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소라 유아이 대표 · 차기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억대 역봉 직장생활 중 경력단절

17년 경력 펼치려고 창업 도전 ...“150% 준비되면 도전하세요”

“여성벤처협회는 친정이죠...외딴 섬 벤처인 잇는 다리 될 것”

 

한국 사회 구조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이자 희생자다. '위캉맘', '경력단절' 등 앞에 단서가 붙으면 더욱 그렇다.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에서 결혼과 육아를 거쳐 경력 단절을 겪은 후 사회에 재진출하려는 여성들의 좌절감은 크다. 장기적으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면에서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걸어온 길은 여성들, 특히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만하다.   

윤 대표는 17년간 한국과 일본의 수출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또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일을 중단 후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경력과 조건을 버려야 했던 경력단절 여성이기도 하다. 그는 일·가정 양립에 주저앉지 않고 2006년 벤처 창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창업 11년 만에 차기 한국여성벤처협회장으로 낙점된 윤 대표는 이제 여성벤처인들의 위안을 주는 멘토 같은 단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나타내 기대를 받고 있다. “남성들 사이 외딴섬처럼 존재하는 그들을 연결하고 결속을 다지면 에너지가 생긴다. 그 에너지를 회사 발전에 쏟을 수 있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것”라는 것이 6년간 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지론이다. 윤 대표는 2월 21일에 제10대 여성벤처협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벤처기업 유아이는 업력은 길지 않지만 틈새시장에서 기술력 높은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휴대폰, 자동차 등 각종 전자 제품에 널리 쓰이는 산업용 테이프를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 기술력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연평균 매출액 3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공장은 물론, 중국, 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 5년차에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과학기술진흥유공자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 연말 무역의날 국무총리표창을 받아 명실상부한 수출 역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윤 대표가 마흔넷이라는 나이에 창업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17년간 일을 즐기며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했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시작한 첫 직장은 섬유업체였다. 회사에서 다녀온 유럽 연수는 그가 일본 유학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걸 느끼며 보다 전문적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일본문화여자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직장을 다녔다.

한국에 귀국했지만 일본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으며 취업하기는 쉽지 않았다. 만족할만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의류제조업체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게 됐고 옷을 디자인해 해외 유명브랜드에 제안하는 일부터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일까지 모든 공정을 도맡았다. 야근을 하다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날이 잦았지만 그만큼 인정을 받았고 승진으로 보상받으면서 성장했고 일의 성취감을 만끽했다.

슈퍼우먼이라는 평가에는 손사래쳤다. “저희 세대는 혼자 고민하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 워낙 일을 즐기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남성의 세계에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더 많이 일해야 하고 실수를 덜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가정도 아이도 뒷전이었고 내 개인 생활도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슈퍼우먼은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성별 구분을 떠나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늦은 결혼 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관뒀지만 섬유와 소재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정작 재취업의 목표는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정시 출퇴근에 맞춰졌고, 경력과 보수를 포기한 채 전자화학 업체에 사장의 비서로 취직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무역팀장 업무를 맡게 되면서 정시 퇴근은 없던 일이 됐다. 이때 윤대표가 눈을 돌린 건 다른 회사가 아니라 창업이었다. 이왕 이렇게 일할 바엔 쌓아온 경력과 능력, 의욕을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은 열망이 컸다.

경력단절을 겪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일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관심을 놓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경험이나 경력은 어느 한 곳 내부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한 발 떨어져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부분”이라며 “가정주부로 있었지만 열정을 계속해 활용했던 점이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요. 그러나 여성들도 경력단절 기간을 인정했으면 해요. 가족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보낸 가치도 인정하고, 업무에서 발생하는 부족한 부분은 더 열심히 채워나갔으면 해요”고 조언했다.

 

2006년 창업 직후엔 무역업부터 시작했다. 자동차유리 필름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일본 세이스키사를 찾아가 LCD 분야의 한국 진출을 제안하고 업무제휴를 이끌어냈다. 이후 계속해서 국내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기술 영업을 늘려가며 시장에 안착했다. 3년 후부터는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제조 기반을 마련해 생산, 판매에 돌입했다.

고비도 수없이 넘었다. 가장 큰 위기는 2014년 삼성전자와의 문제는 개별 기업 경영 차원을 넘어 국내 중소기업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이기도 했다. 당시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가 새 필름을 개발해오라고 요구해 일본계 회사와 함께 10개월간 투자해 제품 생산을 완료했다. 정작 삼성전자는 제품이 나온 직후 공급처를 다른 업체로 변경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윤 대표에게 친정 같은 존재가 됐다. 베트남 공장 설립 등 기업 경영만으로도 숨 가쁜 상황에서 회장직을 권유받고 고사하지 않은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다. 남성기업인들과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 경제인단체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협회는 제가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가는 곳이에요. 회원사 기업인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고민을 나눠요. 허물없이 얘기하고 웃으면서도 정보를 얻고 배우게 됐어요. 그들의 경험담, 느낀점을 들을 수 있으니 산 교육이죠. 창업과 사업 과정에 겪는 고민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교류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남성 중심의 업계에서 여성들은 고립돼 있어요. 예를 들어 남성 기업인들과 술자리에서 혹여나 술주정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협회에 와보니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윤소라 유아이 대표 ⓒ유아이
윤소라 유아이 대표 ⓒ유아이

본받고 싶은 여성 리더들도 많이 만났다. 그들에게서 경영 지식만이 아니라 대화와 행동에서 다른 성향의 이들을 만난 게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협회를 이끌어 온 최정숙 회장, 이은정 회장, 이영 회장이 특히 그랬다. 리더십은 물론이고,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 유머러스한 대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어요.”

윤 대표는 2월 말 한국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해 창립 20주년인 2018년까지 협회를 이끌게 된다. 취임 후 중점을 두는 일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리더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회원사가 크게 늘었어요. 1100개사를 넘으면서 외연이 확장됐어요. 이젠 내적 성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멘토-멘티 포럼 형태의 장을 마련하고 싶어요. 지속성을 위해 더 많은 리더를 발굴하려 합니다. 매출이 많은 기업, 직원이 많은 기업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조금 더 앞서 있고, 조금 더 오래된 기업이 본인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데 도움 될 것이라고 봐요. 이들이 나서서 선배로서, 롤모델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윤소라 대표는...

△1963년생 △일본문화여자대학 재료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융합기술경영학 △선구무역, 동도물산 재직 △ 2006년 주식회사 유아이 설립 2011~2016 ㈔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 역임 △2011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2011 과학기술진흥유공자상 수상 △2016 무역의날 국무총리상 표창 수훈

㈜유아이는 전자부품 소재 산업용 테이프 및 광학필름을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용 소재를 수입·유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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