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이용한 위계형 성폭력의 전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서종대(57) 한국감정원장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금융노동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인권유린”이라며 “서 원장의 즉각 파면과 철저한 수사를 통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7일 동아일보는 복수의 감정원 전·현직 임직원의 말을 빌려 서 원장이 지난해 11월 3일 ‘세계평가기구연합 총회’를 마치고 대구 수성구의 한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여성 직원들의 몸매와 외모를 품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서 원장은 한 직원에게 “양놈들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서 원장은 지난해 7월과 11월에도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

금융노조는 서 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에게 여성은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아니었으며 성적으로 대상화해 저열한 수치와 모욕을 일삼아도 되는 힘없는 존재였을 뿐”이라며 “권력을 이용한 위계형 성폭력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을 두고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장이 됐을 때부터 예견된 참사”라고 봤다. 금융노조는 “(서 원장이)지난해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탄압에서도 인권유린을 주도하고 이사회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강행하면서 관치 노동탄압의 최전선에 섰다”면서 “한국사회의 가장 오래된 차별 대상이었던 ‘여성’인 노동자들은 그에게는 단 한 번도 같은 인간이었던 적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서 원장을 두둔하는 한국감정원의 해명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금융노조는 “한국감정원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일도 잘하고 용모도 준수해서 해외 고위공무원들이 좋아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명이랍시고 내놓으며 2차 가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서 원장의 즉각 파면과 법적 고발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노조도 서 원장이 죗값을 치르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감정원은 서 원장의 성희롱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감정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서 원장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된 장소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여직원들도 서 원장이 문제의 발언을 할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직원들이 4천여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정직 등 징계를 했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서 원장을 흠집 내려고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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