했다. “내년이 제헌 국회 70주년이고 그간 9번의 헌법 개정이 있었는데 그동안 여성 참여가 전무했다”면서 “‘여성을 위하여’도 중요하지만 ‘여성에 의한, 여성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 개정 작업에 국정 기조를 만드는 작업에 여성들의 참여가 없었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과 헌법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번 헌법 개정에 여성계가 기본권과 함께 젠더 거버넌스를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은 “헌법 개정에 모두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후속 법률이 제정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라며 “국민이 필요한 법률을 스스로 만드는 방법인 국민입법과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여성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헌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면 국민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춘숙 의원은 헌법 개정의 부칙으로 시일을 설정해서 하위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무엇보다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의민주정치 아래서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대표성이 인구 성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 같은 단순한 노력 조항과 소극적인 성평등 규정으로는 대의를 반영하는 양성평등한 의회 구성은 요원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성 대표성 강화 방안으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노동부장관인 이상수 나라살리는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대표간사는 “기본권을 끌어올리려면 권력구조도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개혁은 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중요한데 여성은 현재 과소대표되고 있다. 개헌을 통해 비례 수를 전체 의원의 절반이나 1/3로 해달라고 요구해야 여성 국회의원이 반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평등권과 젠더정의 실현을 위해 일반적 평등권을 실질적 평등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가 책무를 넣는 방식과 나아가 구체적이고 특별한 조항으로 추가하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기본권 중심의 논의를 넘어 젠더정의를 위한 기본권만 보는데, 직접민주주의 요소인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를 포함한 젠더거버넌스 구축에 여성들이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마무리 발언으로 이정자 헌법개정여성연대 공동대표는 “가정과 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는 내용이 헌법에 명시될 때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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