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저출산 기본계획, 왜 ‘백약이 무효’인가

부처별 보여주기식․따로국밥 정책으론 해결 못해

 

서울시내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서울시내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005년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법 제정과 이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 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2006년에는 제1차, 2011년에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나왔고, 2016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이 ‘브릿지 플랜 2020’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1차부터 3차계획까지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지속가능사회의 전제조건으로 보았다. 특히 1차와 3차 계획의 비전은 매우 유사하게 지속발전(가능)사회다. 1차에서 3차까지 지속되는 주요 추진 전략으로 출산‧양육의 사회적 책임과 일‧가정 양립 지원이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세 차례 기본계획의 공통점은 출산율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 계획은 목표라는 언급은 하지 않지만 출산율 회복 시나리오를 1.6~1.8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2차 계획은 출산율 회복을 정책목표로 설정하면서 2020년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 1.7에 도달하는 전망을 그리고 있다. 3차 계획에선 2020년 출산율 1.5 달성을 명시적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기반으로 하면서 1차에서 3차로 오면서 저출산 기본계획은 선언적 의미의 정책을 더욱 구체화시키는 변화를 보인다. 1차 계획은 보육시설 확대 등 사회적 돌봄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2차 계획은 무상보육 도입 등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가정 양립과 육아휴직 급여 확대 등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정책 초점이 옮겨갔다. 3차 계획에 들어서는 남녀 일‧가정 양립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 청년 일자리와 주거 안정을 통한 결혼 지원 대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가족 책임으로 미루던 난임시술 비용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기로 해 출생 자체를 사회적 책임으로 확고하게 인정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이만 낳아 잘 기르면 된다는 포용적 가족관 개념도 새롭게 등장하였다. 관련 예산도 1‧2차 기본계획 시행 10년간 80조원을 투입했다면, 3차 계획 기간 5년동안에만 108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기본계획의 변화, 막대한 예산 투입, 뚜렷한 정책 목표(출산율 1.5) 달성 의지에도 불구하고 왜 저출산 극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을까? 우선 “육아휴직자 비율이 1% 오를 때 합계출산율은 0.011명 증가한다… 난임부부 지원을 할 경우 2017년에 약 1만 명 정도 출산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라는 식의 여성과 가족을 ‘아이 낳는 자판기’ 식으로 여기는 접근으로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 낳고 기르는 문제를 ‘투입(예산)에 따른 산출(출산율 1.5)’ 식으로 보는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없다.

게다가 ‘저출산 관련 예산’의 실체 자체가 분명치 않아 액수 자체가 부풀려져 있다. 예컨대 대학교 인문교육 역량 강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지원, 자유학기제 도입 관련 예산 등이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돼 있다. 후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하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견강부회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 출산 주체로서 여성과 가족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자 하는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될 수는 없다. 소프트웨어중심대학에 내 아이를 20년 뒤에 보내기 위해 출산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있을까?

이렇게 3차에 걸친 저출산 계획을 보면 각 부처별로 과제를 설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뭔가 하고 있다는 화려한 정책적 수사와 목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 자체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믿음을 주고 있는가?

비혼 출산이 금기시되는 한국사회에서 혼인은 출산의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혼인을 하려면 청년세대가 취업도 하고 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06년 1차 기본계획을 시작할 즈음 온 국토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이 일어났다. 3차 기본계획은 1․2차 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더욱 혼인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초이노믹스’라는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가격띄우기 정책을 통해 청년세대의 주거 마련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기본계획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청년취업 안정 대책도 빠지지 않고 나열하고 있지만, 고용복지센터는 청년 취업지원을 위한 사회서비스 기능 수행보다는 현금을 나눠주는 배분센터 기능 이상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언발에 오줌누기식, 범정부 차원 정책 기조는 따로 가면서 보여주기식 저출산 대책을 이런 식으로 지속하다 보니 언뜻 보면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 같지만 ‘아이 낳아 살기 좋은 사회’의 모습에 대한 믿음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과 가족이 아이 낳는 자판기가 아님을 인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정책 선언은 어떠한가? “(한)부모가 아이 낳고 기르는데 부족함 없는 지역사회와 취업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지켜보시면서 행복한 가족생활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아이를 낳으십시오.”

경제성장률과 출산율을 동일시하는 인식과 부처별 보여주기식·따로국밥 같은 저출산 기본계획을 모두 버릴 때 비로소 저출산 극복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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