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돌아올 ‘무한도전’에선 과연 페미니즘 이슈 볼 수 있을까?
3월 돌아올 ‘무한도전’에선 과연 페미니즘 이슈 볼 수 있을까?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2.01 15:14
  • 수정 2017-02-14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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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재정비 기간 돌입한 ‘무한도전’ 

변화 아닌 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지만

시청자들은 기존 방식에 식상함·불편함 느껴 

페미니즘·젠더 이슈 다루길 바라

 

시청자들의 주말 웃음을 책임져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에 들어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시청자들의 주말 웃음을 책임져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에 들어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에 들어갔다. 지난 10년간 쉼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정상화를 위해 휴식 기간을 갖는다며 지난달 11일 공식적으로 7주간의 결방 소식을 알렸다. 2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재정비 기간에 돌입한 무한도전은 다음달 11일에 돌아올 예정이다. 

2006년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10년 넘도록 주말 웃음을 책임지며 시청자의 친구로 자리매김해왔다. “무한도전 종영하면 굉장히 허무할 것”이란 반응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진행방식이나 콘텐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전엔 ‘무도 영원할 거다’라는 무도빠였는데 요샌 종영돼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차라리 더 좋은 예능 프로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여성멤버들로 구성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반응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엇이 ‘무도빠’들을 변심하게 만들었을까.

무한도전은 그간 발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젊은 이미지를 구축했고, 콘텐츠에 사회이슈를 접목시켜 ‘개념 프로’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오피니언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가 무한도전에 녹아있는 이유다. 무한도전은 역사, 정치, 문화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각종 이슈를 담아내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놓치지 않았고, 그 덕에 수년간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페미니즘이 한국사회에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음에도 무한도전은 그와 관련된 이슈를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 ‘오피니언 프로’로 자리매김해온 무한도전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타오른 페미니즘 이슈를 조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으로 꼽힌다. 트위터리안 @bulg*******은 “유재석(또는 무한도전)은 직업적 이유로라도 시기별 주요 쟁점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을 텐데 페미니즘 이슈가 2년 가까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항상 해오던 루틴을 아직까지 반복한다는 건 선택적 정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실제로 무한도전 내 콘텐츠 다양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5·17 페미사이드 이후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젠더 차별 등이 사회 내 주요 쟁점으로 논의돼왔지만 무한도전은 관련 문제를 콘텐츠로 삼은 적이 없다. “무도는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되도록이면 다수의 시청자가 등을 돌리지 않도록 우리나라 인구의 반은 절실하고 반은 혐오하는 주제 같은 것은 다루지 않는다”(트위터리안 @bear*******)는 지적이 들려오는 이유다.

“무도 초기 팬”이었다는 대학생 김희진(23)씨는 “제작진을 비롯한 멤버들, 그 중에서도 중심 진행자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 같은 경우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성의 시각에 머물러 있다”며 “무도는 사회 여러 분야에 비판의 목소리를 (자막으로든 콘텐츠로든) 드러내왔고, 이것이 보통 예능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가장 큰 화두였던 여성혐오를 비롯한 혐오 이슈에 대해서는 묵인해 여성시청자와 젠더감수성이 풍부한 남성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페미니즘을 배우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무한도전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특히 무한도전이 여성을 활용하는 방식은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무한도전 내에서 여성은 주로 소개팅 대상이거나 멤버들을 받쳐주는 보조 도구로 등장한다. 멤버 중 누군가를 축하할 일이 있다거나 특집이 마련되는 경우 치어리더를 ‘꽃병풍’으로 세워두는 것도 무한도전이 여성을 하나의 도구로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에서는 ‘주체’로 등장하는 여성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가뭄에 콩 나듯 여성 게스트가 출연하긴 하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성별’로 취급당한다. 예쁘고 어린 여성은 숭배·칭찬의 대상이 되고, 못생기고 나이 많은 여성은 개그소재로 이용된다. 남성중심적 서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성을 성별로 소비하는 남자 멤버들에 의해 여성의 이미지는 왜곡·고착화된다. 또 남자들이 중심이 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포맷은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지난 2015년 방영된 ‘무한도전 불만제로’ 편에 나온 치어리더들. 당시 치어리더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민소매와 짧은 바지를 입고 멤버들을 맞이해야 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지난 2015년 방영된 ‘무한도전 불만제로’ 편에 나온 치어리더들. 당시 치어리더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민소매와 짧은 바지를 입고 멤버들을 맞이해야 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지난 2015년 방영된 ‘무한도전 황광희 환영식’편. 황광희와 개그맨 정준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짜장면 먹기에 도전했는데, 그 뒤로 이들을 응원해주는 치어리더들이 서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지난 2015년 방영된 ‘무한도전 황광희 환영식’편. 황광희와 개그맨 정준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짜장면 먹기에 도전했는데, 그 뒤로 이들을 응원해주는 치어리더들이 서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지난해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개그우먼 김숙은 “2015년은 남자들 판이었다” “여자가 살아남기 굉장히 힘든 해였다”며 예능프로그램 내의 지나친 남성중심성을 꼬집은 바 있다. 하지만 유재석이나 무한도전은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김숙의 문제제기는 그저 한 개인의 발언으로 그치고 말았다. “송은이씨가 ‘자기는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적성검사를 해 사무직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43살의 나이에 엑셀을 배우고 있다”는 김숙의 고백은 여성예능인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당시 무한도전은 웃음으로 포장된 비극적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개그로 넘기고 말았다. 

무한도전 내 프로그램 진행방식과 멤버들 사이에 존재하는 서열문화가 폭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열관계를 이용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비판했다. 특히 무한도전 막내이자 추가영입으로 멤버가 된 황광희는 늘상 ‘형들’에게 구박받는 서사 속에서 웃음을 유발해왔는데, 이것이 불편함을 자아냈다는 지적이 많다. 

김씨는 “광희 같은 경우 남성 시청자들이 지지했던 장동민과 다르게 여성들에게 지지받았던 인물인데 무도에서 제대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게 억누르고, 자막으로 은근하게 돌려 까는 것이 눈에 보였다”며 “무도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강요하고 그에 맞지 않으면 소외시키는 것이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일갈했다.

대학생 백한결(24)씨도 “광희는 다른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섬세하고 상냥하다는 점에서 소위 말해 ‘여성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서열관계나 마초적 분위기가 교묘하게 작동하는 무한도전 속에서 그런 성격들이 소외되고 구박받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김희진씨는 “광희 같은 경우 남성 시청자들이 지지했던 장동민과 다르게 여성들에게 지지받았던 인물인데 무도에서 제대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게 억누르고, 자막으로 은근하게 돌려 까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지적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대학생 김희진씨는 “광희 같은 경우 남성 시청자들이 지지했던 장동민과 다르게 여성들에게 지지받았던 인물인데 무도에서 제대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게 억누르고, 자막으로 은근하게 돌려 까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지적했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무한도전은 광희의 탈퇴를 바라는 듯한 마음을 자막을 통해 표현한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무한도전은 광희의 탈퇴를 바라는 듯한 마음을 자막을 통해 표현한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무한도전은 광희의 탈퇴를 바라는 듯한 마음을 자막을 통해 표현한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무한도전은 광희의 탈퇴를 바라는 듯한 마음을 자막을 통해 표현한다. ⓒMBC ‘무한도전’ 방송영상 캡처

황광희는 멤버로 영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한도전 내에서 ‘활약이 없는 인물’ ‘재미없는 캐릭터’로 그려지며 압박 아닌 압박을 받았지만, 이는 웃음거리로 소비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그러한 웃음유발 방식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내 리더로서 최상위 권력을 갖고 있는 유재석을 가스라이팅의 수혜자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신적으로 황폐화시켜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주로 가깝고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기 쉬운 정신적 학대를 뜻한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그간 ‘재미없는’ 캐릭터를 한 명씩 만들어냈고, 이는 정형돈-전진-길-황광희로 이어졌다. 예능인에게 ‘재미없다’는 인식은 그것이 캐릭터일 뿐일지라도 굉장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특정 인물을 지정해 ‘넌 재미없는 캐릭터’라는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은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이며, 이를 재미로 소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무한도전 시청자의 큰 비중을 담당했던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배우고 ‘무한도전 불편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시청을 꺼리게 된 이들도 늘어났다. 이는 실제로 시청률 하락과 무한도전 굿즈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 무한도전 달력’ 판매 추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트위터리안 @mein******은 “(무한도전 달력) 내년엔 더 안 팔릴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며 “주변만 해도 굿즈 나올 때마다 구매하는 여성분들 꽤 있었는데 이제 프로그램 자체를 꺼리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재정비에 돌입하며 “변화가 아닌 정상화에 집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중은 항상 같은 자리·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변하고 있고, 무한도전 내에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기를 바라고 있다. 황미요조 영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이 그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해온 개그방식(외모·나이비하 희화화, 자기비하, 서열관계를 이용한 약자공격 등)을 거북하게 느끼게 된 이들이 많아졌다. 무한도전은 이전과 똑같지만, 대중의 윤리·쾌락적 기준은 변화한 것”이라며 “무한도전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내부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화를 거쳐 바뀔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무한도전 주시청자인 젊은 여성들의 집단적인 욕망이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무한도전 제작진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인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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