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개헌’ 요구 뜨거운데 국회 개헌특위는 냉랭
‘성평등 개헌’ 요구 뜨거운데 국회 개헌특위는 냉랭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2.02 16:53
  • 수정 2017-02-0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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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여성단체 “성평등 반영하라” 목소리

헌법개정여성연대·여성단체연합 논의 활발

그러나 개헌특위 위원 36명 중 여성은 2명뿐

자문위원단 가운데 여성은 달랑 15%

권력구조 개편 넘어 국가의 성평등 책임 명시해야

 

국회와 여성계가 성 평등 관점이 반영된 개헌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와 여성계가 성 평등 관점이 반영된 개헌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성평등 관점에서의 개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시대 변화를 반영해 ‘87년 체제’의 현행 헌법 상 소극적인 성평등 규정을 손질하는 것을 넘어 헌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 1월 3일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개헌특위)를 출범시킨데 이어 2월 2일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평등 관점의 개헌 논의는 첫 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우선 국회 개헌특위 위원 36명 가운데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정춘숙 의원으로 2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개헌특위에서 성평등 관점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월 12일 개헌특위 회의에서 “저출산·고령화라는 악순환을 끊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이번 헌법 개정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노력과 책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삽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평등의 실질적 실현을 위해 그동안 여성의 책임으로만 인식돼온 임신 출산 육아 보육 등에 대해 국가적 책임을 헌법에 명시해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공직 등 중요 직책에서의 성적 균형을 위해 노력할 책무를 언급했다.

하지만 여성 의원 2명으로는 개헌특위 안에서 성평등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정춘숙 의원은 현재 개헌특위 내 분위기에 대해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성평등 개헌이어야 함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개헌특위에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우려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위원 대다수가 정부 형태, 즉 권력구조 개편에 관심이 많고 자기 분야에만 관심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저도 계속해서 절박함을 가지고 노력할 예정이지만, 외부에서도 계속 이슈를 제기하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30년 만에 진행되는 개헌 논의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헌특위가 위촉한 자문위원 53명 가운데 여성은 8명, 15%만이 여성이다. 이 가운데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박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신필균 헌법개정여성연대 대표 등 총 4명이 대표적으로 성평등 관점의 개헌을 외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국회
정세균 국회의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국회

시민사회에서도 성평등 관점의 개헌을 위해 자체적으로 조직을 구성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헌법개정여성연대는 두가지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간 성평등 관점에서 개헌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여성정치포럼, YWCA 성평등위원회, 복지국가여성연대 등이 연대해 워크숍 14회와 전문가초청토론회 3회 등을 거치며 헌법 전문을 포함해 제10장 130조를 검토했다. 이들은 학습과 토론을 통해 성평등 헌법 개정방향 일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헌법개정여성연대를 이끌고 있는 신필균 대표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여성과 함께 개헌을 논의하고 개헌 논의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지역의 지방의회 의원들, 학자, 운동가들, 지역 소규모 조직 등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관심이 많다”면서 “많은 이들과 연계해 토론 마당을 열고 공부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지난달 25일 성평등 개헌태스크포스(이하 개헌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최은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필두로 관련 내·외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성단체연합 개헌TF에는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숙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장, 박진경 인천대 교수, 신경아 한림대 교수, 이유정 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개별 아젠다를 정하고 젠더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한 헌법 조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성평등 헌법을 향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권력구조 개편에 관심이 치우친 개헌 논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단지 권력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87년 체제’ 이후의 시대 변화와 다양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현재의 개헌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종료되든지 간에 헌법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와 의견 수렴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헌법의 소극적 성평등 규정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내용이 개헌 논의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과 교수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개혁의 핵심에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평등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국회 헌법 개정에서는 남녀동등권이 반드시 포함돼 여성 존엄과 여성 행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평등에 대한 현행 헌법의 소극적인 규정과 여성 보호주의 관점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적극적인 차별 시정조치를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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