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당 해고 투쟁 나선지 11년

시민사회 공동 토의로 협업 방안 모색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열린 해고승무원 대안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 행사에서 KTX 여승무원들이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열린 해고승무원 대안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 행사에서 KTX 여승무원들이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KTX 여성승무원들이 부당 해고에 맞서 복직 투쟁에 나선 지 4000일을 맞았다. 2006년 거리로 나섰으나 대법원이 KTX 여승무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문제 해결은 요원해졌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리에서 11년을 보낸 이들을 돕기 위해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해고승무원 대안 모색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날은 KTX 여승무원들이 해고 투쟁에 나선 지 꼭 4000일을 맞는 날이다.

이번 행사는 KTX 여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와 열정을 나누고 공동 사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의 노동권, 국가에 의한 피해 등 연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해결 방안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앞서 2004년 KTX 개통 당시 여승무원들은 철도유통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됐다. 2년이 지나자 회사는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KTX관광레저로 이적 계약을 제안했다. 승무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하자 코레일은 승무원들을 해고했다. 이후 승무원들은 무단 해고에 맞서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코레일이 여승무원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철도유통이 사업주로서 독립성이 없거나 형식적·명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실상 KTX 여승무원들이 코레일과 종속적인 관계로 코레일이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이자 근로 제공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이날 승무원들에게 지금까지 공사로부터 받은 임금을 돌려주라고 판시했다. 여승무원들은 1인당 8640만원의 임금을 토해내야 한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15년 3월 생을 달리한 KTX 여승무원 박모씨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세 살 난 딸에게 빚을 남기는 걸 미안해하다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후 투쟁에 나선 여승무원 수는 34명에서 33명으로 줄었다.

김승하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11년 전 벗었던 승무원 제복을 입고 단상에 올랐다. 김 지부장은 “33명의 승무원 중 27명이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서 남편과 시댁 등 다른 가족의 반대로 많이 힘들어 한다”며 “특히 8600만원의 환급금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4000일 동안 많이 경험하고 배웠지만 저희에게 가장 필요로 한 것은 연대의 힘”이라며 “2017년을 어떻게 싸우고 해결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참석한 전국철도노동조합 김영훈 위원장은 “철도노조가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여성승무원과 함께 투쟁에 나선지 10년 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 송구스럽고 원통하다”면서 “철도공사는 ‘안전이 최고의 서비스’라고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으나 안전 최일선에 있던 여승무원의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해고했다”고 지적했다.

3월 임기를 시작하는 철도노조 강철 위원장도 “KTX 여승무원 해고 사건은 비정규직, 여성, 젊음을 외주화한 대표 사례”라며 “새 집행부도 승무원 원직 복직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과 연대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1부 사전 포럼에선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가 우리사회에서 KTX 여승무원 문제가 갖는 의미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진 2부 대화마당에선 여승무원들의 부채 문제 해결 방안, 여론화 방법, 재단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 노동권 문제 해법, 대법원 판결의 재심 통한 해결 방법 등 15개 안건을 정해 모둠별 원탁 토의를 이어갔다. 이날 나온 제안은 의견을 수렴해 시민사회가 함께 실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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