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외친다고 한국 정치 바뀔까

구호와 담론으론 세상 못 바꾼다

 

단언컨대 권력구조 개편 치중하는

원 포인트 개헌으론 문제 해결 못해

 

2016년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오른쪽부터)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6년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오른쪽부터)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설 연휴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4월말 혹은 5월초 벚꽂 대선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교체론을 제시했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사람교체’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보수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권교체 없이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정치교체를 천명했다. 그는 패권과 기득권의 낡은 정치를 바꾸는 것이 정치 교체라고 설명한다.

한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정권·정치교체를 넘어선 ‘시대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몸과 마음,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시대교체의 시작”이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낡은 올드(old)를 밀어내고 미래를 향한 뉴(new)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미래세대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다음 대통령의 능력, 개혁의지, 개혁 해법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사람교체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권 후보들이 던지는 다양한 교체론 구호는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교체를 외친다고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는데 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이유는 대권 후보들이 무엇을(what) 하겠다는 목표와 방향은 있지만 이를 어떻게(how) 실현하겠다는 방법과 전략에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호와 담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특히 제도 만능주의에 빠지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것이 한국정치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만이 한국정치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개헌이 된다고 정치정상화가 저절로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제도가 잘못된 것도 있지만 그 제도를 잘못 운영한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가 잘못이면 미국정치는 망해도 벌써 망했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이중삼중으로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가령 의회에게 예산 편성권을 주고, 감사원을 의회에 예속시켰으며, 의회 상임위 차원에서 국정 조사가 수시로 열릴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의원만이 법안 제출권을 갖도록 했다. 이런 모든 권력 견제 장치들이 한국의회에는 없다.

단언컨대 권력구조 개편에만 치중하는 원 포인트 개헌만으론 결코 딥 체인지를 가져올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 못지않게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원들이 당론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뒤틀리고 왜곡된 남성지배적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개혁을 해야 한다. 그 핵심에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평등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여성이 사회의 모든 조직에 최소한 30% 이상을 차지하면 문화가 바뀌고, 조직문화가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사회가 바뀌어야 비로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실현될 수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퇴임사에서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회 헌법 개정에서는 남녀동등권이 반드시 포함돼 여성 존엄과 여성 행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평등에 대한 현행 헌법의 소극적인 규정과 여성 보호주의 관점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적극적인 차별 시정조치를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진정한 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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