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공터에서』에 유아 성기 묘사 담겨

전작서도 꾸준했던 여성 신체·성기 묘사

“남성중심적 시각 불쾌하다” 비난 확산  

문단 내 ‘여성 배제 문화’ 성찰 촉구해야

 

소설가 김훈이 신작 『공터에서』 중 유아 성기를 묘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소설가 김훈이 신작 『공터에서』 중 유아 성기를 묘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소설가 김훈이 지난 3일 발간한 신작 『공터에서』에서 유아 성기를 묘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내용을 접한 이들은 “갓난아이의 성기를 굳이 그렇게까지 표현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사실은 한 독자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사진리뷰를 올리며 알려졌다. ‘왜 읽기 불편할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성기 묘사 부분이 실린 해당 페이지와 함께 “읽기 불편하다. 도통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담겨있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다”고 밝힌 문제의 내용은 이렇다.

아기가 남편의 등에서 오줌을 쌌다. 남편이 처네를 풀었다. 이도순은 보따리에서 기저귀를 꺼냈다. 딸아이의 작은 성기가 추위에 오므라져 있었는데 그 안쪽은 따스해 보였다. 거기가 따뜻하므로 거기가 가장 추울 것이었다.

알라딘 ‘100자평’ 란에선 “아동성추행적 표현으로 신고하고 싶다” “구역질 난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굉장히 불쾌하다” “(김훈 작가는) 젖, 여자 성기 묘사 없으면 큰일나나보다” 등의 분노 담긴 반응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한 독자가 올린 리뷰글. 해당 게시글에는 성기 묘사 부분이 실린 해당 페이지와 함께 “읽기 불편하다”는 평가가 담겨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6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한 독자가 올린 리뷰글. 해당 게시글에는 성기 묘사 부분이 실린 해당 페이지와 함께 “읽기 불편하다”는 평가가 담겨있다.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추위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성기 묘사’외에도 많은데 왜 굳이 그 방법을 택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트위터리안 heyj*****는 “기저귀에 싸여 있던 엉덩이라든가 마르고 파닥거리는 다리라든가 아기가 느낄 추위를 묘사할 방법은 다양하건만 어째서 김훈님은 (저런 표현을 사용하신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기저귀 한 번도 안 갈아본 사람 같다”고 일갈했다.

“손녀딸 성기 보며 저런 생각할까봐 내가 딸이면 기저귀 가는 건 절대 안 맡길 것 같다” “외국이었으면 소아성애자로 신고당할 수준”이라는 반응도 보인다.

김현 시인은 김훈 작가의 글에 대해 “문제가 된 묘사는 ‘이도순’이라는 여성인물에 의해서 이뤄지지만, 그 시선은 남성적이다. 여성캐릭터임에도 남성중심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관음적인 부분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시인은 지난해 9월 문단 내의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처음 문제제기해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그는 “김훈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아재스러움’ ‘꼰대스러움’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작품에 반영돼 있다”며 “가부장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소설을 써냈을 때 소위 말해 ‘개저씨 문학’이 탄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서 ‘한남’으로 자라난 남성들이 소설가가 됐을 때 구현되는 서사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시인은 “그간 김훈은 소위 권위 있는 (남성중심적인) 평단에 의해 ‘기개 있는 굵은 시선’ ‘단문의 남성적 문체’ 등으로 호평을 받아왔고, 대중들도 그 평가에 편승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불편한 지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게 된 독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학평론가는 “(논란이 된 사안은) 한국문학이 그간 여성을 다루고 묘사해온 방식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하는 사례”라며 “여성에 대한 타자화, 몰인권·몰젠더적 가치관이 문학이라는 이름하에 어떻게 용인돼왔는지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논란이 된 부분은 여성인물의 시선(3인칭)을 경유하고 있지만 남성작가 개인(1인칭)의 시선이 환기되고 있다”며 “이는 소설적으로도 잘 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또 그 묘사가 소설 전체에서 굳이 필요했는지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여혐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고, 한국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자각과 갈등 및 합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작가가 시대적 분위기나 독자의 변화하는 감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은 “작품 전체의 맥락을 고려해야지, 일부 표현만을 놓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작중 인물의 태도나 표현으로 작가의 사상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보인다.

 

작가 김훈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공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작가 김훈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공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러나 김훈 작가는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그간 전작을 통해 반여성주의적 시선을 보여 왔고, 여성의 가슴이나 성기를 꾸준히 묘사해왔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서는 여자 성기에서 젓국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 바 있으며,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화장』에서는 여아의 입 속을 여성의 질로 묘사한 바 있다.

『화장』의 주인공은 아내의 뇌종양 투병을 지켜보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작중에서 여성 신입사원을 욕망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 여성의 질을 탐하다 그가 낳은 아기의 입을 보고 질을 연상시킨다. “당신의 아기의 분홍빛 입 속은 깊고 어둡고 젖어 있었는데, 당신의 산도는 당신의 아기의 입 속 같은 것인지요.” 아이의 입을 여성의 질에 빗대 표현했다는 점은 특히 논란 지점으로 보인다.

투병으로 인해 핼쑥한 아내의 외양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도 성기 묘사는 빠지지 않는다. “살이 빠져서 치골이 가파르게 드러났고 대음순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 말라붙어 있었다. 나와 아내가 그 메마른곳으로부터 딸을 낳았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

지난 2015년 발간한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며 평가하는 대목이 나온다. 해당 서적은 ‘밥’ ‘돈’ ‘몸’ ‘길’ ‘글’ 등 5부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몸-여자3’ 파트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있다. “여자들의 젖가슴이란 그 주인인 각자의 것이고 그 애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신라금관이나 고려청자나 백제 금동향로보다 더 소중한 겨레의 보물이며 자랑거리다” “이 생명의 국보들은 새로운 삶을 향한 충동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게 해준다”

이처럼 김훈 작가는 거의 매 작품마다 남성편향적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신체를 묘사해왔다. “김훈에게 성기, 가랑이, 젖가슴, 젓국 냄새 없이 글 써보라고 하면 쓸 수 있으려나”등의 신랄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과거 인터뷰에서의 ‘페미니즘 비하’ 발언이 다시금 조명을 받으며 김훈 작가에 대한 비판은 심화되고 있다. 김훈 작가는 지난 2000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못된 사조”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시사저널’의 편집국장을 지냈던 그는 해당 인터뷰를 통해 “여자에겐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것” “여자는 식물 같은 풍경” 등의 말들을 쏟아놓으며 왜곡된 여성관과 차별주의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훈 작가의 발언에 인터뷰어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보는 게 근대적 사고방식의 기본 아닌가”라고 되묻자 그는 “인종 사이의 혐오감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드러난 여성혐오적 언사는 ‘소아 성기 묘사 논란’과 함께 맞물리며 비판 요소가 되고 있다.

김훈 작가는 신작을 통해 2017년에도 본인의 남성중심적 사상이 여전함을 분명히 드러냈다. 지난 1년간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 이슈가 활발히 불타올랐음에도 기성문인들의 변화는 좀처럼 보일 기미가 없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문학계 내의 남성중심성과 여성 배제 문화에 대한 성찰을 적극적으로 촉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문학에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성적 이미지에 국한시키는 것이 ‘예술성’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문단계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홍 활동가는 “여성의 성기를 묘사하는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예술이냐”며 “현재 남성 문인들이 지속하는 여성의 몸 연출 방식과 여성 대상화·성애화는 분명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의 신체를 남성중심적 시각에서 묘사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이는 문단 내 만연한 성폭력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문인들이 작품 속에서 여성의 몸을 묘사하는 것에 거리낌 없는 것은 젠더 의식에 대한 거름망이 없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김홍 활동가는 “예전에도 남성문인의 폭력적 시각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페미니스트가 한 줌에 불과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지 못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으며, 변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