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포용적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의미”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포용적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의미”
  • 최형미 객원기자
  • 승인 2017.02.10 18:20
  • 수정 2017-02-15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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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성단체인 이시스 인터내셔널 사무처장 출신

중국의 페미니스트 카이 이핑을 만나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활성화된 전지구화는

아시아 여성착취의 대표적인 매커니즘…

그런데 반지구화 운동이 왜 적을 많이 만들까”

 

중국의 초국가 여성운동가 카이 이핑씨. 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중국이나 한국, 미국이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중국의 초국가 여성운동가 카이 이핑씨. 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중국이나 한국, 미국이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카이 이핑(국제여성단체 DAWN 집행위원·47)씨는 중국의 초국가 여성운동가다. 국제여성단체인 이시스 인터내셔널 사무처장을 지냈고 현재 ‘더 나은 시대를 열기 위해 대안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모임(DAWN)’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소장 김은실)가 주관한 11차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 프로그램 진행자로 참석한 그를 만났다.

1995년 4차 북경세계여성대회는 이핑씨가 참가한 최초의 국제 페미니스트 운동이었다. 그는 주변환경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시아 역사를 전공했는데 학교에서 여성사를 소개시켜줬어요. 나는 다양한 스승을 만나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질문할 수 있었죠.”

이핑씨는 중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발전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에는 1980∼9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많은 여성학 도서가 번역돼 들어왔어요. 정말 잘된 일이었죠. 그러나 여성학 도서들이 중국 여성들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자각이 있었어요.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로 많은 자산을 물려받았지요. 최근까지 사회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이핑씨는 말을 이어갔다. “개혁과 개방 속에 정부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했지요. 여성들을 하늘의 절반(half the sky)이라고 불렀어요.” 중국 정부는 남성을 하늘, 여성을 땅으로 본 성차별적 전통에 반대하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이핑씨는 다르게 설명했다.

“여성들을 진정으로 위했다기보다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가 여성들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에 불과했어요.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나왔지만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를 책임지느라 이중으로 고통받았지요. 이런 가운데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여성들은 여성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어요. 혼돈의 시기였지요.”

이핑씨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페미니즘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것은 칭찬이라기보다 비판이죠. 그러나 일단 성평등에 관해 알게 되면 되돌아갈 수 없게 되잖아요. 저 역시 제나름대로의 길을 찾아갔어요.” 이핑씨는 성평등 운동이 여성의 권리주장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평등을 알게 되면 다양한 차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그룹을 이해하게 된다”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의미는 포용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핑씨가 자신만의 페미니즘을 구성하는 배경에는 독특한 개인적인 배경이 있다. 그는 20대부터 초국가 페미니스트 운동에 관여했다. 여권 다섯개를 모두 사용할 정도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에선 2000년 이화여대에서 ‘아시아 영 페미니스트 학자 국제포럼’에 참가했고, 2013년 EGEP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올해도 EGEP 프로그램 진행자로 참여했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활성화된 전지구화는 아시아 여성착취의 대표적인 메커니즘이다. 이핑씨는 현재 일어나는 반글로벌 운동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지구화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국가가 아닌가요? 나는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착취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노동착취와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했지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반지구화 운동의 구호가 너무 단순화돼 유통된다는 점이죠. 반지구화 운동은 적을 너무 많이 만듭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국가에 대한 반대 감정으로 확산되고 결국 반중국, 반한국과 같은 감정이 확산되고 있어요. 이는 우리의 연대를 막고 초국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우리는 오히려 전지구화의 구체적인 관계성과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알지 못하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요?”

 

이핑씨는 전지구화 시대 초국가 여성운동 전략에 대해 “우리의 도구는 자유민주주의정신과 인권존중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핑씨는 전지구화 시대 초국가 여성운동 전략에 대해 “우리의 도구는 자유민주주의정신과 인권존중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핑씨는 전지구화시대 초국가 여성운동 전략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도구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해요. 국가나 기업에 의해 인권이 훼손되고 사람들이 착취될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우리의 도구는 자유민주주의정신과 인권존중정신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기반을 두고 기업이나 국가와 싸워야 하지 않나요?”

초기 초국가 운동을 시작할 때 어떤 사람들은 종종 한국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왜 아시아 여성들에게 관심을 두는지 묻곤 했다. 심지어 발전된 서구 국가와 연결하면 더 좋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왜 아시아 여성에게 관심을 두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이핑씨는 이런 문제가 중국에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공여국의 위치에 있어요. 마케도니아에 스쿨버스를 보낼 때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요. 중국에도 빈곤층 이하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냐고요. 자원이 제한적이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세계를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이제 한 사람의 문제가 모든 사람의 문제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요? 또 이는 도덕적인 문제이기도 하지요. 중국의 오래된 격언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쓰고 남는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필요한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핑씨는 초국가 여성운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식은 어디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역시 비무장지대(DMZ)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한국전쟁 참여에 관해 전혀 다른 해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핵무기 개발에 관해 미국인에게 질문한 경험을 들려줬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할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은 유일하게 인류에게 핵폭탄을 사용한 나라잖아요. 그들이 다른 나라에게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질문했지요. 그런데 한 미국 활동가가 대답하기를 지구촌 안전을 위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대답하더라고요. 물론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미국적인 맥락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모든 사람들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세상에는 너무나 다른 진실이 있어요.”

이핑씨는 초국가 페미니즘운동 안에서 길러진 여성 지도자다. 그는 초국가 여성운동에서 배운 자신의 지혜를 함께 나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중국이나 한국, 미국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하지요.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이핑씨는 “반글로벌 운동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며 “반지구화 운동은 적을 너무 많이 만든다. 이는 우리의 연대를 막고 초국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핑씨는 “반글로벌 운동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며 “반지구화 운동은 적을 너무 많이 만든다. 이는 우리의 연대를 막고 초국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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