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당당히 맞서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마주하는 일상은 다른 문제입니다. 페미니즘이 세상을 바꾼다는 희망을, 행동할 힘을 꾸준히 키우려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페미니스트 10인의 ‘일상 속 페미니즘 체력 단련법’을 소개합니다. 

① 현실을 반영하거나, 현실을 뛰어넘거나 현재를 예견하는 픽션의 힘을 더 열심히 찾아보려 한다. 소설과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제약에 굴복하지 않은 채 이를 갈며 질주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수록, 그것을 읽고 보는 나도 달라진다. -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② 나만의 페미니즘 노트를 만들고 페미니즘 책 속 좋아하는 구절을 필사한다. ‘여성혁명, 그녀들의 이야기’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요점정리도 해본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고, 힘들 때 페미니즘으로 차곡차곡 정리된 노트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 사자솜·웹툰 작가

③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고 고립된 듯 외로울 때, 책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를 위한 여성들의 인터뷰 녹취록을 듣는다. 여성들의 용감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이 목소리를 모아 세상에 더 크게 외쳐야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 윤단우·작가

④ 페미니즘을 말할 ‘언어’를 지닌 사람들의 글을 읽고, 가까운 이들과 나눈다. 조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양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서로의 관계뿐 아니라 스스로의 페미니즘 체력 단련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 - 민뎅·대구 여성주의 그룹 ‘나쁜 페미니스트’

⑤ 뱃지,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후드티. 페미니즘 굿즈는 나의 힘이다. 소비 욕구도 충족하고, 페미니스트들도 후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페미니즘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샘솟는다. ‘가진 게 돈밖에 없는 페미’가 되고 싶다. - 김민희(가명)·직장인

⑥ 꾸준한 독서와 페미니즘 관련 유튜브 채널을 탐독하는 것으로 일상 속 페미력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 성찰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책 『제2의 성』과 유튜브 채널 ‘MarinaShutup’를 추천한다. - 정수아·이화여대 여성학 석사과정

⑦ 체력 단련에 앞서 체력 비축이 필요하다.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몇 시간이고 유익한 토론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가. 친구를 만날 수 없을 땐 SNS가 있다. 여성신문과 일다 저널은 마음의 양식. 페미니스트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 - 윤지양·시인

⑧ 록산 게이의 책 『나쁜 페미니스트』 14~17쪽,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패배 인정 연설’을 복기한다. 평범한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온 ‘언니’들이 힘주어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쩐지 기운이 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 이지은·동시통역사

⑨ 기나긴 싸움이니 ‘내 편’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새 학기엔 학내 여성주의 학회에 가입하기로 했다. 지옥의 페미전사들과 함께 대학을 다닐 생각에 설렌다. SNS상 페미니즘 관련 계정을 모두 팔로우하며 틈날 때마다 ‘페미력’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다. - 홍희정·대학생

⑩ 잘 살고 싶다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페미니스트의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조금 다른 원칙이 필요하다. 나의 원칙이다. ‘행동하고, 쓰고, 사랑하라(Act, Write, Love)’. - 아유미 아사이·일본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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