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이 묻고, 대선 주자 9명이 답하다

정책 전문가 5인과 젠더지수 평가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미래지향성, 성평등 비전은 주목

스펙트럼 넓은 저출생 정책 내놓기도

전반적인 여성공약 내용·체계 빈약”

 

권수현 여세연 부대표

“여성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총체적 관점이나 접근법은 아쉬워

동수내각 답 보니 가부장적 인식 여전”

 

김태일 영남대 교수

“‘말의 잔치’ 풍성… 의지·리더십 관건

광역자치단체장 안희정의 ‘자기검열’

현장 경험 행정가 특유의 모습인듯”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

“문재인 여성정책 종합적으로 정리

‘낙태죄’ 전면 폐지 왜 입장 유보하나

여성의 성적 자기선택권 인식은 미흡”

 

김형준 명지대 교수

“대선 주자 여성정책 진보적 색깔 뚜렷

초대내각 동수 구성 의지도 천명해야

보수진영 유승민 진보 성향 ‘눈길’”

 

 

성평등 헌법 개정과 동수내각

성평등 헌법으로의 개정에 대해 대선 주자 9명 중 7명이 ‘전적으로 동의한다’거나 ‘대체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계의 개헌 촉구 움직임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현재 가동 중인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대선을 활용해 이를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답변을 유보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로 인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성평등은 이미 대한민국 헌법정신”이라며 “법 조항 안에 있는 성차별 표현이나 부족한 요소 등은 본격적 개헌 과정에서 의제화를 통해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평등에 대한 현행 헌법의 소극적인 규정과 여성 보호주의 관점을 개선해야 한다. 성평등을 위한 국가 책임과 적극적인 차별시정조치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초대내각 남녀동수 구성도 9명 중 6명이 ‘전적으로 동의한다’거나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답변을 유보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여성정책에 객관식 답변을 하기는 적당하지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손 의장은 남녀동등권을 포함한 성평등 헌법 개정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초대내각 남녀동수 구성에 대해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관에 임명해서는 안 되며, 내각은 능력이 우선”이라며 상충된 답변을 내놨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남녀동수내각 구성을 위해선 여성 인재를 적극 탐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손 의장의 답변은 내각을 책임질 능력 있는 여성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내각 동수 구성을 지향한다”면서도 “청문회를 통한 검증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인위적으로 동수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안 지사의 답변은 여성이 남성보다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거나 이런 능력과 자격 기준을 갖춘 여성들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며 “이는 손 의장의 인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녀동수내각은 인구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의 대표성을 내각에서 선도한다는 의미가 크다. 프랑스는 2000년 남녀동수법(파리테 법, parite law)을 공포했고 2년 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장관 34명을 남녀 17명씩 구성해 성평등을 실현했다. 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5년 내각을 남녀 15명씩 동수로 구성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성평등정책 변경과 고위직 여성할당

양성평등정책 패러다임을 성평등정책으로 바꾸는 데 대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손 의장과 유 의원은 각각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 지사는 유보했고, 안 의원은 객관식 질문이라 답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벚꽃 대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이번 대선에선 야권 주자들이 대거 출마 채비를 마치고 본격 레이스에 뛰어들 전망이다. 대선 주자들이 ‘양성’과 ‘성’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 같이 답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후보가 9명 중에 3명밖에 안 된다는 것은 양성평등정책을 성평등정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직면할 역풍에 대해 미리 방어막을 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는 2015년 기존의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명칭을 성평등기본법이 아닌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꿨다. 법명의 한계로 성소수자 인권이 여성가족부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손 의장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젠더에 따른 차별은 없어져야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종교계 반발이 있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어 시기상조다. 더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인권 차원의 보호망과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정책 강화를 통해 성소수자 문제를 정책 대상에 상당 부분 포함시킬 수 있다”면서 “성소수자 보호가 법명 변경을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민정 교수는 특히 유 의원에 대해 “여성정책과 저출생 대책이 잘 정리돼 있는데 세부 현안에선 성인지 의식이 다소 부족한 답변을 내놨다. 양성평등정책을 성평등정책으로 변경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했다. 

고위직 여성할당 의무화와 관련해 문 전 대표와 유 의원, 심 대표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한 가운데 유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로 30% 할당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무효화를 전제로 한 재협상을 강조하면서도 상당수 후보가 ‘폐기’라는 용어 사용은 부담스러워했다. 권 부대표는 “이런 태도에 비쳐볼 때 실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 이뤄져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할지 대선 주자들이 더 큰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폐지와 군 가산점제 부활

‘낙태죄 폐지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한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답변을 유보했다.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가톨릭 신자인 자신의 종교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톨릭 교리에선 낙태를 금지한다. 문 전 대표는 “충분한 사회경제적 지원이나 환경을 만들지 않고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여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헌법재판소가 2012년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론내릴 때도 합헌과 위헌 의견이 4대4로 팽팽했다. 여성신문의 ‘2017년 대선주자 여성정책 설문조사’에서도 찬반양론이 갈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결과 종교계 반발 등 사회적 논쟁 가능성이 크다 보니 후보들이 점진적 접근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낙태죄’ 폐지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은 임신중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인 동시에 여성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권 부대표는 “여러 후보들이 임신중절 합법화 논쟁을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이런 인식으로는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반발에 대응할 수 없다. 또 이들의 반발을 이유로 언제든 현재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에 대해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대다수 다른 후보들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대선에서 이 문제가 젠더 이슈로 떠오르거나 차기 정부에서 제도가 후퇴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응시자에게 적용되는 군복무 가산점제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전체 군필자 중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특혜로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이라며 “군복무 중 처우 개선과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에 힘쓰는 등 모든 군복무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부연설명에서 “군 가산점제 부활이 아니라 군복무자 모두 혜택을 받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국가가 군복무자들의 복무기간만큼 국민연금을 대납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병 복무기간의 단계적 단축 검토와 월급 현실화를 제안했고, 남 지사는 “모병제 도입이 군 가산점 논란을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시장은 군 가산점제 부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민정 교수는 “이 시장은 ‘낙태죄’, 군 가산점제와 같은 민감한 현안에선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며 “군 가산점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남녀임금격차와 관련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노동자 차별 해소를 강조하면서 군 가산점제 부활에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앞뒤가 다소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6.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데도 사회적 공감대는 부족하다. 여성들은 연간 근로일 기준 95일을 더 일해야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는다. 이는 곧 9월 28일부터 95일간 돈을 받지 않고 일한다는 의미다.

‘위미노믹스’는 세계적 추세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성인력 활용은 필수불가결하고 이를 위해선 성별 임금격차 해소가 뒤따라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비정규직과 경력단절, 저임금 등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할 주요 해법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 대선 주자들은 이 같은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고용률 증가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펼치는 데 대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손 의장, 김 의원, 심 대표, 남 지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 의원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여성 고용률과 큰 관련성이 없으며, 여성 고용률 증가를 위한다면 ‘임금 상승’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객관식 질문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반면 김 의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여성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이 121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고 최저임금 미달자 264만 명 중 63.6%가 여성이다. 남녀임금격차를 줄이려면 우선 최저임금 인상부터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차기 정부에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신문 설문에 답한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인상 폭에 대해선 손 의장이 50%를, 문 전 대표와 유 의원이 10∼20% 인상, 김 의원이 16∼25%, 안 지사와 심 대표가 20∼50%를 제시했다. 이 시장과 심 대표, 손 의장, 김 의원은 “1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답해 후보들 중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손 의장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영세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보수진영 후보인 유 의원은 현실적이지만 고용자 중심적인 접근을 보였다. 유 의원은 “2005년 13.1%와 2007년 12.3% 인상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10% 미만으로 인상됐다. 10% 이상 인상은 상당히 큰 폭이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려면 10∼20%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해선 대선 주자 9명 중 7명이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남 지사는 “조금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 지사는 “국가가 책임의식을 갖고 누리과정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단순히 예산 지원 확대, 축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이 누리과정 확대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반복된 보육예산 파동과 저출생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제 정책을 추진할 때 얼마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선 주자들이 구체적인 정책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후보별 여성정책 공약

여성정책 공약으로 안 의원과 김 의원은 법적 차원의 평등을 넘어 실질적 평등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손 의장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애매모호한 목표를 밝혔다. 또 성주류화를 통한 실질적 평등 도달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안 의원과 심 대표, 김 의원은 부모와 사회, 국가의 양육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는 정책 비전을 제시했고 안 의원과 손 의장은 여성폭력 근절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이 시장은 여성정책 주요 분야로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를 들었다. 심 대표는 이른바 ‘슈퍼우먼 방지법’이라는 여성의 ‘독박육아’ 극복, 남녀 일·가정 양립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경력단절 여성과 관련해선 안 의원이 관심을 보였다. 유 의원은 육아휴직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도 통상임금이 40%에서 60%(최대 100만원에서 200만원)로 인상하는 육아휴직제도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대선 후보들은 여성정책과 관련해 노동 문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성·젠더문제의 핵심을 노동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노동, 복지, 산업 등 관련 정책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정책 추진 중 기업이나 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이나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 전 대표와 유 의원이 다른 후보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여성임원할당제다. 유 의원은 공공부문으로 범위를 제한한 반면 문 전 대표는 적용 부문을 구체화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여성임원할당제를 민간기업에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문 전 대표의 정책도 공공부문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안 의원은 ‘돌봄’ 정책을 내놔 주목받았다. 권 부대표는 “‘돌봄’을 여성정책의 주요의제로 들고 온 것은 환영할 만한 대목”이라며 “‘돌봄 민주주의(caring democracy)’ 개념에 기초해 안 의원이 내놓은 ‘돌봄’ 정책은 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차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저출생 대책

저출생 대책은 기존에 제시된 정책 중심으로 제시돼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구체적인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다.

저출생은 ‘저출생 대책’으로 대응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안 의원과 안 지사, 김 의원은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 심 대표, 손 의장은 더 구체적으로 남녀 일·가정 양립을 제시했다.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강화, 보육의 공공성, 아동수당(문재인), 육아휴직 강화, 가정양육수당 현실화, 부모보험 도입(유승민), 부부 출산휴가의무제, 부부 육아휴직 의무할당제(심상정)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저출생 정책에 대해 출산이 아니라 돌봄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으나 세부 정책은 다른 후보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거정책, 아동수당 등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김 의원의 답변도 주목을 받았다.

저출생 대책은 전체적인 여성정책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대다수 후보들이 노동 문제에서 해법을 찾았다. 유 의원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수당도 현재 40%에서 60%로 늘리고 최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빠의 육아휴직 수당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그외 정책에선 구체성이 떨어졌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부모보험 도입을 밝혔는데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고 고용보험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부모보험을 들고 이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손 의장은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여성과 남성에 대한 전통적인 성별화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안 지사는 저출생 대책에 대해 “사회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고용·주거문제 해결과 함께 성평등 사회가 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성평등한 돌봄 사회를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시간 확보, 성평등한 일터문화 조성,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개인과 가족의 돌봄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부부출산휴가 의무제와 부부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도입과 함께 기존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비공식적 제도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손 의장은 출산과 보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노동빈곤 해소와 청년실업대책,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획기적 주거정책, 보육과 교육정책의 획기적 개혁, 일·가정양립정책 등을 제시하면서 이들 정책의 종합적인 설계와 꾸준한 실천을 강조했다.

‘말의 잔치’에서 끝나선 안 돼

이번 설문에서 대선주자들은 공통적으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 위안부, 낙태, 출산·양육 등 젠더이슈와 관련해 여성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문제해결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또 가족 형태가 더 이상 전형적 핵가족이 아니라 다양한 현실을 인정하고 있고, 군복무 가산점과 같은 구시대 유물 같은 정책의 재도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관철 등 노동시장 약자로 여성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정 교수는 “여성정책과 젠더이슈에 대해 공통적으로 미래지향적이면서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비전을 보여준 점은 주목된다”며 “저출생 대책도 임신·출산·보육·교육에 초점을 맞춘 정책부터 전체 사회정책 차원의 접근을 강조하는 관점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여성정책에 대한 관심이 폭력부터 노동시장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전개되면서 주자 간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러나 “대선 주자별 여성정책 관련 공약의 내용과 체계가 빈약한 상태다. 여성신문이 보낸 설문에 답할 수 있는 여성정책 공약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대선 주자들의 여성정책 공약 수립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정책은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 전체적 방향에서 논쟁점이 두드러지진 않았다”며 “‘말의 잔치’가 풍성한데 정책 의지와 이를 실현시킬 리더십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광역자치단체장인 안 지사의 경우 자기검열이 세다. 성평등 헌법으로의 개정에 대해 입장을 유보한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집행해본 행정가 특유의 면모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유 의원에 대해선 “진보 색깔을 가진 보수진영 후보인데 진보적 색깔을 가진 점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여성정책은 종합적인 면에서 돋보였으나 낙태죄 폐지 입장을 유보한 점이 아쉽다. 여성의 성적 자기선택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보인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주관식 질문에선 다른 후보와 구분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객관식 질문에 답하지 않아 여성정책 색깔이 이번 설문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다. 여권 주자로는 유 의원과 남 지사가 설문에 참가했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구축한 ‘따뜻한 보수’라는 이미지에서 크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주요 대선 주자들의 여성정책이 전체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성평등 내각도 대체로 동의하는데 이를 실행할 의지가 있으면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보수진영 후보인 유 의원이 다소 진보적 성향을 보인 점이 눈에 띈다”고 평했다. 

여성정책은 모든 영역에서 고려돼야 하는 크로스커팅 이슈(cross-cutting issue)다. 여성정책이 제대로 세워지려면 기본적으로 여성주의 관점과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권 부대표는 “그동안 여성들이 요구해온 주장을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답변, 특히 남녀동수 내각 답변에선 여전히 여성과 남성에 대한 가부장적이고 성별화된 인식을 보였다”며 “대선 주자들의 여성정책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총체적인 관점이나 접근법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선주자 여성정책 평가단>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권수현 여세연 부대표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

김태일 영남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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